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정산 기슭, 숲속도토리마을에서 맛보는 고향의 맛! 양천구 묵요리 맛집 기행

간만에 마음 맞는 친구들과 콧바람 쐬러 나선 길, 서울 양천구 신정동, 신정산 바로 곁에 자리 잡은 “숲속도토리마을”이라는 묵요리 전문점을 찾아갔다. 도심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이런 숨겨진 맛집이 있었다니, 역시 발품 팔아 찾아다니는 보람이 있다니까. 간판부터가 정겹다. 어릴 적 할머니 손 잡고 시골 읍내에 나들이 가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풍경이랄까.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나무 내음이 은은하게 풍기는 것이 마음까지 편안해지는 기분이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보니, ‘숲속도토리정식’이라는 메뉴가 눈에 띈다. 2인 이상 주문 가능하다는 말에 망설임 없이 “정식 두 개 주세요!” 외쳤다.

다채로운 밑반찬
정갈하게 차려진 밑반찬들.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돈다.

잠시 기다리니,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도토리 요리 한 상이 눈앞에 펼쳐졌다. 도토리전, 도토리묵, 건조 도토리 잡채, 들깨 수제비, 도토리 묵밥… 아이고,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 쟁반 가득 담긴 반찬들은 어찌나 정갈한지, 딱 봐도 주인장의 솜씨가 보통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윤기가 좔좔 흐르는 묵과 나물들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가장 먼저 손이 간 건 도토리전. 얇게 부쳐진 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것이, 입에 착 감기는 맛이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도토리 향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정말 꿀맛이 따로 없었다. 겉면에 뿌려진 깨와 쪽파는 밋밋할 수 있는 전의 비주얼에 화려함을 더했다.

윤기가 흐르는 도토리전
겉바속쫀의 정석, 도토리전! 고소한 향이 코를 찌른다.

다음으로는 도토리묵! 탱글탱글한 묵에 갖은 채소를 넣고 매콤한 양념으로 버무린 도토리묵은, 입맛을 확 돋우는 역할을 했다. 묵 특유의 쌉쌀한 맛과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정말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마성의 묵이라고나 할까.

매콤새콤한 도토리묵
갖은 채소와 함께 버무려진 도토리묵. 보기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인다.

건조 도토리 잡채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었는데, 쫄깃한 식감이 정말 인상적이었다. 일반 잡채보다 훨씬 꼬들꼬들하고, 도토리 특유의 향이 은은하게 느껴지는 것이, 정말 별미였다.

들깨 수제비는 또 어떻고! 진한 들깨 국물에 쫄깃한 수제비가 어우러진 들깨 수제비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쌀쌀한 날씨에 뜨끈한 국물을 마시니, 온몸이 사르르 녹는 듯했다. 사진으로 다시 봐도 그 따뜻함이 느껴지는 듯하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싹 비웠다.

시원한 동치미
큼지막하게 썰어 넣은 동치미 무. 보기만 해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정식에 포함된 훈제오리 요리도 빼놓을 수 없지. 뜨겁게 달궈진 철판 위에 훈제오리와 양파, 마늘이 함께 구워져 나왔는데,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풍기는 냄새가 정말 예술이었다. 훈제 향이 은은하게 배어 있는 오리고기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정말 훌륭했다. 기름이 쫙 빠져 담백한 맛은 덤!

마지막으로 도토리 묵밥! 시원한 멸치육수에 도토리묵과 밥을 말아 먹으니, 깔끔하게 입가심되는 기분이었다. 묵밥 안에는 김치와 김 가루, 깨소금이 듬뿍 들어가 있어, 고소하면서도 짭짤한 맛이 났다. 뜨끈한 밥과 시원한 육수의 조화가 아주 훌륭했다.

깔끔한 마무리, 도토리 묵밥
시원한 멸치육수에 말아먹는 도토리 묵밥. 더운 여름에 먹으면 더 꿀맛일 듯!
철판 위 훈제오리
지글지글 익어가는 훈제오리. 냄새부터가 예술이다.
메밀전병
매콤한 소가 꽉 찬 메밀전병. 겉은 쫄깃, 속은 매콤!
쫄깃한 건조 도토리 잡채
처음 맛보는 건조 도토리 잡채.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다.

“숲속도토리마을”의 메뉴들은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지는 맛이었다. MSG를 많이 사용하지 않은 듯,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좋았다. 가성비도 훌륭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도 마음에 쏙 들었다.

숲속도토리마을 외관
신정산 바로 옆에 위치한 숲속도토리마을. 간판부터가 정겹다.
방송 출연 인증
방송에도 출연한 맛집! 믿고 먹을 수 있다.

아쉬운 점이 딱 하나 있었다면, 일하시는 분들이 조금 지쳐 보이셨다는 거. 물론 힘드신 건 알겠지만, 손님을 맞이할 때는 조금 더 밝은 모습으로 맞아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음식 맛 하나는 정말 끝내줬으니, 이 정도는 애교로 봐줄 수 있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가게를 나섰다. 가게 바로 옆이 신정산이라, 소화도 시킬 겸 가볍게 산책을 즐겼다. 숲속에서 맑은 공기를 마시니, 몸과 마음이 모두 정화되는 기분이었다. 밥 먹고 산책까지, 아주 완벽한 코스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숲속도토리마을에서 맛본 도토리 요리들이 자꾸만 떠올랐다. 조만간 부모님 모시고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 그때는 특선 숲속 도토리 정식을 시켜서 훈제오리 말고 왕갈비도 맛봐야지! 양천구에서 지역명의 향토적인 맛을 느끼고 싶다면, 신정동 “숲속도토리마을”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바란다. 후회는 절대 없을 거다. 아이고, 맛있는 거 먹으니 기분까지 좋아지네!

정갈한 밑반찬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밑반찬들.
맛있는 한 상 차림
푸짐하게 차려진 한 상. 이 맛에 숲속도토리마을에 오는 거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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