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생포 추억 맛집, 억만고래집에서 만나는 어릴 적 엄마 손맛

장생포에 고래 보러 갔다가, 배꼽시계가 어찌나 요동을 치던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따뜻한 밥상 같은 곳이 있다고 해서 찾아간 곳이 바로 ‘억만고래집’이었어. 이름부터가 정겹지? 왠지 푸근한 인상의 사장님이 반겨줄 것 같은 느낌 있잖아.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깔끔하고 위생적인 분위기가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어. 요즘 식당 위생 문제로 말이 많은데, 여기는 안심하고 맘 편히 먹을 수 있겠더라. 테이블마다 간격도 넉넉해서 옆 테이블 손님들 말소리 때문에 신경 쓰일 일도 없고. 아이 데리고 온 가족 손님들이 많은 걸 보니, 역시 엄마들 사이에선 입소문 난 맛집인가 봐.

메뉴판을 보니 돈뼈국밥, 칼국수, 어린이 국밥 등 메뉴가 다양하더라. 요즘 물가가 워낙 올라서 밥 한 끼 제대로 먹으려면 만 원은 훌쩍 넘는데, 여기는 가격도 착해. 나는 돈뼈국밥을 시켰지. 뜨끈한 국물에 밥 말아서 깍두기 올려 먹으면 얼마나 맛있을까, 생각하니 침이 꼴깍 넘어가더라.

잘 익은 깍두기와 김치가 담긴 스테인리스 그릇
놋그릇에 담겨 나온 깍두기와 김치. 보기만 해도 입맛이 다셔진다.

잠시 기다리니, 놋그릇에 담긴 깍두기와 김치가 먼저 나왔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딱 봐도 맛있게 익었더라. 젓가락으로 깍두기 하나 집어 먹어보니, 아삭아삭한 식감에 시원하고 칼칼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이 집, 깍두기부터 맛집이네!’ 싶었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뼈국밥이 나왔어. 뽀얀 국물 위에 송송 썰린 파와 노란 지단이 듬뿍 올라가 있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더라. 큼지막한 뼈가 두 덩이 들어가 있는데, 살도 얼마나 많이 붙어 있는지! 요즘 세상에 이렇게 푸짐한 인심을 느낄 수 있는 곳이 얼마나 될까.

돈뼈 국밥 전체 사진
푸짐한 돈뼈와 고명이 올라간 돈뼈 국밥. 보기만 해도 든든하다.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보니,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이 일품이야. 돼지 냄새는 하나도 안 나고, 깊고 시원한 맛이 속을 확 풀어주는 느낌이랄까.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사골국 맛이랑 비슷해서, 순간 고향 생각도 나고 그랬어.

뼈에 붙은 살도 야들야들하니 얼마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으로 툭툭 건드리기만 해도 살이 쏙쏙 빠져나와. 살코기만 발라서 국물에 적셔 먹으니,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더라.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정말 최고였어.

밥 한 공기 통째로 국밥에 말아서, 깍두기 하나 올려 크게 한 입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 땀을 뻘뻘 흘리면서 얼마나 맛있게 먹었는지 몰라. 솔직히 말해서, 국물 한 방울 안 남기고 싹 비웠다니까!

돈뼈 국밥 클로즈업 사진
뽀얀 국물과 푸짐한 고명이 입맛을 돋운다.

같이 갔던 친구는 칼국수를 시켰는데, 이것도 맛이 괜찮더라고. 면발도 쫄깃쫄깃하고, 국물도 시원하니, 아이들이 먹기에도 딱 좋을 것 같아. 특히, 어린이 국밥은 큰 뼈 한 덩이가 들어가 있어서 아이들이 먹기에도 부담 없고, 국물도 자극적이지 않아서 안심하고 먹일 수 있겠더라.

돈뼈 국밥과 밥 한공기
갓 지은 따뜻한 밥과 함께 먹으면 꿀맛!

솔직히 처음에는 특이한 메뉴라서 맛이 어떨까 걱정도 좀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맛있어서 깜짝 놀랐어. 막 엄청나게 자극적인 맛은 아니지만, 은은하게 퍼지는 깊은 맛이 정말 일품이더라. 자극적인 맛 좋아하는 사람들은 조금 심심하게 느낄 수도 있겠지만, 나는 오히려 깔끔하고 담백한 맛이 더 좋았어.

밥 먹고 나오면서, 가게 벽에 붙어 있는 글귀를 봤는데, ‘미소지마지안(味笑至安)’이라고 쓰여 있더라. ‘맛있는 음식을 먹고 웃으면 편안해진다’라는 뜻인가 봐. 정말 맞는 말 같아. 맛있는 음식 먹고 나니, 괜히 기분도 좋아지고, 세상이 다 아름답게 보이는 것 같더라.

미소지마지안 글귀가 적힌 벽면
가게 벽면에 쓰여진 ‘미소지마지안’ 글귀.

장생포에 다시 오게 된다면, 억만고래집은 무조건 다시 들를 것 같아. 그때는 돈뼈국밥 말고 다른 메뉴도 한번 먹어봐야지. 아, 그리고 여기, 아이들이랑 같이 밥 먹으러 오기에도 참 좋은 곳이라는 거, 잊지 마!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장생포 풍경
저녁 노을이 아름다운 장생포. 맛있는 식사 후 산책하기에도 좋다.

장생포에서 맛있는 추억 만들고 싶다면, 억만고래집에 꼭 한번 들러봐.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그리운 사람들에게는, 특히 강추!

아참, 위생에 조금 더 신경 써주시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 같아. 놋그릇 겉면에 살짝 묻어있는 가루 같은 것들이 조금 아쉽더라. 하지만, 맛 하나는 정말 최고니까, 꼭 한번 방문해보길 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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