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 후 무거운 발걸음을 옮기며 뭘 먹을까 고민했다. 특별한 맛으로 지친 하루를 위로받고 싶었다. 그러다 문득, 친구가 극찬했던 쌀국수집이 떠올랐다. 택시를 잡아타고 낯선 동네로 향했다. 친구는 술 마신 다음 날이면 꼭 이곳에서 해장을 한다고 했다. 얼마나 맛있길래 택시까지 타고 올까, 반신반의하며 도착한 곳은 ‘포*이공’. 간판에는 베트남 쌀국수 전문점이라고 적혀 있었다.
가게 앞에 서니, 왠지 모르게 마음이 두근거렸다. 20% 할인이라는 문구가 적힌 배너가 눈에 띄었지만, 나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가게 안에서 풍겨져 나오는 진한 육수 향이었다. 후각을 자극하는 그 향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문을 열고 들어섰다.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벽에는 메뉴판이 크게 붙어 있었는데, 쌀국수 종류가 다양해서 뭘 먹어야 할지 고민됐다. 소고기 쌀국수, 분보후에, 해물볶음 쌀국수 등… 다 맛있어 보여서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직원분에게 추천을 받기로 했다.
“오늘 처음 오셨으면 소고기 쌀국수랑 전골국수를 드셔보세요. 저희 가게에서 제일 인기 있는 메뉴거든요.”
직원분의 친절한 추천에 따라 소고기 쌀국수와 해물볶음 쌀국수를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가게를 둘러보니, 손님들 대부분이 베트남 현지 분들이었다. 마치 내가 베트남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직원분들도 모두 베트남 분들이라, 한국어보다는 베트남어가 더 많이 들리는 듯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쌀국수가 나왔다. 뽀얀 국물에 얇게 슬라이스 된 소고기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송송 썰린 파와 양파가 넉넉하게 뿌려져 있었다. 고소한 기름 향과 함께, 후추 향이 살짝 올라오는 것이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휘저어 보니, 면발이 정말 쫄깃쫄깃해 보였다.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으니, 와… 정말, 면이 입안에서 탱글탱글하게 살아 움직이는 것 같았다. 쌀국수 특유의 부드러움과 쫄깃함이 환상적으로 어우러졌다. 국물은 또 얼마나 깊고 진한지!
진한 소고기 육수에 각종 향신료가 더해져, 정말 깊고 풍부한 맛이 났다. 특히, 후추 향이 살짝 느껴지는 것이 정말 매력적이었다. 느끼함은 전혀 없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계속해서 입맛을 당겼다.
소고기도 정말 부드러웠다. 얇게 썰려 있어서 면과 함께 먹기에도 좋았고,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한 식감이 정말 최고였다. 고기를 너무 익혀서 질기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내가 먹은 고기는 전혀 질기지 않았다. 적당히 익혀져서 부드럽고 촉촉했다.
함께 나온 숙주와 고수를 듬뿍 넣어 먹으니, 또 다른 풍미가 느껴졌다. 아삭아삭한 숙주의 식감과 향긋한 고수의 향이 더해지니, 쌀국수의 맛이 한층 더 풍성해지는 느낌이었다. 고수를 즐겨 먹지 않는 사람들도, 이곳의 쌀국수와 함께라면 거부감 없이 먹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이번에는 해물볶음 쌀국수를 맛볼 차례. 큼지막한 접시에 볶음 쌀국수가 가득 담겨 나왔다. 붉은 빛깔의 소스가 면발을 코팅하고 있었고, 그 위에는 잘게 부숴진 땅콩 가루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해물볶음 쌀국수라는 이름답게, 새우, 오징어, 홍합 등 다양한 해산물이 아낌없이 들어가 있었다.

젓가락으로 면을 들어 올리니, 윤기가 좌르르 흘렀다. 한 입 먹어보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굵은 면발은 쫄깃했고, 각종 해산물은 신선했다. 특히, 땅콩 가루가 신의 한 수였다. 고소한 땅콩 가루가 볶음 쌀국수의 풍미를 한층 더 끌어올려 줬다.
색깔만 보면 엄청 매울 것 같지만, 전혀 맵지 않았다. 매운 음식을 전혀 못 먹는 사람도 충분히 즐길 수 있을 정도였다. 볶음 쌀국수 역시 양이 정말 푸짐했다. 10,000원 이하로 이렇게 배부르게 먹을 수 있다니, 정말 가성비 최고였다.
먹다 보니, 왜 사람들이 이곳을 인생 쌀국수 맛집이라고 부르는지 알 것 같았다. 다른 쌀국수집과는 차원이 다른 깊고 진한 국물, 쫄깃한 면발, 푸짐한 양… 모든 것이 완벽했다.

솔직히, 처음에는 직원분이 불친절하다는 후기를 보고 조금 걱정했었다. 하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직원분들이 정말 친절했다. 볶음 쌀국수에 기름이 좀 많다고 미리 알려주셨고, 양파절임을 부탁드렸더니 바로 바꿔주셨다.
게다가, 쌀국수를 먹던 중 머리카락이 나왔는데, 바로 사이다를 서비스로 주셨다. 죄송하다는 말씀도 잊지 않으셨다. 물론, 음식에서 머리카락이 나온 것은 아쉬웠지만, 직원분들의 친절한 대처 덕분에 기분 좋게 식사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쌀국수에 고수가 나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나는 고수를 정말 좋아하는데, 따로 요청해야만 고수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워낙 쌀국수 자체가 맛있었기 때문에, 고수가 없어도 충분히 만족스러웠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콜라 한 병을 서비스로 주셨다. 예상치 못한 친절에 감동받았다. 사장님과 직원분들 모두 정말 친절하셨고,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다.
포*이공… 이곳은 정말 인천 부평에서 만난 보석 같은 맛집이었다. 쌀국수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꼭 한 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아마, 나처럼 인생 쌀국수를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다음에는 친구와 함께 방문해서, 다른 메뉴들도 먹어봐야겠다. 특히, 친구가 맛있다고 했던 월남쌈과 짜조가 정말 궁금하다. 아, 그리고 분보후에도 꼭 먹어봐야지.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돌아오는 길, 택시 안에서 쌀국수 향이 계속 맴돌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고 나니, 세상이 아름다워 보였다. 역시 맛있는 음식은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오늘 하루도 맛있는 쌀국수 덕분에 행복하게 마무리할 수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