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출산 기(氣)를 담은 한상, 영암 기샤브에서 맛보는 과학적인 행복 맛집

월출산의 정기를 온몸으로 흡수하고 내려오는 길, 왠지 모르게 세포 하나하나가 굶주린 듯한 느낌이 들었다. 등반으로 활성화된 AMPK 효소가 에너지 부족 신호를 보내고 있다는 증거다. 이럴 땐 지체 없이 맛있는 음식을 섭취, 몸 속 에너지 저장고를 채워줘야 한다. 레이더망에 포착된 곳은 월출산 바로 아래, 펜션 비바체 옆에 자리 잡은 ‘기샤브’였다. 이름에서부터 왠지 모를 건강한 기운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은은한 한약재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후각신경을 자극하는 이 향은 단순한 향기가 아니었다. 면역력 증진에 효과적인 다당류와 테르펜 성분이 풍부하게 함유된 약재에서 뿜어져 나오는 일종의 ‘기능성 향기’라고 할 수 있겠다. 마치 연구실에 들어선 과학자처럼, 나는 기대감에 부풀어 자리를 잡았다.

기샤브의 신선한 야채 모듬
기샤브의 싱싱한 야채 모듬. 색감과 신선도가 눈으로도 느껴진다.

샤브샤브 냄비가 등장하기 전, 눈앞에 펼쳐진 것은 형형색색의 야채 팔레트였다. 갓 수확한 듯 싱싱한 배추, 팽이버섯, 느타리버섯, 쑥갓, 호박 등이 마치 예술 작품처럼 정갈하게 담겨 나왔다. 자세히 살펴보니, 야채 표면의 세포벽이 손상되지 않아, 겉은 싱싱하고 속은 촉촉한 최상의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이 야채들이 끓는 육수에 투입되어 세포벽이 파괴되면, 비로소 우리 몸은 각종 비타민과 미네랄을 흡수할 준비를 마친다.

곧이어 등장한 샤브샤브 육수는 시각적으로도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놋그릇에 담긴 육수는 맑고 투명했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황기, 당귀, 천궁 등 10여 가지 한약재의 미세한 입자들이 부유하고 있었다. 이 한약재들은 단순한 향료가 아니다. 항산화 작용을 돕는 폴리페놀, 혈액순환을 촉진하는 쿠마린 등 다양한 생리활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끓일수록 깊고 풍부한 맛을 우려낸다.

육수가 끓기 시작하자, 한약재의 향이 더욱 강렬하게 퍼져 나갔다. 마치 실험실의 비커에서 화학 반응이 일어나는 것처럼, 냄비 속에서는 복잡한 분자 운동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준비된 야채를 아낌없이 육수에 투하했다. 섬유질이 풍부한 배추는 육수의 점도를 높여주고, 버섯은 특유의 감칠맛을 더해준다. 쑥갓의 쌉쌀한 맛은 자칫 느끼할 수 있는 샤브샤브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기샤브 샤브샤브 한상차림
기샤브의 푸짐한 샤브샤브 한상차림. 신선한 재료와 정갈한 반찬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야채가 어느 정도 익자, 드디어 오늘의 주인공인 소고기가 등장했다. 얇게 슬라이스된 소고기는 마블링이 적당히 분포되어 있어, 육즙과 지방의 조화가 훌륭할 것으로 예상되었다. 소고기를 육수에 넣자마자, 단백질이 응고되면서 표면이 하얗게 변하기 시작했다. 160도에서 시작되는 마이야르 반응은 아니지만, 단백질 변성 과정 또한 훌륭한 풍미를 만들어내는 중요한 단계다.

잘 익은 소고기를 젓가락으로 집어, 입으로 가져갔다. 첫 입에 느껴지는 것은 부드러운 식감과 풍부한 육즙이었다. 씹을수록 터져 나오는 육즙은 입 안을 가득 채우며, 혀의 미뢰를 자극했다. 특히, 육수에 우러나온 한약재의 향이 소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끝까지 질리지 않고 먹을 수 있었다.

여기서 잠깐, 샤브샤브의 맛을 더욱 극대화시키는 비법을 공개한다. 바로 ‘소스’다. 기샤브에서는 간장 소스와 칠리 소스, 두 가지 소스를 제공한다. 간장 소스는 소고기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고, 칠리 소스는 캡사이신 성분이 TRPV1 수용체를 자극하여 통증과 쾌감을 동시에 선사한다. 마치 과학 실험의 컨트롤 그룹과 실험 그룹처럼, 소스에 따라 샤브샤브의 맛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비교하며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기샤브의 한방육수 뚝배기
기샤브의 깊고 진한 한방육수가 담긴 뚝배기.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느낌이다.

샤브샤브를 어느 정도 즐기고 나니, 묘한 허기가 느껴졌다. 탄수화물이 부족하다는 신호였다. 이럴 땐 주저 없이 칼국수 사리를 추가해야 한다. 쫄깃한 칼국수 면은 샤브샤브 육수를 흡수하여, 그 풍미를 더욱 진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면의 글루텐 성분이 육수의 점성을 높여주어, 더욱 부드럽고 촉촉한 식감을 선사한다.

칼국수까지 클리어하고 나니, 배는 이미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 하지만, 아직 끝이 아니었다.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이 남아있었다. 남은 육수에 밥과 김치, 김 가루, 참기름을 넣고 볶아 만든 볶음밥은 그야말로 ‘마성의 맛’이었다. 김치의 유산균은 소화를 돕고, 김 가루의 글루타메이트 성분은 감칠맛을 극대화시킨다. 숟가락을 멈출 수 없는 이유였다.

식사를 마치고 나니, 사장님께서 직접 담그신 짱아찌와 나물 반찬을 내어주셨다. 짭짤하면서도 아삭한 짱아찌는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주고, 신선한 나물은 부족했던 비타민과 미네랄을 보충해준다. 특히, 사장님의 인심이 느껴지는 푸짐한 양은 만족감을 더욱 높여주었다. 심지어 산삼까지 맛볼 수 있는 행운이!

기샤브의 뚝배기에 담긴 샤브샤브
기샤브의 뚝배기에 담긴 샤브샤브. 다양한 재료들이 어우러져 깊은 맛을 낸다.

기샤브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과학적인 행복을 경험하는 과정이었다. 신선한 재료, 정성스러운 조리, 그리고 사장님의 따뜻한 인심이 만들어낸 완벽한 조화였다. 월출산 등반 후, 기샤브에서 에너지를 충전하고 건강까지 챙길 수 있었으니, 이보다 더 완벽한 코스는 없을 것이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사장님께서는 환한 미소로 배웅해주셨다. 그 미소에는 손님을 향한 진심과 자부심이 담겨 있었다. 마치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처럼, 나는 뿌듯한 마음으로 기샤브를 나섰다. ‘실험 결과, 이 집 국물은 완벽했습니다!’

월출산 등반 후 코스모스 밭에서
월출산 등반 후 만끽하는 코스모스 밭의 아름다움. 기샤브에서 건강한 식사 후 더욱 활기찬 에너지를 얻을 수 있었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