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칼국수, 어머니가 정성스레 담가주시던 김치. 그 시절 그 맛이 문득 그리워지는 날, 등촌동 골목길에 숨어있는 “아리랑”을 찾았습니다. 간판은 큼지막한데, 왠지 모르게 정겨운 느낌이 드는 것이, 꼭 어릴 적 살던 동네 어귀의 식당 같았지요.
점심시간을 훌쩍 넘긴 시간이었는데도, 식당 앞에는 옹기종기 사람들이 모여 앉아 순서를 기다리고 있더라구요.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이지!” 하는 생각에 저도 얼른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적어 넣었습니다. 한 20분쯤 기다렸을까요? 드디어 제 이름이 불렸습니다. 아이고, 얼마나 기다렸던지!

문턱을 넘어 안으로 들어서니, 활기 넘치는 직원분들이 반갑게 맞아주셨습니다. 테이블마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 보쌈을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저도 얼른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습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반반보쌈’ 대 자를 시켰습니다. 김치보쌈하고 배추보쌈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다니, 이 얼마나 훌륭한 선택인가요!
주문을 마치니, 밑반찬들이 쫙 깔리기 시작했습니다. 쌈장, 새우젓, 풋고추, 마늘, 그리고 쌈 채소까지.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서 밥상을 받는 듯한 푸근한 느낌을 주었습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콩을 볶아 달짝지근하게 조린 반찬이었는데, 어릴 적 엄마가 자주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습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보쌈이 나왔습니다.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돼지고기 수육과,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도는 김치, 그리고 싱싱한 배추까지. 양이 어찌나 푸짐한지, 상을 가득 채우는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습니다. 사진으로 봤을 때는 몰랐는데, 실제로 보니 양이 정말 많더라구요. 셋이서 ‘대’ 자 시키면 딱 좋을 것 같아요.
먼저 김치보쌈부터 맛을 봤습니다. 돼지고기 한 점을 김치에 얹어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돼지고기는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서 살살 녹고, 김치는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일품이었습니다. 특히, 이 집은 삼겹살이 아닌 가브리살로 보쌈을 만든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느끼함은 덜하고 담백함은 더했습니다. 김치에 윤기가 좔좔 흐르는게, 딱 보기에도 맛있어 보이지 않나요?

이번에는 배추보쌈을 맛볼 차례. 잘 절여진 배추에 돼지고기 수육 한 점, 그리고 무말랭이를 얹어 크게 한 입 베어 물었습니다. 아삭아삭한 배추의 식감과, 달콤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돼지고기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습니다.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이야! 쌈 배추도 어찌나 싱싱한지, 씹을수록 단맛이 올라오는 것이 정말 좋았습니다.

특히, 이 집의 특별한 점은 보쌈을 시키면 칼국수가 서비스로 나온다는 겁니다! 그것도 무려 2인분이나 말이죠. 보쌈만으로도 배가 불렀지만, 칼국수를 안 먹어볼 수는 없었습니다.
보글보글 끓는 냄비 안에는 쫄깃한 면발과 시원한 해물이 가득 들어있었습니다. 국물 한 숟갈 떠먹으니, 이야, 속이 다 편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이,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것이, 정말 환상적인 마무리였습니다. 면발도 어찌나 쫄깃쫄깃한지, 후루룩후루룩 계속 입으로 들어갔습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냄비는 텅 비어있었습니다. 배는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 조금만 더 먹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들더라구요.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사장님께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사장님은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습니다. 그 따뜻한 미소에, 왠지 모르게 마음이 훈훈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등촌동 아리랑.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습니다. 시골 할머니가 차려주신 듯한 푸근한 밥상, 어머니의 손맛이 느껴지는 따뜻한 음식.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맛이었습니다.
다음에 또 맛있는 보쌈이 생각날 때, 저는 망설임 없이 아리랑을 찾을 겁니다. 그때는 굴보쌈에도 한번 도전해봐야겠어요. 아, 그리고 주차 공간이 조금 부족하다는 점은 미리 알고 가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하지만, 그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만큼 맛있는 곳이랍니다.
오늘 저녁, 따뜻한 보쌈 한 상 어떠세요? 등촌동 아리랑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