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인천 연수동의 한 골목으로 향했다. 낡은 간판에 희미하게 빛나는 ‘부원집’ 세 글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문을 열자, 정겨운 이모님들의 목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찔렀다. 왁자지껄한 소리, 테이블마다 술잔을 기울이는 사람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삶의 애환과 즐거움이 녹아있는 공간임을 직감했다.
세 번째 도전 만에 겨우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테이블은 단 8개. 그마저도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다. 메뉴판을 보니 키조개관자삼합, 아구수육, 생선구이 등 흔치 않은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단연 키조개관자삼합. 신선한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 차돌박이의 조합이라니, 상상만으로도 군침이 돌았다. 메뉴가 그날 준비된 재료에 따라 달라진다는 이야기에,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모님께 삼합이 가능한지 여쭤봤다. 다행히 주문이 가능하다는 대답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에 놓였다. 짭짤한 짠무, 볶음김치, 톳나물 무침 등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었다. 특히 감자조림은 달콤 짭짤한 맛이 일품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 젓가락이 쉴 새 없이 감자조림으로 향했다. 밑반찬만으로도 소주 두 병은 거뜬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모님의 손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키조개관자삼합이 등장했다. 큼지막한 키조개 관자, 넉넉하게 썰어낸 표고버섯, 그리고 마블링이 예술인 차돌박이. 사진으로만 보던 비주얼을 실제로 마주하니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앙증맞은 큐브 모양의 버터였다. 이 모든 재료를 버터와 함께 구워 먹는다니, 맛이 없을 수 없는 조합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불판이 달궈지자, 이모님께서 직접 키조개 관자와 표고버섯, 차돌박이를 올려주셨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버터가 녹아들면서 풍미를 더했다. 노릇하게 익어가는 재료들을 보니, 기다림마저 즐거웠다. 드디어 첫 입. 잘 익은 키조개 관자는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고, 표고버섯은 쫄깃한 식감과 함께 깊은 향을 뽐냈다. 차돌박이는 고소한 기름기를 더하며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삼합이구나!
쌈무에 싸서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새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깻잎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었다. 쉴 새 없이 젓가락을 움직이며 삼합을 음미했다. 술잔도 덩달아 바빠졌다. 좋은 음식에는 좋은 술이 빠질 수 없지.

옆 테이블에서는 보쌈을 시켜 먹는 모습이 보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보쌈은 육향이 진하다고 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다고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정말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다음에는 꼭 보쌈을 먹어봐야겠다고 다짐했다. 또 다른 테이블에서는 바삭하게 구워낸 장어구이를 즐기고 있었다. 민물장어에 비해 덜 느끼하고 담백하다는 설명에 솔깃했다. 하지만 약간 선도가 떨어져 비릿한 맛이 느껴진다는 이야기에 살짝 망설여졌다.
메뉴판을 다시 살펴보니, 아구수육이라는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다른 테이블에서 아구수육을 시킨 것을 보니, 아귀 간은 따로 나오지 않는 듯했다. 아귀 간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조금 아쉬운 부분이었다. 다음에는 키조개 관자 구이나 차돌박이를 시켜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원집은 밥집이라기보다는 술집에 가까웠다. 공기밥은 따로 판매하지 않고, 밥을 달라고 하면 막걸리를 준다는 이야기가 재미있었다. 실제로 옆 테이블에서는 밥 대신 막걸리를 시켜 마시는 모습이 보였다. 술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스지탕을 추가로 주문했다. 뽀얀 국물에 듬뿍 들어간 스지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쌌다. 쫀득한 스지의 식감도 훌륭했다. 스지탕 덕분에 기분 좋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은 조금 센 편이었다. 하지만 맛과 양을 생각하면 아깝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사장님과 이모님들은 친절했지만, 워낙 바쁘셔서 빠른 서비스를 기대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딱히 불친절하거나 늦게 가져다주시지는 않았다. 오히려 정겹고 푸근한 분위기가 좋았다.
부원집은 흔히 생각하는 깔끔하고 세련된 맛집은 아니다. 하지만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정겨운 분위기는 다른 곳에서는 느낄 수 없는 특별한 매력이었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진솔한 맛.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푸근함. 이것이 바로 부원집이 오랫동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홍어 삼합에 도전해봐야겠다. 홍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 같은 곳이라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궁금해졌다. 물론 키조개관자삼합도 다시 시켜 먹을 것이다. 인생 삼합을 맛보게 해준 부원집에게 감사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연수동에서 술 한잔 기울이며 맛있는 안주를 즐기고 싶다면, 부원집을 적극 추천한다. 단, 테이블이 많지 않으니, 미리 전화로 확인하고 방문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메뉴가 가능한지 꼭 물어보시길! 부원집에서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