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신안동 골목길을 헤매다 발견한 뗄나무집. 간판에는 큼지막하게 ‘참나무 장작 초벌구이 전문점’이라 적혀 있었다. 낡은 듯 정겨운 외관, 가게 앞에 켜켜이 쌓인 장작 더미는 왠지 모를 기대감을 불러일으켰다. 37번지 작은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사람들의 웃음소리와 함께 훈훈한 열기가 훅, 하고 느껴졌다.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
자리에 앉자마자 풍성하게 차려진 기본 상차림에 눈이 휘둥그래졌다. 특히 시원한 동치미 국물은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살얼음 동동 뜬, 적당히 익은 동치미를 한 모금 들이키니 입안이 개운해지면서 묵직했던 하루의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고민할 것도 없이 뗄나무집의 대표 메뉴인 갈매기살을 주문했다. 잠시 후, 참나무 향을 은은하게 머금은 초벌구이 갈매기살이 뜨겁게 달궈진 참숯 불판 위에 올려졌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코를 찌르는 고소한 냄새. 잘 달궈진 불판 덕분에 화력도 엄청났다. 육즙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재빠르게 뒤집어주니, 순식간에 노릇노릇하게 익어갔다.
첫 점을 입에 넣는 순간,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겉은 살짝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하고 쫄깃한, 그야말로 환상적인 식감이었다. 마치 소고기 스테이크를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참나무 훈연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풍미를 더했고, 씹을수록 고소한 육즙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갈매기살을 어느 정도 먹어갈 때쯤, 서비스로 돼지껍데기가 나왔다. 큼지막하고 두툼한 껍데기는 이미 초벌이 되어 있어서 불판에 살짝만 구워 먹으면 됐다. 콜라겐 덩어리인 껍데기를 노릇하게 구워 콩가루에 콕 찍어 먹으니, 쫀득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껍데기에 붙어있는 지방층은 느끼함 없이 쫄깃함을 더했다. 얇게 잘라 먹으니 더욱 훌륭했다.
뗄나무집에서는 갈매기살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다. 훈연 향이 매력적인 통삼겹살, 담백하고 고소한 돼지막창, 매콤한 닭발 등 취향에 따라 골라 먹는 재미가 있다. 특히 돼지막창은 먹어본 막창 중에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하지만 역시 뗄나무집의 주인공은 갈매기살이었다.

함께 간 친구는 삼겹살을 먹어보더니 훈제 오리고기 맛이 난다며 독특하다고 했다. 하지만 내 입맛에는 역시 갈매기살이 최고였다. 된장국도, 시원한 동치미도 훌륭했지만, 도시락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그래도 계란찜은 부드럽고 맛있었다.
뗄나무집의 또 다른 매력은 푸짐한 인심이다. 서비스로 제공되는 껍데기뿐만 아니라, 친절한 직원들의 응대 또한 기분 좋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이유 중 하나였다. 특히 남자 아르바이트생의 친절함은 감동적이었다. 다만,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는 주문이 다소 늦어질 수 있으니 미리 추가 주문하는 것이 좋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가 다소 소란스럽다는 것이다. 좁은 공간에 많은 테이블이 있다 보니 옆 테이블과의 간격이 좁고, 대화 소리가 잘 들리지 않을 때도 있었다. 또한, 환풍 시설이 잘 갖춰져 있지 않아 옷에 냄새가 배는 것은 감수해야 한다. 민감한 사람들에게는 화장실 위생 상태가 다소 아쉬울 수도 있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을 모두 잊게 할 만큼, 뗄나무집의 고기 맛은 훌륭했다. 인위적인 숯불 향이 아닌, 진짜 참나무 향을 느낄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참나무 장작을 때는 모습은 볼 수 없었지만, 고기에서 느껴지는 은은한 훈연 향은 분명 특별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새 어둑해진 하늘에는 별들이 반짝이고 있었다. 옷에 밴 고기 냄새는 마치 훈장처럼 느껴졌다. 왠지 모르게 발걸음이 가볍고, 마음은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뗄나무집은 숨은 맛집이라고 하기에는 이미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곳이다. 평일 저녁에도 웨이팅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하지만 굳이 찾아갈 만한 가치가 있는 곳임에는 틀림없다. 시끌벅적한 분위기 속에서 소주 한 잔과 함께 맛있는 고기를 즐기고 싶다면, 뗄나무집을 강력 추천한다.

다만, 6시 반 이후에는 대기가 많으니, 조금 서둘러 방문하는 것이 좋다. 주차는 다소 불편할 수 있지만, 동네가 한적해서 운이 좋으면 가게 근처에 주차할 수 있다.
광주에서 맛있는 고깃집을 찾는다면, 특히 갈매기살을 좋아한다면, 뗄나무집은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나만의 3대 고깃집 맛집으로 저장!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 그땐 꼭 사진도 잊지 않고 찍어와야지.

돌아오는 길, 입가에 맴도는 갈매기살의 풍미와 훈훈했던 가게의 분위기는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 뗄나무집, 신안동 맛집 골목에서 만난 보석 같은 곳이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