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부산 장림으로 향했다. 며칠 전부터 머릿속을 떠나지 않던 월드양념통닭의 그 맛,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낡은 골목길 어귀에 자리 잡은 이곳은, 화려한 간판 대신 세월의 흔적이 묻어나는 외관으로 나를 맞이했다.
어릴 적 아버지 손을 잡고 시장 통닭집에 가던 기억이 스쳤다. 촌스러운 폰트의 간판, 군데군데 벗겨진 페인트칠, 왠지 모르게 정겨운 분위기가 발길을 붙잡았다. 가게 안은 이미 손님들로 북적였다. 평일 저녁인데도 빈자리를 찾기 힘들 정도였다. 역시, 나만 이 맛을 잊지 못하는 건 아니었구나.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봤다. 고민할 것도 없이 후라이드반 양념반, 그리고 닭똥집 튀김을 주문했다. 이 집의 ‘국룰’ 조합이라고 하니, 당연히 따라야 했다. 테이블 한쪽에는 옛날 장판 무늬가 그대로 살아있고, 최신식 키오스크가 놓여있는 기묘한 광경이 펼쳐졌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이 언밸런스함이, 묘하게 매력적이었다.
주문 후, 쉴 새 없이 울리는 전화벨 소리가 귓가를 때렸다. 포장 주문 문의가 쉴 새 없이 들어오는 모양이었다. 잠시 후,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통닭이 눈앞에 나타났다. 갓 튀겨져 나온 통닭은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며 황홀한 자태를 뽐냈다.

먼저 후라이드 치킨 한 조각을 집어 들었다. 튀김옷은 ‘인생 최고 바삭함’이라는 수식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바삭했다. 입안 가득 퍼지는 고소한 튀김 향과 촉촉한 닭고기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닭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한 맛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여실히 증명했다.
이어서 양념 치킨을 맛봤다. 윤기가 좔좔 흐르는 붉은 양념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한 입 베어 무니, 중독성 강한 양념 맛이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맵거나 짜지 않고, 은은하게 달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양념은, 흔한 양념 치킨과는 차원이 다른 깊이를 자랑했다.

후라이드와 양념, 두 가지 맛을 번갈아 맛보니,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닭고기는, 시간이 지나도 눅눅해지지 않았다. 특히, 넉넉하게 뿌려진 깨가 고소함을 더해줘, 맛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닭똥집 튀김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메뉴다. 쫄깃한 닭똥집을 바삭하게 튀겨낸 닭똥집 튀김은, 맥주 안주로 제격이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은, 자꾸만 손이 가는 마성의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갓 튀겨져 나와 뜨거운 김을 내뿜는 닭똥집 튀김은, 입안을 즐겁게 하는 최고의 메뉴였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 위에는 뼈만 앙상하게 남았다. 워낙 양이 푸짐해서 다 먹지 못할 줄 알았는데, 웬걸, 깨끗하게 비워냈다. 그만큼 맛이 훌륭했다는 증거일 것이다. ‘양이 많다’는 평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니었다. 마치 두 마리 같은 한 마리의 푸짐함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외국인 직원분이 밝은 미소로 나를 맞이했다. 어눌하지만 친절한 한국어로 인사를 건네는 모습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외국인 직원이 친절하다’는 리뷰를 본 적이 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더욱 감동적이었다.

가게를 나서며, 다시 한번 월드양념통닭의 간판을 올려다봤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 드는 간판이었다. 이곳은 단순한 통닭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부산 맛집이었다.
최근, 유명 유튜버 성시경이 방문하면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한다. 하지만, 성시경이 방문하기 전에도 이곳은 이미 장림 주민들에게는 ‘유명한 통닭집’이었다. 오랜 시간 동안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으로 사랑받아온 곳이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었다.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는, 조용하고 쾌적한 분위기를 선호하는 사람들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또한, 11시까지만 운영한다는 점도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월드양념통닭의 ‘맛’ 앞에서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는 월드양념통닭 포장 봉투가 들려 있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이 맛있는 통닭을 나눠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더욱 가벼워졌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함께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어릴 적 추억을 함께 나누며, 맛있는 통닭을 즐기는 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장림에서 맛있는 통닭집을 찾는다면, 주저 없이 월드양념통닭을 추천한다. 변함없는 맛과 푸짐한 양,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는, 당신을 분명 만족시킬 것이다. 가성비 또한 훌륭하니, 부담 없이 방문해도 좋다. 다만, 저녁 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 있으니, 미리 전화로 포장 주문을 하거나, 조금 일찍 방문하는 것을 추천한다.

월드양념통닭은 단순한 통닭집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인생 통닭’집이었다. 바삭한 후라이드, 매콤달콤한 양념, 쫄깃한 닭똥집 튀김, 그리고 푸짐한 인심까지, 모든 것이 완벽했다.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 맛있는 통닭을 즐기며, 어릴 적 추억을 되새겨야겠다.
돌아오는 길, 문득 성시경이 왜 이 집을 극찬했는지 알 것 같았다. 단순한 맛을 넘어, 추억과 감성을 자극하는 특별한 무언가가 있기 때문이리라. 서울에는 왜 이런 추억의 맛집이 없을까, 라는 그의 말에 깊이 공감하며, 다음 방문을 기약했다.

어쩌면 시간이 멈춘 듯한 그 공간에서, 나는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갔는지도 모른다.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 갓 튀겨낸 통닭의 고소한 냄새, 그리고 아버지의 따뜻한 손길… 월드양념통닭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곳이 아닌, 마음까지 풍족하게 만들어주는 특별한 장림 맛집이었다.
오늘도 나는 월드양념통닭의 맛을 잊지 못해, 다시 장림으로 향할지도 모르겠다. 그곳에서 또 어떤 추억과 감동을 만나게 될까? 벌써부터 설레는 마음을 감출 수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