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골목 사이 숨겨진 압구정 “미슐랭 맛집”, 춘하추동의 섬세한 미감

어스름한 저녁, 약속 장소로 향하는 발걸음은 묘한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압구정의 번화한 대로에서 벗어나, 낡은 공업사들이 묵묵히 자리를 지키는 골목길 안쪽에 오늘의 목적지가 숨어있다는 이야기를 들었기 때문이다. 왠지 모를 불안감과 설렘이 교차하는 가운데, 드디어 깔끔하게 정돈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춘하추동. 그 이름처럼 사계절의 다채로운 풍경을 담아낼 듯한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바깥의 삭막함과는 전혀 다른 세상이 펼쳐졌다. 높은 천장 아래, 은은하게 빛나는 조명들이 따뜻한 기운을 감돌게 했다. 넓은 홀임에도 불구하고 테이블 간 간격이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어, 옆 테이블의 소음 걱정 없이 오롯이 대화에 집중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잔잔하게 흐르는 음악은 공간에 은은한 생기를 불어넣고, 마음을 차분하게 가라앉혔다. 마치 잘 꾸며진 갤러리에 들어선 듯한 느낌이었다. 과 2에서 보이는 것처럼, 실내 곳곳에 놓인 푸른 식물들은 편안함과 동시에 세련된 분위기를 더했다.

넓은 홀과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춘하추동 내부
넓은 홀과 높은 천장이 인상적인 춘하추동 내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연어 아보카도 타르타르, 어란 오일 파스타, 카이센동, 우나기동, 후토마키… 이름만 들어도 군침이 도는 메뉴들이 가득했다. 고심 끝에, 우리는 다양한 맛을 경험해보고자 여러 메뉴를 골고루 주문했다. 술은 춘하추동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봄(시소)’으로 선택했다. 곧이어, 정갈하게 차려진 음식들이 테이블 위를 가득 채웠다. 형형색색의 아름다운 색감은 물론, 섬세한 플레이팅에서부터 정성이 느껴졌다.

가장 먼저 젓가락이 향한 것은 어란 오일 파스타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면발은 보기만 해도 완벽하게 익혀진 듯했다. 한 입 맛보는 순간, 기대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면의 탄력 있는 식감은 물론, 어란의 짭짤한 풍미와 오일의 담백함이 절묘하게 어우러져 입 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완벽한 조화였다. 를 보면 파스타 위에 올려진 우니의 신선함이 그대로 느껴진다.

신선한 우니가 올려진 어란 오일 파스타

다음으로는 연어 아보카도 타르타르를 맛볼 차례였다. 부드러운 아보카도와 신선한 연어의 조합은 두말할 필요도 없었다. 입 안에서 살살 녹는 연어와 아보카도는, 마치 봄날의 햇살처럼 부드럽고 따스한 맛이었다. 톡톡 터지는 날치알은 식감의 재미를 더했고, 은은하게 퍼지는 향긋한 허브 향은 미각을 더욱 자극했다.

여기서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메뉴에 우니가 포함되어 있는지 모르고, 파스타와 타르타르에 우니를 추가 주문한 것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었다. 기본으로 제공되는 우니 외에, 추가로 주문한 우니는 마치 보석처럼 빛나는 자태를 뽐내며 별도의 접시에 담겨 나왔기 때문이다. 신선함은 물론, 입 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한 질감은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했다. 추가 주문한 우니까지 남김없이 먹어치우며, 우리는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다채로운 색감의 향연, 춘하추동 메뉴들

함께 주문한 ‘봄(시소)’은 음식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은은한 시소 향은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 주었고, 술 자체가 가진 청량감은 무거운 음식들과의 균형을 맞춰주었다. 마치 봄바람처럼 산뜻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완벽한 식사 경험에 작은 흠집이 남기도 했다. 춘하추동의 시그니처 술인 ‘춘하추동’에 대해, 주문을 받는 서버가 4가지 종류(봄, 여름, 가을, 겨울)가 있다는 사실을 제대로 인지하지 못했던 것이다. 숙련된 다른 서버에게 문의한 후에야 주문이 가능했지만, 주문 과정에서 약간의 혼선이 있었다. 만약 주문을 받는 직원이 우니 추가 주문에 대해 조금 더 자세한 안내를 해주었다면, 우니를 넉넉하게 즐기는 예상 밖의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물론, 서빙 자체는 흠잡을 데 없이 신속하고 정확했다.

아쉬움은 뒤로하고, 우리는 남은 음식들을 천천히 음미했다. 카이센동은 신선한 해산물이 듬뿍 담겨 있어, 바다의 향기를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우나기동은 달콤 짭짤한 소스가 밥알 하나하나에 깊숙이 배어 있어,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후토마키는 큼지막한 크기만큼이나 다채로운 재료들이 입 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져 풍성한 식감을 자랑했다.

후토마키, 파스타 등 다양한 메뉴

식사를 마치고 밖으로 나오니, 어느덧 거리는 더욱 어두워져 있었다. 하지만 춘하추동에서 경험한 따뜻하고 풍요로운 시간 덕분인지, 골목길의 으슥함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마음속 깊은 곳까지 따스함이 가득 차오르는 듯했다.

춘하추동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미식 경험을 통해 행복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었다. 음식의 맛은 물론, 분위기, 서비스 등 모든 요소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잊지 못할 추억을 선사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스파게티를 꼭 맛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발걸음을 옮겼다. 압구정에서 숨겨진 보석을 발견한 듯한 기분 좋은 밤이었다. 언젠가 다시 이곳을 찾아, 사계절의 풍미를 만끽하고 싶다.

춘하추동 내부 인테리어
카이센동
후토마키와 파스타
연어덮밥
정갈한 한상차림
춘하추동 외부 장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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