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캘리포니아로 훌쩍 떠나는 딸아이를 공항에 바래다주고 돌아오는 길, 괜히 마음이 허전해서 아내와 함께 연천 호로고루에 해바라기 보러 드라이브를 나섰어.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슬슬 배가 고파지던 차에 아내가 예전부터 가보고 싶어 했던 “망향비빔국수 본점”이 근처라는거야! 망향비빔국수? 체인점은 많이 봤어도 본점은 처음이라, 완전 기대하면서 핸들을 돌렸지.
도착하자마자 입이 떡 벌어졌어. 어마어마하게 넓은 주차장이 꽉 차 있는 거 있지. 주차장 한켠에 차를 겨우 대고 보니, 웬걸? 본관, 별관, 신관까지 건물이 쭈욱 이어져 있는 거야. 흡사 국수 공장에 온 듯한 느낌이랄까. 입구에 떡하니 버티고 있는 키오스크에서는 네 자리 대기 번호가 쉴 새 없이 찍혀 나오고 있고. “와, 여기 진짜 맛집인가 본데?” 아내랑 나랑 동시에 웅성거렸지 뭐야.

키오스크 앞에서 메뉴를 스캔했지. 비빔국수, 잔치국수, 아기국수, 만두 딱 네 가지 메뉴만 있더라고. 뭔가 딱 ‘국수’에 모든 걸 건 느낌? 나는 당연히 비빔국수 곱빼기를 골랐고, 아내는 비빔국수를 처음 먹어본다길래 기본으로 시켜줬어. 만두도 하나 추가하고! 밖에서 15분 정도 기다리니 드디어 우리 번호가 떴어. 휴게소처럼 번호가 큼지막하게 전광판에 뜨는 시스템이라 찾기도 쉽더라.
쟁반을 들고 식당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진짜 깜짝 놀랐어. 넓어도 너무 넓잖아! 테이블이 쫙 깔려 있는데, 파란색 플라스틱 의자들이 묘하게 군대 식당 같은 느낌도 주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하게 먹을 수 있겠더라. 천장에는 커다란 환풍기가 쉴 새 없이 돌아가고, 에어컨도 빵빵하게 틀어져 있어서 쾌적했어.
자리를 잡고 앉아 드디어 비빔국수 영접! 뽀얀 면 위에 빨간 양념장이 듬뿍 올려져 있고, 김치랑 오이 고명이 얹어져 있었어. 보기만 해도 침샘 폭발! 사진을 막 찍고 드디어 첫 젓가락을 들었어.

면발이 진짜 탱글탱글하더라. 젓가락으로 휘휘 저어서 면이랑 양념을 잘 섞은 다음에 후루룩! 처음에는 달콤한 맛이 확 느껴지는데, 그 뒤에 매콤한 맛이 은은하게 올라오는 게 진짜 신기했어. 너무 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좋은 밸런스! 젓가락질을 멈출 수가 없더라니까.
아내가 먹어보더니 눈이 휘둥그래져서는 “오빠, 이거 진짜 맛있다! 왜 이제야 데려온 거야?” 하는 거 있지. 그러면서 자기도 집에서 이런 국물 자작한 비빔국수를 만들어봐야겠다나. ㅋㅋㅋ 역시 맛있는 건 다 알아보는 법이지.

먹다 보니 살짝 매운 기운이 올라와서, 육수를 마시려고 셀프 코너로 향했어. 멸치 육수인가 했는데, 웬걸? 짭짤하면서 시원한 야채수더라고! 비빔국수랑 완전 찰떡궁합이었어.
만두도 큼지막하니 속이 꽉 차 있었어.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비빔국수 양념에 콕 찍어 먹으니 완전 꿀맛! 역시 비빔국수엔 만두가 빠질 수 없다니까.

솔직히 말해서, 망향비빔국수 체인점은 몇 번 가봤지만, 본점은 확실히 뭔가 다른 느낌이었어. 면발도 더 쫄깃하고, 양념도 더 깊은 맛이 나는 것 같고. 괜히 본점이 아니구나 싶더라.
다 먹고 나오면서 보니까, 예전에 영화 “강철비”에도 나왔던 맛집이더라고. 어쩐지, 군인 손님들이 많은 것 같더라니. 알고 보니 이 근처에 군부대가 있대.
계산대 옆에는 식혜도 팔고 있었는데, 천 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안 먹어볼 수 없잖아? 살얼음 동동 뜬 식혜 한 잔 들이키니 입안이 깔끔하게 정리되는 느낌! 너무 달지도 않고 딱 좋았어.

나오는 길에 주차장 쪽을 보니, 웬 파라솔이 쫙 쳐져 있더라고. 뜨거운 햇볕을 피할 수 있게 배려해놓은 센스에 감동! 그리고 건물 뒤쪽에는 강아지 동반 식사 공간도 따로 마련되어 있대. 애견인들에게는 완전 희소식이겠지?

배불리 먹고 나오니, 아까 호로고루에서 봤던 파란 하늘이 붉게 물들어 있더라. 마치 비빔국수 양념처럼! ㅋㅋㅋ 괜히 기분까지 좋아지는 거 있지.
솔직히 말해서, 연천이 서울에서 그렇게 가까운 거리는 아니잖아. 하지만 망향비빔국수 본점은 정말 한 번쯤 가볼 만한 가치가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 특히 드라이브 코스로 딱이니까, 연천 쪽으로 여행 갈 일 있으면 꼭 한번 들러봐! 후회는 안 할 거야, 내가 보장한다! 아, 그리고 곱빼기는 필수인 거 알지? ㅋㅋㅋ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