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겨운 손맛이 그리울 때, 한림항 제주등대아구찜에서 맛보는 추억의 지역 맛집

제주도에 산 지 어언 10년, 웬만한 맛집은 다 꿰고 있다고 자부했는데, 블랙스톤cc에서 라운딩 마치고 캐디가 귀띔해준 아구찜 맛집이 글쎄, 아직 가보지 못한 곳이 있더라고. 이름하여 ‘제주등대아구찜’. 낡은 간판에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외관부터가 범상치 않았어.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인 거, 다들 알지?

가게 앞에 도착하니 좁은 골목길에 자리 잡고 있어서 주차는 주변 공터에 겨우 하고 들어갔어. 늦은 저녁 시간이었는데도 어찌나 손님이 많은지, 빈자리가 딱 하나 남아있더라니까. 운 좋게 기다림 없이 바로 앉을 수 있었지.

제주등대아구찜 가게 외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제주등대아구찜의 외관. 이런 곳이 진짜 맛집이라니까!

메뉴판을 보니 아구찜이랑 해물찜이 주력 메뉴인 듯했어. 둘 다 맛보고 싶었지만, 오늘은 아구찜이 더 땡기더라고. 둘이 먹기에는 소짜(38,000원)도 충분하다고 해서 그걸로 주문했지. 맵기는 4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데, 매운 걸 워낙 좋아해서 3단계로 부탁드렸어. 제일 매운맛은 주인장이랑 상의해야 한다니, 얼마나 매울까 상상만 해도 입에 침이 고이더라.

주문을 하고 나니 밑반찬이 하나둘씩 나오는데, 이야, 이것도 예사롭지가 않아. 따뜻한 미역국에 샐러드, 김치, 연근 조림까지. 특히 슴슴하게 무쳐낸 연근이 어찌나 맛깔나던지, 아구찜 나오기도 전에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였지.

해물찜을 먹기 좋게 손질하는 모습
해물찜에 문어를 추가하면 이렇게 먹기 좋게 손질까지 해주신다니, 감동!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구찜 등장! 소짜인데도 양이 어찌나 푸짐한지, 콩나물 탑이 무너질까 조심스러울 정도였어. 큼지막한 아구 살에 쫄깃한 껍데기, 향긋한 미나리까지 더해지니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돌더라.

젓가락으로 콩나물 한 움큼 집어 입에 넣으니,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네. 콩나물 특유의 비린 맛도 전혀 없고, 은은한 단맛까지 느껴지는 게 아주 신선해. 양념은 3단계로 시켰더니, 콧잔등에 땀이 송골송골 맺힐 정도로 매콤하더라고. 캡사이신 팍팍 넣은 인위적인 매운맛이 아니라, 청양고추의 깔끔한 매운맛이라서 더 좋았어.

아구 살은 또 어떻고.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부드럽게 떨어져 나오는데, 입에 넣으니 사르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퍽퍽한 냉동 아구가 아니라, 진짜 생아구를 쓰시는 게 분명해. 쫄깃한 껍데기 부분은 씹는 재미가 있고, 고소한 아구 간은 입안 가득 풍미를 더해주지.

푸짐한 아구찜 한 상차림
푸짐한 아구찜 한 상 차림. 보기만 해도 군침이 싹 도는 비주얼!

매운 아구찜 먹다가 입안이 얼얼해질 때쯤, 시원한 미역국 한 숟갈 떠먹으면 그 또한 천상의 맛이지. 슴슴한 미역국이 매운맛을 중화시켜주면서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야.

아무리 배가 불러도 볶음밥은 절대 포기할 수 없지. 남은 아구찜 양념에 김가루, 날치알 듬뿍 넣고 볶아주시는 볶음밥(2,000원)은 진짜 마성의 맛이야. 톡톡 터지는 날치알의 식감에 고소한 김가루, 매콤한 양념이 어우러지니, 배부른 줄도 모르고 계속 숟가락이 가더라고. 특히, 아구찜 양념을 살짝 더 넣고 비벼 먹으면, 이야, 이건 진짜 말로 표현할 수 없는 행복한 맛이야.

김가루, 날치알 듬뿍 들어간 볶음밥
볶음밥에 김가루와 날치알이 듬뿍! 이 맛은 정말 잊을 수 없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을 드러낸 볶음밥. 배는 터질 듯 불렀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더라. 계산하고 나오면서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인사를 드렸더니, 주인 할머니께서 활짝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 하시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정겹던지.

제주등대아구찜은 화려한 인테리어나 세련된 분위기는 아니지만, 푸근한 인심과 정겨운 맛으로 승부하는 곳이야.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것처럼 편안한 분위기에서 맛있는 아구찜을 즐길 수 있지. 제주도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화려한 해산물 요리도 좋지만, 가끔은 이렇게 소박하고 정겨운 음식이 더 끌리는 법이거든.

볶음밥 확대 사진
볶음밥은 선택이 아닌 필수! 남은 양념에 비벼 먹으면 천상의 맛.

아, 그리고 여기는 도민들 사이에서 입소문 난 제주 향토 음식점이라서, 식사시간에는 웨이팅이 있을 수도 있다는 거 잊지 마. 특히, 전현무 씨가 다녀간 후로는 더 유명해져서 줄 서는 건 각오해야 할 거야. 하지만, 기다린 보람이 충분히 있을 만큼 맛은 보장하니,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할게.

참, 아쉬운 점도 아주 없는 건 아니야. 가게가 오래된 탓인지, 화장실이나 세면대 같은 시설은 좀 낡았더라고. 특히 세면대 물이 바닥으로 그대로 흘러내리는 건 좀 불편했어. 하지만, 맛 하나는 정말 최고니까,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을 거야.

제주등대아구찜에서 맛있는 아구찜 먹고 나오니, 어릴 적 엄마가 해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떠오르더라. 화려하진 않지만, 정성 가득한 손맛이 느껴지는 그런 맛. 제주도 여행 중에 진정한 제주의 맛을 느끼고 싶다면, 제주등대아구찜에 꼭 한번 들러보세요. 후회하지 않으실 겁니다.

제주등대아구찜 간판
정겨운 분위기의 제주등대아구찜 간판. 오랜 세월을 간직한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아참, 문어 좋아하는 사람들은 아구찜에 문어 추가해서 먹어봐. 수족관에서 바로 잡아 넣어주시는데, 어찌나 싱싱한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니까. 그리고 콩나물 좋아하는 사람들은 더 달라고 하면 푸짐하게 더 주시니, 걱정 말고 맘껏 드시라!

오늘도 배부르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할머니!

아구찜 클로즈업
매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아구찜. 콩나물과 미나리의 조화가 예술이다.
제주등대아구찜 골목길
골목길에 위치한 제주등대아구찜. 찾기 힘들 수 있으니, 눈 크게 뜨고 찾아보세요!
식당 내부 풍경
정겨운 분위기의 식당 내부.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다.
저녁에 찍은 가게 전경
어둑한 저녁, 불을 밝힌 제주등대아구찜의 모습은 더욱 정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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