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설렘과 함께 찾아오는 혼밥의 시간. 안면도에 도착하자마자, 꼬르륵거리는 배꼽시계는 맛있는 밥집을 찾아 나서라고 아우성이었다. 혼자 여행하는 나에게 가장 중요한 건, 혼자서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 그리고 1인 메뉴의 존재 여부. 폭풍 검색 끝에 찾아낸 곳은 안면도 “바다맛 해물”이었다. 이름부터가 심상치 않았다. 게국지를 전문으로 하면서도 혼밥족을 위한 배려가 엿보이는 메뉴 구성이라는 정보를 입수! 망설임 없이 그곳으로 향했다.
77번 국도를 따라 달리다 보니, 생각보다 쉽게 “바다맛 해물”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대로변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쉬웠지만, 옆에 떡하니 자리 잡은 커다란 식당 때문에 자칫 지나칠 뻔했다. 아담한 외관이 오히려 정감 있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따뜻한 온기가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석이 주를 이루었지만, 다행히 혼자 앉아도 전혀 부담스럽지 않은 구석 자리도 있었다. 혼밥 레벨 99인 나에게도 새로운 장소는 늘 약간의 긴장을 주지만, 이곳은 첫인상부터 합격점이었다.

메뉴판을 정독했다. 게국지, 꽃게탕, 간장게장, 양념게장…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혼자 왔으니, 선택과 집중이 필요했다. 게국지를 먹을까, 게장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A코스(게국지+양념게장+간장게장) 2인 세트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 먹기엔 양이 많을 것 같았지만, 다양한 음식을 맛보고 싶은 욕심에 A코스를 주문했다. 혼자 여행의 장점은,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내가 먹고 싶은 대로 먹을 수 있다는 것 아니겠는가!
주문을 마치자, 사장님께서 푸짐한 밑반찬을 가져다주셨다. 멸치볶음, 김치, 샐러드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긴 반찬들을 보니, 마치 집밥을 먹는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특히 짭조름한 간장게장과 매콤달콤한 양념게장은, 메인 메뉴가 나오기 전부터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혼자였지만, 외롭지 않았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하는 혼밥은 언제나 옳으니까.
잠시 후,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 게국지가 등장했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모습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붉은 국물 위로 큼지막한 꽃게와 새우, 배추가 듬뿍 들어 있었다. 게국지는 처음 먹어보는 음식이라 살짝 긴장했지만, 냄새를 맡는 순간, 그런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들깨가루가 들어갔는지, 고소한 향이 코를 자극했다.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мигнове́нно 온몸이 따뜻해지는 느낌이었다. 꽃게와 새우에서 우러나온 시원한 국물에, 배추의 달큰함과 들깨의 고소함이 어우러져 환상적인 맛을 냈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게, 정말 올해 먹은 음식 중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게국지를 처음 먹어봤는데, 왜 이제야 이 맛을 알게 되었을까 후회스러울 정도였다.
게국지 안에는 살이 꽉 찬 꽃게가 통째로 들어 있었다. 젓가락으로 살을 발라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한 게살의 풍미! 정말 꿀맛이었다. 게다가 신선한 새우와 아삭한 배추를 함께 먹으니, 식감도 훌륭했다. 게국지는 마치 묵은지 김치찌개와 꽃게탕을 섞어놓은 듯한 비주얼이었지만, 맛은 전혀 달랐다. 김치찌개처럼 얼큰하지도 않고, 꽃게탕처럼 특유의 해산물 향이 강하지도 않았다. 그 중간 어디쯤, 절묘한 균형을 이루는 맛이었다.
A코스에는 게국지 외에도 양념게장과 간장게장이 포함되어 있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장들을 보니, 저절로 밥 한 공기를 추가하게 되었다. 먼저 간장게장부터 맛봤다. 짭조름하면서도 달콤한 간장 양념이 게살에 듬뿍 배어 있어, 밥도둑이 따로 없었다. 전혀 비리지 않고, 신선한 게의 풍미가 그대로 느껴졌다. 간장게장을 즐겨 먹지 않는 사람도 부담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다음은 양념게장 차례. 매콤달콤한 양념이 입맛을 확 돋우었다. 젓갈 냄새가 살짝 나는 듯했지만, 거슬릴 정도는 아니었다. 매운 음식을 잘 못 먹는 나에게도 딱 적당한 맵기였다. 양념게장 역시 게살이 꽉 차 있어서,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간장게장과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양념게장이었다.
게국지와 게장, 그리고 푸짐한 밑반찬까지. 혼자서 A코스를 먹는 건, 솔직히 무리였다. 하지만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다. 너무 맛있어서, 배가 터질 것 같은데도 계속 먹게 되었다. 결국, 게장은 조금 남겼지만, 게국지는 국물까지 싹싹 비웠다. 정말 완벽한 한 끼였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가니,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셨다. “혼자 오셨어요? 맛있게 드셨어요?” 따뜻한 미소와 함께 건네는 말에, 괜스레 마음이 훈훈해졌다. “네,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게국지는 처음 먹어봤는데, 정말 최고였어요!”라고 답하니, 사장님께서 환하게 웃으셨다.
“바다맛 해물”은 혼밥하기에도 좋은 곳이었다. 1인 좌석이 따로 마련되어 있지는 않았지만, 혼자 테이블에 앉아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분위기였다. 게다가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친절하셔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도 안면도에 혼자 여행을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곳이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따뜻한 햇살이 뺨을 간지럽혔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안면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어디든 천국이니까. 안면도 “바다맛 해물”에서의 혼밥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참, “바다맛 해물”은 게국지 외에도 다양한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꽃게탕, 해물탕, 갈치조림 등도 인기 메뉴라고 하니, 다음에 방문할 때는 다른 메뉴도 맛봐야겠다. 특히 싱싱한 생갈치로 만든다는 갈치조림은, 꼭 먹어보고 싶다.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몇몇 방문객들은 가격이 비싸다고 느꼈다는 후기를 남겼다. 나 역시 A코스를 혼자 먹기에는 가격이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다른 게국지 전문점에 비해 저렴한 편이고, 게장까지 함께 맛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나쁘지 않은 가격이라고 생각한다.
또 다른 방문객은 해물칼국수를 먹었는데, 해물 맛이 잘 안 나고 짜다고 불평했다. 나는 해물칼국수를 먹어보지 않았지만, 게국지와 게장이 워낙 맛있었기 때문에, 다른 메뉴도 평균 이상의 맛은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
“바다맛 해물”은 태안, 안면도 지역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선한 재료와 정성 가득한 손맛으로 만들어낸 게국지와 게장은, 정말 잊을 수 없는 맛이었다. 혼밥족에게도 친절한 분위기와 푸짐한 인심은,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준다. 안면도에 방문할 계획이라면, “바다맛 해물”에 꼭 한번 들러보시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이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