어스름한 저녁, 하루의 고단함을 뒤로하고 춘천 스무숲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늦은 밤까지 문을 활짝 열어놓고, 지친 영혼을 따뜻하게 위로해준다는 심야화로. 며칠 전부터 SNS를 뜨겁게 달군 그곳의 매혹적인 비주얼과 향긋한 풍미에 완전히 매료되어, 도저히 발길을 뗄 수 없었다.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은은한 조명이 감싸 안은 심야화로의 외관이 눈에 들어왔다. 가게 입구에는 나무판에 정성스레 그려진 그림이 붙어있었는데, 마치 일본의 어느 작은 선술집에 들어서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문을 열자, 따뜻한 기운과 함께 은은하게 풍겨오는 숯불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내부는 생각보다 아늑했다. 다찌 형태의 테이블이 놓여 있었고, 그 위에는 연기를 빨아들이는 환풍구가 설치된 작은 화로들이 놓여 있었다. 벽면에는 술병과 꽃들이 장식되어 있었는데, 은은한 조명과 어우러져 분위기를 한층 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100일 기념 데이트를 즐기러 온 듯한 커플, 혹은 퇴근 후 오붓하게 술자리를 갖는 직장인들, 저마다의 모습으로 심야의 풍경을 즐기고 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건네주셨다. 메뉴판을 훑어보니, 늑간살, 진갈비살, 안창살 등 다양한 부위의 소고기를 맛볼 수 있는 ‘남춘천 세트’가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이곳에 처음 온 손님들에게 가장 인기 있는 메뉴라고 하니, 나 역시 남춘천 세트를 주문했다. 곁들임 메뉴로는 이곳의 숨은 공신이라는 ‘노른자 간장밥’과, 얼큰한 ‘소고기 국’을 추가했다.
주문이 끝나자,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양파절임, 양상추 샐러드, 깻잎절임, 묵은지 등 다채로운 구성이었다. 특히 묵은지는, 새콤하면서도 아삭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이, 메인 메뉴에 대한 기대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남춘천 세트가 등장했다. 윤기가 흐르는 붉은 빛깔의 늑간살과 진갈비살, 그리고 깍둑갈비가 나무 도마 위에 가지런히 담겨 나왔다. 고기에는 각각 부위 이름이 적힌 앙증맞은 팻말이 꽂혀있어, 어떤 부위인지 쉽게 알 수 있었다. 사진으로만 보던 아름다운 자태를 실제로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숯불이 담긴 화로가 테이블 중앙에 놓였다. 숯불의 은은한 열기가 얼굴을 감싸 안았다. 망설일 틈도 없이, 늑간살 한 점을 조심스럽게 화로 위에 올려놓았다. 치익-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육즙이 맺히기 시작하자, 재빨리 뒤집어 다른 면도 익혔다.
잘 익은 늑간살 한 점을 집어, 말돈 소금에 살짝 찍어 입안으로 가져갔다. 씹는 순간, 입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었다. 늑간살 특유의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은, 혀를 즐겁게 해주었다.
이번에는 깻잎절임에 싸서 먹어봤다. 향긋한 깻잎 향이 늑간살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느끼함은 잡아주고, 신선함은 더해주는 완벽한 조합이었다.

다음으로는 진갈비살을 맛볼 차례. 늑간살과는 또 다른 매력을 지닌 부위였다. 입에 넣는 순간,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움! 진갈비살은, 마치 고급 아이스크림을 먹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진갈비살은 와사비와 함께 먹으니, 그 풍미가 더욱 살아났다. 알싸한 와사비의 향이, 진갈비살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깔끔한 마무리를 선사해주었다.
마지막으로 깍둑갈비를 화로 위에 올렸다. 다른 부위에 비해 지방이 많은 깍둑갈비는, 굽는 동안 연기가 많이 났다. 하지만 그만큼, 고소한 냄새도 더욱 강렬하게 풍겨왔다.
깍둑갈비는, 다른 부위에 비해 쫄깃한 식감이 도드라졌다. 하지만 지방이 많아서인지, 조금 느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깍둑갈비는, 묵은지와 함께 먹으니 느끼함이 덜했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노른자 간장밥을 함께 먹으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따뜻한 밥 위에 김가루와 간장, 그리고 노른자가 올려져 있는 노른자 간장밥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톡 터뜨린 노른자를 밥과 함께 비벼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부해졌다.
얼큰 소고기 국은, 추운 날씨에 얼어붙은 몸을 따뜻하게 녹여주었다. 칼칼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소고기 국은, 밥과 함께 먹어도 좋고, 술안주로도 제격이었다.

고기를 다 먹고 나니, 배가 불렀지만, 어딘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갠적으로 가장 맛이 좋았던 진갈비살을 1인분 더 추가했다. 역시, 진갈비살은 실망시키지 않았다. 처음 맛봤을 때처럼,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황홀한 맛을 선사해주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는데, 직원분께서 계산 실수를 하셨다. 하지만, 죄송하다는 말 한마디 없이, 무뚝뚝한 표정으로 계산을 다시 해주셨다. 이 점은 조금 아쉬웠다.
심야화로에서의 식사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분위기, 맛, 서비스, 가격, 모든 면에서 훌륭했다. 특히, 고기의 퀄리티는, 최근에 먹었던 소고기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다만, 직원분의 사과 없는 태도는, 옥에 티였다.
하지만,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가, 그러한 단점을 충분히 상쇄시켜주었다. 춘천에서 늦은 시간까지 맛있는 소고기를 맛볼 수 있는 곳은, 심야화로가 유일할 것이다. 다음에 또 방문할 의향이 있다. 그때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맛있는 소고기를 함께 즐기고 싶다.
심야화로에서 맛있는 저녁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밤공기가 꽤 쌀쌀했다. 하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맛있는 음식과 아름다운 분위기 덕분에, 힐링이 되는 시간이었다. 춘천 스무숲에서 잊지 못할 맛집을 발견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심야화로에서 느꼈던 감동이, 오랫동안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춘천에 방문하는 사람들이 있다면, 꼭 한번 심야화로에 들러, 맛있는 소고기를 맛보길 바란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특히, 연인과 함께 방문한다면, 로맨틱한 분위기 속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심야화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곳이었다.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며, 오늘의 행복했던 기억을, 오랫동안 간직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