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저녁, 서산 출장길에 렌터카를 몰아 도착한 곳은 왠지 모르게 정겨운 분위기가 감도는 ‘왕돼지’였다. 멀리서부터 눈에 띄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묘하게 끌리는 곳이었다. ‘왕돼지’ 세 글자가 큼지막하게 박힌 간판을 보니, 왠지 모르게 맛집의 기운이 느껴진달까? 오늘 저녁, 제대로 된 곳을 찾아온 것 같은 예감이 들었다. 서산에서 맛집 탐험, 제대로 시작해볼까!
가게 앞에 차를 대고 내리니, 왁자지껄한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플라스틱 문을 밀고 들어서자, 마치 80년대로 돌아간 듯한 착각이 들었다. 동그란 양철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 있고, 연탄불이 활활 타오르는 모습이 진짜 ‘찐’ 맛집 포스를 풍겼다. 40대에서 50대로 보이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소주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마치 드라마 세트장 같았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삼겹살, 주먹고기, 돼지껍데기… 다 땡겼지만, 오늘 나의 레이더망에 포착된 것은 바로 ‘잰고기’였다. 서산에서 잰고기가 유명하다는 이야기를 익히 들어왔던 터라, 망설임 없이 잰고기 2인분을 주문했다. 가격도 착하다. 200g에 7천원이라니, 완전 혜자 아니겠어?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이라니, 사장님 진짜 레전드!
주문과 동시에 기본 상차림이 촤라락- 세팅됐다. 상추, 썬 마늘, 썬 고추, 쌈장, 김치, 파절임… 그리고 특이하게도 게국지가 나왔다! 게국지는 서산의 향토 음식이라는데, 묵은지와 젓갈의 조합이 꽤나 강렬했다. 쿰쿰한 냄새가 살짝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왠지 모르게 자꾸 손이 가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잰고기가 등장했다. 숯불 위 석쇠에 올려진 잰고기는 초벌이 되어 나왔다. 살짝 그을린 표면에서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게, 진짜 침샘 폭발 직전이었다. 어서 빨리 구워서 입에 쑤셔 넣고 싶은 마음뿐!

연탄불 화력이 어찌나 센지, 순식간에 잰고기가 익어갔다. 타지 않게, 쉴 새 없이 뒤집어주는 것이 포인트! 잘 익은 잰고기 한 점을 집어 들고, 드디어 입속으로 직행!
…!!!
이거 미쳤다! 달콤 짭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멈출 수 없는 맛의 향연이 시작됐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없고, 촉촉하고 부드러운 식감만이 남아있었다. 잰고기라는 이름처럼, 잘게 썰린 고기가 양념과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맛이었다.
상추에 잰고기, 파절임, 마늘, 쌈장을 듬뿍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진짜 천상의 맛! 아삭아삭한 상추와 향긋한 파절임, 매콤한 마늘이 잰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완벽한 밸런스를 이뤘다. 솔직히, 쌈 싸 먹는 거 귀찮아하는 스타일인데, 여기서는 쌈을 계속 싸게 된다. 쌈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
정신없이 잰고기를 흡입하고 있는데, 사장님이 툭, 하고 던져주신 멘트. “우리 집 잰고기는 냉면이랑 같이 먹어야 제맛이여~” 사장님의 추천에 냉큼 물냉면을 주문했다. 잰고기가 맛있으니, 냉면도 당연히 맛있겠지?
잠시 후, 살얼음 동동 뜬 물냉면이 등장했다. 겉보기에는 평범한 물냉면이었지만, 국물 한 입 들이켜보니… 이야, 이거 또 대박이네!
시원하고 깔끔한 육수가 입안을 개운하게 정화시켜주는 느낌이었다. 살짝 부족했던 간은 식초를 살짝 더하니, 완벽하게 맞춰졌다. 쫄깃한 면발은 말할 것도 없고!
사장님이 추천해주신 대로, 잰고기와 물냉면을 함께 먹으니… 와, 진짜 환상의 조합이었다. 달콤 짭짤한 잰고기와 시원한 물냉면의 조화는, 마치 오래된 연인처럼 완벽했다. 왜 사장님이 잰고기랑 냉면을 같이 먹으라고 했는지, 먹어보니 단번에 이해가 됐다.

솔직히 말해서, 가게 분위기는 요즘 힙한 인스타 감성하고는 거리가 멀다. 노포 특유의 허름함과 북적거림이 있는 곳이다. 천장이 뚫려 있어서 비 오는 날에는 어떻게 장사를 하시는지 살짝 걱정도 됐다. 하지만, 이런 분위기 속에서 맛보는 잰고기는, 그 어떤 고급 레스토랑의 스테이크보다 맛있었다.
벽에 붙어있는 메뉴판을 보니, 가격이 정말 착하다. 잰고기, 삼겹살, 주먹고기, 껍데기 모두 200g에 8천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정말 저렴한 가격이다. 수입산 고기라고는 하지만, 맛은 전혀 뒤지지 않는다. 오히려, 저렴한 가격 덕분에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옆 테이블을 흘끗 보니, 큐브 스테이크처럼 생긴 고기를 굽고 있었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왕돼지’만의 특별 메뉴라고 한다. 약간 미디엄 레어 상태로 구워 먹는 돼지고기 큐브 스테이크라니, 왠지 궁금해졌다. 다음에는 꼭 저 메뉴도 먹어봐야지!
배부르게 잰고기와 물냉면을 먹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사장님께서 후식으로 잔치국수를 내어주셨다. 이야, 인심 무엇! 잔치국수는 멸치 육수의 깊은 맛이 느껴지는, 따뜻하고 푸근한 맛이었다. 잰고기와 냉면으로 이미 배가 불렀지만, 잔치국수까지 호로록- 다 먹어치웠다.
‘왕돼지’는 깔끔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에게는 안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고기를 푸짐하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다. 특히, 잰고기는 꼭 먹어봐야 할 메뉴! 달콤 짭짤한 양념에 버무려진 잰고기는, 잊을 수 없는 맛을 선사할 것이다. 서산 지역명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계산을 하고 가게를 나서는데,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와~”라고 인사를 건네셨다. 왠지 모르게 정겹고 따뜻한 인사에,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서산에 출장 올 일이 있으면, 꼭 다시 ‘왕돼지’에 들러 잰고기와 물냉면을 먹어야겠다. 그때는 큐브 스테이크도 잊지 않고 시켜야지!
오늘 ‘왕돼지’에서 맛본 잰고기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추억’이었다. 어릴 적, 부모님 손을 잡고 동네 고깃집에 갔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연탄불에 구워 먹는 고기, 그리고 푸근한 인심까지… ‘왕돼지’는 잊고 지냈던 소중한 추억을 되살려주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왕돼지’에서 잰고기를 먹고 나오니, 서산의 밤거리가 더욱 아름답게 느껴졌다. 배도 부르고, 마음도 따뜻해지는 기분 좋은 밤이었다. 서산 출장, 성공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