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화곡 영양족발을 향했다. 2002년부터 이 자리에서 묵묵히 족발을 삶아온 곳이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부터, 왠지 모를 이끌림이 있었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졌지만, 그만큼 깊은 맛을 낼 것 같은 기대감이 마음속에서 피어올랐다.
시장 골목 어귀에 자리한 족발집은,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풍경을 자아냈다. 낡은 나무 간판 아래, 수십 년은 족히 되어 보이는 듯한 낡은 테이블과 의자들이 정겹게 놓여 있었다. 왁자지껄한 시장 소리와 족발 냄새가 뒤섞여, 묘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디지털 액자가 아닌, 손으로 직접 쓴 메뉴판이 벽에 붙어있는 모습에서 진정성이 느껴졌다.

자리에 앉자마자 족발(중)을 주문했다. 메뉴판은 나무판에 정감가는 글씨체로 적혀 있었는데, 족발 외에도 술국, 순대국 등 다양한 메뉴가 눈에 띄었다 참고).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순대국과 윤기가 흐르는 순대가 기본으로 제공되었다. 족발을 주문했을 뿐인데, 푸짐한 인심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순대국은 돼지 특유의 향이 살짝 느껴졌지만, 거부감 없이 먹을 만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족발이 등장했다. 족발 위에는 깨가 듬뿍 뿌려져 있어, 먹음직스러운 비주얼을 자랑했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야들야들하면서도 쫀득한 식감이 환상적이었다. 족발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은은한 한약재 향과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껍질은 쫀득하고 살코기는 촉촉해서, 쉴 새 없이 젓가락질을 하게 만들었다.

특히 인상적이었던 건, 족발과 함께 제공되는 막국수였다. 새콤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진 막국수는, 족발의 느끼함을 잡아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 면을 풀어헤치니, 고소한 참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와 에서 볼 수 있듯이, 막국수 위에는 잘게 부순 견과류가 듬뿍 뿌려져 있어, 씹는 재미를 더했다. 족발 한 점과 막국수를 함께 먹으니, 그야말로 천상의 조합이었다.

셀프바에는 신선한 야채가 가득 준비되어 있었다. 상추, 깻잎, 고추 등 다양한 쌈 채소는 물론, 마늘, 쌈장, 새우젓 등 족발과 함께 곁들여 먹을 수 있는 다양한 소스도 마련되어 있었다. 야채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해 끊임없이 관리하는 모습에서, 족발에 대한 자부심을 엿볼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아 다소 비좁게 느껴졌고, 화장실이 시장 내에 위치해 있어 깨끗하지 못했다. 또한,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다소 정신없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족발의 맛 하나만큼은 모든 단점을 잊게 할 만큼 훌륭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문득 since 2002라는 문구가 눈에 들어왔다. 2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왔다는 사실에, 존경심마저 느껴졌다.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서비스는 없었지만, 진심이 담긴 족발 한 접시는 그 어떤 것보다 큰 감동을 선사했다.

화곡 영양족발은, 단순히 족발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정을 나누는 공간이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잠시 잊고 지냈던 따뜻함을, 족발 한 점을 통해 다시금 느낄 수 있었다. 재료가 소진되면 일찍 문을 닫는다고 하니, 다음에는 조금 더 서둘러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꼭 앞다리 부위를 맛볼 수 있기를 바라며.

돌아오는 길, 입가에는 족발의 고소함과 막국수의 새콤달콤함이 맴돌았다. 화곡 지역명에서 만난 맛집, 영양족발은 앞으로도 오랫동안 나의 단골집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 방문을 기약하며, 오늘의 행복했던 기억을 곱씹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