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융건릉의 푸르른 풍경을 만끽하고 돌아오는 길. 따스한 햇살 아래 걷다 보니 시원한 음식이 간절해졌다. 마침 융건릉 근처에 칡냉면으로 유명한 곳이 있다는 정보를 입수, 망설임 없이 핸들을 돌렸다. 혼자 떠나는 맛집 탐방, 오늘도 혼밥 레벨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볼까?
소문난 화성 맛집답게, 식당 앞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주차장은 널찍했지만, 빈자리를 찾기 어려울 정도. 역시 인기 맛집은 어쩔 수 없나 보다. 2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는 안내를 받고,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왕 온 김에, 그리고 냉면을 향한 간절한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 웨이팅에 합류했다. 혼자 온 손님도 꽤 있어서인지,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드디어 나도 혼밥 성공인가!
기다리는 동안, 식당 입구에 놓인 메뉴판을 정독했다. 물냉면, 비빔냉면, 물만두. 단출한 메뉴 구성에서 왠지 모를 맛집의 향기가 느껴진다. 비빔냉면이 왠지 시그니처 메뉴 같은 느낌이었지만, 매운맛에 약한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물냉면을 선택했다. ‘매운 것을 못 드시는 분은 양념을 따로 달라고 해주세요’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얼마나 맵길래 저런 문구까지 적어놨을까? 살짝 긴장되기 시작했다.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식당 안으로 들어서자, 시원한 냉기가 온몸을 감쌌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에서 맛집의 활기가 느껴졌다. 카운터에서 선불로 주문을 하고 자리를 안내받았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따로 있는 건 아니었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혼자 식사하는 데 전혀 불편함은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 위에 놓인 주전자를 발견했다. 따뜻한 온육수였다. 컵에 따라 한 모금 마시니, 멸치 육수의 깊은 맛과 은은한 후추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짭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육수가, 기다림에 지친 몸과 마음을 따뜻하게 녹여주는 듯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던 물냉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검은 빛깔의 칡 면 위에는 오이채, 무절임, 삶은 계란 반쪽, 그리고 매콤해 보이는 양념장이 올려져 있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육수를 보니, 더위가 싹 가시는 듯했다.

칡 면을 들어 올려 후루룩 맛을 보았다.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면발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다. 육수는 새콤달콤하면서도 깔끔했고, 은은하게 느껴지는 매콤함이 입맛을 돋우었다. 이 집, 냉면 맛집 인정! 특히 칡 면 특유의 향긋함이 좋았다. 일반 냉면 면과는 확실히 차별화되는 매력이 있었다.
냉면을 먹는 중간중간, 온육수를 마시니 입안이 개운해지는 느낌이었다. 온육수 외에도, 시원한 칡즙이 준비되어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칡즙은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이 독특했는데, 냉면의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했다.
물냉면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비빔냉면의 매운맛이 궁금해졌다. 용기를 내어 비빔냉면을 추가 주문했다. 잠시 후, 빨간 양념으로 뒤덮인 비빔냉면이 나왔다.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비빔냉면을 한 입 먹는 순간, 입안에 불이 나는 듯한 매운맛이 느껴졌다. 혀끝이 얼얼하고,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하지만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매운맛이었다.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매운맛을 달래기 위해, 함께 제공된 냉육수를 부어 물비빔면처럼 만들어 먹었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냉육수가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면서, 시원함까지 더해져 더욱 맛있었다. 비빔냉면의 양념은 고추장을 베이스로 한 듯, 텁텁하지 않고 깔끔한 매운맛이었다. 특히 참기름의 고소한 향이 매운맛과 어우러져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냉면만 먹기에는 아쉬워서, 물만두도 하나 주문했다. 뽀얀 자태를 뽐내는 물만두는, 얇고 쫄깃한 만두피 안에 육즙 가득한 만두소가 들어 있었다.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매운 냉면과 함께 먹으니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는 역할을 톡톡히 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2시가 훌쩍 넘은 시간이었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식당 앞에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청학동칡냉면,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넓고, 혼자 식사하는 사람들도 많아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다만, 주말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라는 점은 감안해야 한다.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있는 맛이었다. 오늘도 혼자서 맛집 탐험 성공!
다음에 융건릉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청학동칡냉면에 다시 들러 시원한 냉면 한 그릇을 맛봐야겠다. 그때는 매운맛에 조금 더 익숙해져서, 비빔냉면 곱빼기에 도전해 볼까?
총평:
* 맛: 칡 면의 쫄깃함과 매콤한 양념의 조화가 훌륭하다. 물냉면은 시원하고 깔끔하며, 비빔냉면은 강렬한 매운맛이 인상적이다.
* 가격: 물냉면, 비빔냉면 10,000원 / 물만두 5,000원. 가격은 다소 높은 편이지만, 양과 맛을 고려하면 납득할 만하다. 곱빼기는 500원 추가.
* 분위기: 깔끔하고 넓은 매장. 혼밥하기에도 부담 없는 분위기다.
* 서비스: 온육수, 칡즙 무료 제공. 직원들의 응대가 빠르고 친절하다.
* 재방문 의사: 80%
팁:
* 매운 음식을 잘 못 드시는 분은, 주문 시 양념을 따로 달라고 요청하거나 덜 맵게 해달라고 요청하세요.
* 비빔냉면을 먹다가 매운맛이 강해지면, 함께 제공되는 냉육수를 부어 물비빔면처럼 만들어 드세요.
* 온육수와 칡즙은 셀프로 이용 가능합니다. 칡즙은 호불호가 갈릴 수 있으니, 먼저 맛을 보고 드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추가 정보:
* 주차 공간이 넓지만, 식사 시간에는 혼잡할 수 있습니다.
* 실내에 남녀 분리 화장실이 있습니다.
* 영업시간은 11:00 ~ 20:00 (라스트 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