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으로 향하는 길, 굽이굽이 이어진 산길을 따라 차창 밖 풍경이 눈부시게 펼쳐졌다. 목적지는 합천읍, 그곳에 자리한 작은 중국 음식점, ‘적사부’였다. 합천 지역명에서 오랫동안 명성을 이어온 노포의 맛집이라고 했다. 미식가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이름, 중식 4대 문파의 셰프가 있는 곳이라는 이야기에 설렘을 감출 수 없었다.
어쩌면 나는 어린 시절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추억을 찾아 나섰는지도 모르겠다. 낡은 테이블에 앉아 후루룩 면을 삼키던 그 시절의 맛, 어른이 된 지금은 쉬이 찾을 수 없는 순수한 기쁨을 되찾고 싶었다. 적사부는 그런 기대를 품게 하기에 충분한 곳이었다.
합천읍에 들어서자 멀리서도 한눈에 들어오는 노란색 간판이 보였다. 붉은색 한자로 큼지막하게 쓰인 ‘적사부’라는 글자가 예스러움을 더했다. 가게 앞에는 이미 몇몇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11시 30분쯤 도착했는데도 웨이팅이 있다니, 역시 소문난 곳은 다르구나 싶었다.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을 서성이며 메뉴를 살펴보았다. 간짜장, 짬뽕, 탕수육… 흔한 메뉴들 사이에 ‘소고기탕면’이라는 독특한 이름이 눈에 띄었다. 곰탕의 불도장 업그레이드 버전이라는 설명에 호기심이 일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어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테이블은 이미 손님들로 가득 차 있었고, 분주하게 움직이는 직원들의 모습이 활기찼다. 벽에는 셰프님의 사진과 함께 화려한 경력이 적혀 있었다. 중식 4대 문파, 생활의 달인… 그 이름에 걸맞은 맛을 보여줄지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다시 한번 훑어보았다. 고민 끝에 간짜장과 탕수육(소), 그리고 소고기탕면을 주문했다. 혼자 먹기에는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이왕 온 김에 다양한 메뉴를 맛보고 싶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은 탕수육이었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 위로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탕수육 위에는 보라색 양배추와 오이, 당근이 앙증맞게 올라가 있어 먹음직스러움을 더했다. 한 입 베어 무니, 바삭한 튀김옷 안으로 촉촉한 돼지고기가 느껴졌다. 튀김옷은 마치 찹쌀 도넛처럼 쫄깃했고, 소스는 너무 달거나 시지 않아 딱 좋았다.
어떤 이는 탕수육이 옛날 방식의 튀김옷이라고 평하기도 했지만, 내 입맛에는 오히려 그런 점이 더 좋았다. 요즘 흔히 볼 수 있는 얇고 바삭한 탕수육과는 달리, 어릴 적 동네 중국집에서 먹던 푸짐하고 정겨운 탕수육의 맛이었다. 탕수육 소자는 혼자 먹기에 다소 많은 양이었지만, 멈출 수 없는 맛에 결국 접시를 깨끗하게 비워냈다.

다음으로 나온 것은 간짜장이었다. 면 위에는 윤기가 흐르는 검은 짜장 소스가 듬뿍 올려져 있었고, 그 위에는 앙증맞은 계란 프라이가 얹어져 있었다. 짜장 소스를 면에 부어 잘 비벼 한 입 맛보니, 독특한 향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일반적인 짜장면과는 다른, 묘하게 끌리는 맛이었다.
어떤 사람들은 이 독특한 향 때문에 호불호가 갈릴 수 있다고 했지만, 내 입맛에는 꽤나 괜찮았다. 짜장 소스는 너무 짜지 않았고, 면은 쫄깃했다. 특히 좋았던 점은 짜장 소스에 미원 같은 조미료가 덜 들어간 듯한 깔끔한 맛이었다. 먹고 나서도 입안이 텁텁하지 않고 개운했다.

마지막으로 나온 것은 소고기탕면이었다. 뽀얀 국물 위로 듬뿍 올려진 고명들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죽순, 청경채, 버섯, 그리고 튀긴 듯한 소고기가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겉보기에는 기름져 보였지만, 죽순과 청경채 덕분에 끝맛이 깔끔했다.
소고기탕면은 마치 맑은 짬뽕과도 같은 느낌이었다. 튀긴 듯한 소고기는 쫄깃했고, 죽순과 버섯은 톡톡 터지는 식감이 좋았다. 국물은 시원하고 개운해서 해장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어떤 이는 소고기에서 누린내가 난다고 했지만, 내 입맛에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깊고 풍부한 육향이 매력적이었다.

적사부에서 맛본 세 가지 요리는 모두 훌륭했다. 탕수육은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정겨운 맛이었고, 간짜장은 독특한 향이 매력적이었다. 소고기탕면은 깊고 진한 국물이 일품이었다. 특히, 중식 4대 문파 셰프의 손맛을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다는 점이 큰 매력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니, 어느덧 1시가 훌쩍 넘어 있었다. 점심시간이 되자 가게 앞은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볐다. 합천 맛집으로 소문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적사부는 단순한 중국 음식점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다만 아쉬운 점도 있었다. 워낙 유명한 곳이다 보니,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이 필수였다. 또한, 셰프님 혼자 요리를 하다 보니 음식이 나오는 데 시간이 다소 걸렸다. 하지만 친절한 서비스와 맛있는 음식 덕분에 기다림이 지루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합천에 다시 방문할 기회가 생긴다면, 적사부에 또 들러 이번에는 다른 메뉴들을 맛보고 싶다. 특히, 짬뽕과 칠리새우, 그리고 굴짬뽕이 궁금하다. 그때는 꼭 탕수육과 함께 다양한 요리를 즐겨봐야겠다.
적사부를 나서며, 어린 시절 짜장면 한 그릇에 담긴 추억을 다시금 떠올렸다. 어쩌면 맛있는 음식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것을 넘어, 마음까지 따뜻하게 채워주는 힘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합천에서의 맛있는 시간여행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합천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며 다음 여행을 기약했다. 그때는 꼭 가족들과 함께 적사부에 들러 맛있는 음식을 나누고 싶다. 합천의 숨겨진 중식 명가, 적사부에서의 특별한 경험을 그들과 함께 나누고 싶다.

적사부 방문 꿀팁:
* 웨이팅을 피하려면 점심시간을 피해서 방문하는 것이 좋다.
* 소고기탕면은 꼭 맛봐야 할 시그니처 메뉴다.
* 탕수육은 옛날 탕수육의 맛을 느낄 수 있다.
* 친절한 서비스는 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