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으로 향하는 기차 안, 창밖 풍경은 짙어가는 녹음으로 가득했다. 오래된 친구의 추천으로, 춘천의 맛집이라 불리는 한 중식당을 방문하기로 했다. 1974년부터 자리를 지켜온 노포, ‘회영루’라는 이름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을까. 춘천역에 내려, 느린 걸음으로 식당을 향했다. 간판에서 느껴지는 세월의 흔적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붉은빛이 감도는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천장에는 붉은 홍등이 가득 매달려 은은한 빛을 발하고 있었고, 벽에는 화려한 궁중 요리 그림들이 걸려 있어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아냈다. 50년의 세월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인테리어는, 마치 오래된 영화 세트장에 들어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1층은 손님들로 북적였지만, 2층으로 올라가니 비교적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짜장면, 짬뽕 등 기본적인 메뉴부터 탕수육, 깐풍기 같은 요리까지, 다양한 중식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고민 끝에,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백년짜장과 중화냉면, 그리고 꿔바로우를 주문했다. 메뉴를 기다리는 동안, 식당 안을 가득 채운 사람들의 이야기 소리가 정겹게 느껴졌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백년짜장이 먼저 나왔다. 짙은 갈색의 짜장 소스와 윤기가 흐르는 면발이 따로 담겨 나왔다. 일반 짜장면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었다. 짜장 소스는 유니짜장처럼 잘게 다져진 재료들로 이루어져 있었고, 춘장과 된장을 섞은 듯한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면 위에 짜장 소스를 듬뿍 올리고, 함께 제공된 다진 마늘을 듬뿍 넣어 비볐다.
첫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가는 순간, 은은한 마늘 향이 코끝을 간지럽혔다. 면은 쫄깃하고 탱탱했으며, 짜장 소스는 짜지 않고 구수했다. 큼지막하게 썰린 고기 조각은 씹는 맛을 더했고, 다진 마늘은 짜장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깔끔한 뒷맛을 선사했다. 여태껏 먹어왔던 짜장면과는 완전히 다른, 새로운 차원의 맛이었다. 마치 할머니가 만들어주시던, 정성 가득한 짜장면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이어서 중화냉면이 나왔다. 쫄면처럼 탱글한 면발 위로 오징어, 새우, 해삼 등 푸짐한 해산물이 올려져 있었고, 땅콩 소스가 들어간 시원한 국물이 보기만 해도 더위를 잊게 해주는 듯했다. 살얼음이 동동 뜬 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니, 새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면과 함께 해산물을 집어 먹으니, 쫄깃한 면발과 신선한 해산물의 조화가 훌륭했다. 특히, 과하지 않은 땅콩 향은 중화냉면의 풍미를 한층 더 깊게 만들어주었다. 춘천에 오기 전, 더운 날씨에 지쳐있던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마지막으로 꿔바로우가 나왔다. 메뉴판에는 없었지만, 이곳에 오기 전부터 꼭 먹어봐야 한다는 추천을 받았기에 망설임 없이 주문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꿔바로우는, 한국에서 흔히 먹는 찹쌀 탕수육과는 차원이 다른 맛이었다. 소스가 부어져 나왔음에도 튀김옷은 눅눅하지 않았고, 고기와 튀김옷이 완벽하게 어우러져 입안에서 황홀한 맛을 선사했다.
새콤달콤한 소스는 꿔바로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먹게 만들었다. 꿔바로우 한 입, 짜장면 한 입, 냉면 한 입 번갈아 먹으니, 마치 미식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기 위해 카운터로 향했다. 카운터에는 영화 ‘쿵푸 허슬’에 나오는 화운사신과 닮은 인상의 사장님이 앉아 계셨다. 넉살 좋은 미소로 나를 맞이하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오랜 세월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장인의 여유가 느껴졌다. 주차는 니 생각이라는 카페 옆 주차장을 이용하면 되고, 식사 후 주차권을 받을 수 있다.
회영루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특별한 경험이었다. 50년의 역사가 담긴 공간에서, 정통 중식의 맛을 느끼며, 춘천의 지역명 정취를 만끽할 수 있었다. 춘천을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회영루는 꼭 한번 방문해야 할 곳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돌아오는 길, 춘천의 아름다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회영루에서 맛본 백년짜장과 중화냉면의 맛은, 마치 춘천의 풍경처럼 오랫동안 내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들도 맛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춘천을 떠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