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어머니가 해주셨던 따뜻한 밥상이 문득 그리워지는 날이 있다. 화려하진 않지만, 소박한 정성이 가득 담긴 집밥. 며칠 전, 마치 오래된 친구를 만나러 가는 듯 설레는 마음으로 안양 댕리단길에 숨겨진 작은 보석, ‘모락모락’을 찾았다. 간판부터 정겨움이 묻어나는 이곳은, 생선구이와 푸짐한 반찬으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밥 냄새와 함께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감쌌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지만, 다행히 한 자리가 남아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마치 오랜 단골을 알아본 듯 친절한 직원분께서 따뜻한 미소로 맞이해주셨다. 메뉴는 단 두 가지, 생선구이와 조림. 고민할 필요 없이, 대표 메뉴인 모듬 생선구이 백반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자, 순식간에 12가지의 다채로운 반찬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듯, 정갈하고 푸짐한 모습에 절로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김치부터, 고소한 나물 무침, 매콤한 오이소박이, 짭짤한 깻잎 장아찌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특히, 슴슴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인 된장찌개는, 생선구이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숨은 공신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듬 생선구이가 등장했다. 뜨겁게 달궈진 돌판 위에 올려진 생선구이는,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코를 자극하는 고소한 냄새를 풍겼다.

노릇하게 구워진 갈치, 고등어, 가자미, 열기.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조화였다. 젓가락으로 살짝 건드리기만 해도 부드럽게 부서지는 살점은,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렸다. 특히, 싱싱한 생선 특유의 풍미와 적절한 간은,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건 갈치였다. 겉은 바삭하면서도 속은 촉촉한 갈치 한 점을 입에 넣으니, 은은한 기름기와 함께 바다의 향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흰 쌀밥 위에 올려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다음으로 맛본 건 고등어였다. 겉은 노릇하게 구워져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유지되어 부드러웠다. 고등어 특유의 고소한 풍미는, 입안을 즐겁게 했다. 특히, 함께 제공된 와사비를 살짝 올려 먹으니, 느끼함은 싹 가시고 깔끔한 맛이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가자미는 담백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었다. 뼈를 발라내고 살만 발라 먹으니, 입안에서 부드럽게 녹아내렸다. 간장 소스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맛본 열기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매력적이었다. 다른 생선들에 비해 살이 단단한 편이었지만, 씹을수록 느껴지는 감칠맛은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특히, 열기 껍질 부분은 바삭하게 구워져 고소함이 극대화되어 있었다.
12가지 반찬들도 하나하나 놓칠 수 없는 맛이었다. 신선한 재료를 사용하여 직접 만드신다는 반찬들은, 짜지 않고 삼삼한 맛으로 생선구이와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콩나물무침, 매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일품인 깍두기, 향긋한 깻잎장아찌는,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게 만드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된장찌개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메뉴였다. 두부, 애호박, 양파 등 다양한 채소가 듬뿍 들어간 된장찌개는, 구수하면서도 깊은 맛을 자랑했다. 특히, 슴슴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은, 느끼함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어느새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우고, 반찬까지 싹싹 비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마치 할머니 댁에서 푸짐한 밥상을 받은 듯, 든든하면서도 따뜻한 기분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자,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셨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대답하니,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따뜻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모락모락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어머니의 따뜻한 손길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화려한 맛은 아니지만, 소박하면서도 정갈한 맛은, 잊고 지냈던 고향의 맛을 떠올리게 했다. 안양 댕리단길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잊지 못할 따뜻한 한 끼 식사를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최근 가격이 인상되어 생선구이 1인분에 14,000원이지만, 푸짐한 구성과 맛을 생각하면 아깝지 않은 가격이다. 점심시간에는 가게 앞에 주차가 가능하지만, 그 외 시간에는 단속될 수 있으니 주의해야 한다. 저녁 마감시간이 이른 편이니, 방문 전에 미리 확인하는 것이 좋다.

다음에 방문하면, 조림 메뉴도 꼭 한번 맛봐야겠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따뜻한 집밥을 즐기고 싶다. 모락모락은, 내게 단순한 식당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 되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밥상처럼, 모락모락에서의 식사는 내게 큰 위로와 행복을 선사했다. 안양 댕리단길, 그 곳에서 나는 잊지 못할 맛있는 추억을 만들었다. 다음에는 또 어떤 맛있는 이야기가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벌써부터 기대가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