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퇴근길 발걸음은 자연스레 마포역 근처, 짚으로 엮은 지붕이 인상적인 “나루”라는 술집으로 향했다. 낡은 카메라로 찍은 듯한 빛바랜 간판이 정겹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으로 문을 열고 들어섰다.

내부는 활기 넘치는 분위기로 가득했다. 퇴근 후 동료들과 술잔을 기울이는 직장인들의 웃음소리가 정겹게 울려 퍼졌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 않아 옆 테이블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들려오는, 북적거리는 술집 특유의 분위기였다. 조용한 대화를 원하는 사람에게는 다소 시끄럽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나는 이런 활기찬 분위기가 싫지 않았다. 오히려 술맛을 돋우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찜, 전골, 전 등 막걸리나 동동주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안주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히 시선을 끈 것은 ‘슬러시 나루주’. 옥수수 막걸리도 있었지만, 이곳의 대표 메뉴인 듯했다.
고민 끝에 닭찜과 슬러시 나루주를 주문했다. 잠시 후, 기다리던 슬러시 나루주가 나왔다. 살얼음이 동동 떠 있는 모습이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한 모금 들이켜니, 막걸리 두 종류를 섞어 슬러시로 만든 듯한 독특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동동주 특유의 깊은 풍미는 덜했지만, 시원하고 청량한 맛이 더운 날씨에 지친 나에게 활력을 불어넣어 줬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닭찜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붉은빛을 띠는 양념이 식욕을 자극했다. 흔히 먹던 간장 베이스나 매콤한 닭볶음탕과는 전혀 다른, 코다리 양념과 비슷한 독특한 스타일이었다. 마치 후라이드 치킨과 양념 치킨만 존재하던 세상에 뿌링클 치킨이 등장했을 때의 신선한 충격이랄까. 닭고기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생각보다 닭찜과 소스의 조화가 훌륭했다. 맵지 않으면서도 감칠맛이 느껴지는 양념이 닭고기의 풍미를 한층 끌어올렸다.

닭찜을 먹는 동안, 문득 만두전골 맛은 어떨까 궁금해졌다. 다음에는 꼭 만두전골에 도전해 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고기만두와 해물만두가 함께 들어간다고 하니, 그 풍성한 맛이 벌써부터 기대된다.
며칠 후, 송년회 모임으로 다시 마포나루를 찾았다. 이번에는 6명이 함께였다. 넓은 실내에 테이블이 빽빽하게 들어서 있었고, 우리는 둥근 원탁에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6명이 앉기에는 다소 비좁았고, 워낙 시끄러운 탓에 옆 사람의 말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다.

이번에는 굴탕과 모듬전을 주문했다. 굴탕은 솔직히 실망스러웠다. 내가 직접 끓여도 이보다는 맛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모듬전은 평범한 맛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술을 마시던 중, 9시 주문 마감이라는 안내를 받았다. 6명이서 소주 3병을 비우고 4병째를 주문하려던 참이었는데, 주문이 안 된다고 했다. 주문 마감 시간을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 우리의 잘못도 있지만, 미리 안내라도 해줬더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았다. 결국 남은 술을 아껴 마시며 1시간을 버텨야 했다.
마포나루는 위치가 좋은 덕분에 항상 손님들로 북적거린다. 장사가 잘 되는 것은 좋지만, 고객에게 조금 더 신경 써줬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만약 위치가 좋지 않았다면 이렇게까지 인기가 많았을까 하는 생각도 잠시 스쳤다.

하지만 닭찜의 특별한 맛은 잊을 수 없다. 코다리 양념처럼 매콤하면서도 감칠맛 도는 그 독특한 소스는, 다른 곳에서는 맛볼 수 없는 마포나루만의 매력이었다. 다음에는 꼭 만두전골과 다른 메뉴들도 맛봐야겠다.

마포 “나루”는 완벽한 곳은 아니지만, 분명 특별한 매력이 있는 곳이다.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안주와 술을 즐기며 하루의 피로를 풀 수 있는 곳. 다음에 또 방문하고 싶다. 그 때는 조금 더 조용한 자리에 앉아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