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사진첩을 들춰보듯 아산으로 향했다. 낡은 간판 아래 ‘대덕통닭’ 네 글자가 붉게 빛나고 있었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은 마치 어린 시절 동네 어귀에 있던 통닭집을 떠올리게 했다.
가게 문을 열자, 기름 냄새와 함께 따뜻한 기운이 온몸을 감쌌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벽에 붙은 오래된 광고 포스터들이 정겨운 분위기를 더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이었다. 분주하게 움직이는 할머니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훈태tv에도 소개되었다는 이곳은, 이미 지역 주민들에게는 오랜 사랑을 받아온 노포 맛집이라고 했다.

자리에 앉기도 전에, 할머니는 “미리 전화하고 오셨어야지!” 하시며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으셨다. 갓 튀겨낸 통닭을 맛보려면 미리 전화하는 것이 좋다는 정보를 놓친 탓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얼마 기다리지 않아 주문한 통닭이 눈 앞에 놓였다.
커다란 상자 안에는 갓 튀겨진 통닭이 가득 담겨 있었다. 바삭한 껍질과 촉촉한 속살, 그리고 넉넉하게 들어간 떡과 만두, 고구마튀김까지. 푸짐한 양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겉은 황금빛으로 빛나고, 속은 육즙으로 가득 차 있었다. 튀김옷 사이사이로 보이는 뽀얀 속살은 신선함을 증명하는 듯했다.

가장 먼저 닭다리를 집어 들었다. 바삭하는 소리와 함께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기름 향.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양념은 닭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었다. 겉은 한없이 바삭하고, 속은 놀라울 정도로 촉촉했다. 마치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는 듯했다. 뜨거운 김이 입 안에서 부드럽게 흩어지는 순간, 나도 모르게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함께 나온 파를 듬뿍 얹어 먹으니, 알싸한 파의 향이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더욱 깔끔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간장 양념과 파의 조화는, 대덕통닭만의 특별한 비법인 듯했다.

통닭과 함께 튀겨진 떡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했다. 떡볶이 떡과는 또 다른 매력이었다. 만두는 평범했지만, 갓 튀겨져 나와 뜨겁고 바삭했다. 고구마튀김은 달콤하고 부드러워서,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솔직히, 위생적인 부분에서는 아쉬움이 남았다. 싱싱한 닭을 바닥에 놓아둔 채 튀기는 모습은 조금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 동안 이어진 할머니의 손맛은, 그런 단점을 잊게 할 만큼 강렬했다.
대덕통닭은 단순히 맛있는 통닭을 파는 곳이 아니었다. 그곳은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이었다. 어린 시절, 아버지 손을 잡고 통닭을 사러 갔던 기억, 온 가족이 둘러앉아 통닭을 뜯으며 웃음꽃을 피웠던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대덕통닭에서 맛본 통닭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추억의 맛’이었다. 바삭한 껍질 속 촉촉한 속살처럼, 잊고 지냈던 따뜻한 기억들이 되살아나는 듯했다. 아산을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대덕통닭에서 시간을 멈춘 듯한 경험을 꼭 한번 해보길 추천한다. 단, 미리 전화하는 것을 잊지 말자. 할머니의 따뜻한 손맛이 그리워지는 밤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