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왔다. 몇 년 전부터 리스트에 올려두고 벼르던 필동면옥. 미쉐린 가이드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고, 수많은 냉면 마니아들의 성지로 불리는 곳. 혼밥 레벨이 만렙이 된 지금에서야 드디어 방문하게 되다니, 감회가 새롭다. 오늘도 혼밥 성공!
을지로3가역에서 내려 좁은 골목을 따라 5분 정도 걸으니, 묵직한 존재감을 드러내는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과 회색빛 돌 외관이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모습. 간판의 폰트에서 느껴지는 묘한 레트로 감성이, 이 집의 깊은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건물 외벽에 붙어있는 미쉐린 마크 스티커들이야말로 이 집의 명성을 말해주는 듯했다.

점심시간을 살짝 넘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안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손님도 꽤 있어서, 다행히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정갈하게 놓여 있는 실내는, 겉에서 풍기는 분위기처럼 깔끔하고 편안했다. 혼자 왔지만, 4인 테이블에 당당히 자리를 잡았다. 혼밥의 장점은 역시 눈치 보지 않고 편하게 먹을 수 있다는 거 아니겠어?
메뉴판을 보니 냉면 외에도 만두, 제육, 수육 등 다양한 메뉴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목표는 오직 하나, 평양냉면! 평양냉면 초보자이기에, 다른 메뉴에 눈 돌릴 틈 없이 물냉면을 주문했다. 가격은 15,000원. 솔직히 냉면 한 그릇 가격으로는 꽤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된 맛집이니 기대감을 안고 기다려보기로 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평양냉면이 나왔다. 놋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시원함이 느껴졌다. 뽀얀 육수 위에 가지런히 놓인 면발, 그 위를 장식한 편육과 오이, 그리고 고춧가루가 식욕을 자극했다. 마치 잘 차려입은 듯한 냉면의 모습에, 젓가락을 들기 전 잠시 감상에 젖었다.

가장 먼저 육수부터 맛봤다. 첫 맛은 슴슴하면서도 깔끔했다. 흔히 평양냉면은 ‘밍밍한 맛’이라고들 하지만, 필동면옥의 육수는 밍밍함 속에 숨겨진 깊은 풍미가 느껴졌다. 은은한 육향과 함께 살짝 느껴지는 짭짤함이, 입 안을 개운하게 만들어줬다. 마치 오랜 시간 정성 들여 끓인 사골 육수처럼, 깊고 진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다음으로 면을 맛봤다. 메밀 함량이 높은 듯, 툭툭 끊어지는 식감이 독특했다. 일반적인 냉면 면과는 달리, 찰기 없이 부드럽게 넘어가는 느낌이 좋았다. 면 자체의 맛은 강하지 않았지만, 육수와 함께 먹으니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면과 육수의 밸런스가, 이 집 냉면의 매력인 듯했다.
냉면 위에 올려진 편육은, 얇게 썰어져 부드러웠다. 돼지 특유의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담백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오이는 아삭아삭한 식감을 더해주었고, 고춧가루는 살짝 매콤한 포인트를 주어, 냉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줬다.
냉면을 먹는 중간중간, 테이블 위에 놓인 무김치를 곁들여 먹었다. 톡 쏘는 겨자 맛이 강렬했는데, 이게 또 냉면하고 환상궁합이었다. 자칫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는 평양냉면의 맛을, 무김치가 완벽하게 보완해주는 느낌이었다.

평양냉면을 먹다 보니, 만두도 궁금해졌다. 혼자 왔지만, 용기 내어 만두 반 접시를 주문했다. 잠시 후 나온 만두는, 생각보다 크기가 컸다. 큼지막한 만두 3개가 접시에 담겨 나왔는데, 뽀얀 만두피가 윤기를 좔좔 흘리고 있었다.
젓가락으로 만두를 반으로 갈라보니, 속이 꽉 차 있었다. 돼지고기와 채소가 듬뿍 들어간 만두는,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육즙이 팡 터져 나왔다. 만두피는 얇고 쫄깃했고, 속은 촉촉하고 부드러웠다. 간이 세지 않아, 담백하게 즐기기 좋았다. 특히 평양냉면과 함께 먹으니, 환상의 조합이었다.

혼자서 냉면 한 그릇, 만두 반 접시를 뚝딱 해치웠다. 배가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평양냉면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탓일까. 다음에는 꼭 제육과 수육도 함께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가게 입구에 붙어있는 블루리본 스티커와 미쉐린 가이드 마크를 다시 한번 눈에 담았다.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닌, 추억과 이야기가 담겨 있는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필동면옥은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배려가 느껴졌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가 좋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오늘도 맛있는 혼밥, 성공!

필동면옥은 서울에서 맛보는 평양냉면 맛집으로, 미쉐린 가이드에 선정될 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는 곳이었다. 슴슴하면서도 깊은 육향이 느껴지는 육수, 툭툭 끊어지는 메밀면, 그리고 곁들여 먹는 만두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혼자 와서 조용히 음식을 즐기기에도 좋고, 친구나 연인과 함께 와서 맛있는 식사를 하기에도 좋은 곳이다. 다음에는 꼭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