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에 볼일이 있어 나섰다가, 점심때가 되니 슬슬 배가 고파오더라고.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 동네 사람들이 추천하는 밥집이 있다기에 찾아가 봤지. 낡은 기와집에 “넉넉한 집밥”이라고 큼지막하게 쓰인 간판이 정겹게 맞아주는데,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한 느낌이더라. 문을 열고 들어서니, 구수한 된장찌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게, 아, 제대로 찾아왔구나 싶었어.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훑어보니, 한방등뼈탕, 묵은지등뼈전골, 뼈찜 등등… 웬걸, 죄다 내가 좋아하는 것들 뿐이잖아! 뭘 먹을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결국 주인아주머니께 제일 잘 나가는 메뉴를 여쭤봤지. 아주머니 왈, “우리 집은 묵은지등뼈전골이 최고지! 푹 익은 묵은지에 등뼈 넣고 끓이면, 그 맛이 아주 기가 막혀!” 하시는데, 그 말에 홀린 듯 묵은지등뼈전골을 시키고 말았어.

주문을 하고 나니, 밑반찬이 하나둘씩 나오기 시작하는데, 이야… 반찬 인심이 어찌나 후한지! 깍두기, 오이무침, 콩나물무침 등등, 하나같이 집에서 직접 만든 듯한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쫙 깔리는데, 전라도 인심이 이런 건가 싶더라. 특히 깍두기는 어찌나 시원하고 아삭한지, 전골이 나오기도 전에 밥 한 숟갈을 뚝딱 비워버렸지.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묵은지등뼈전골이 나왔어. 커다란 냄비에 묵은지, 등뼈, 큼지막한 두부, 당면 사리까지 푸짐하게 담겨 나오는데, 그 비주얼에 입이 떡 벌어지더라. 묵은지의 깊은 맛과 등뼈의 고소한 향이 코를 찌르는데, 아, 이건 맛이 없을 수가 없겠구나 싶었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전골을 보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국물부터 한 숟갈 떠먹어 봤지. 캬…! 진하고 깊은 묵은지의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데, 정말이지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이 속을 확 풀어주는 게, 어제 마신 술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었어.
묵은지도 어찌나 푹 익었는지, 입에 넣자마자 스르륵 녹아 없어지는 듯했어. 질긴 부분 하나 없이 부드러운 묵은지는, 정말이지 예술이었지. 묵은지 특유의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그대로 살아있는데, 이거야말로 제대로 된 묵은지구나 싶더라.
등뼈에 붙은 살도 어찌나 부드러운지, 젓가락으로 살짝만 건드려도 뼈에서 쏙 빠져나왔어. 큼지막한 살점을 묵은지에 싸서 먹으니, 세상에 이런 맛이 또 있을까 싶더라.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살코기는,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어. 돼지 특유의 잡내는 하나도 없고,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지.

전골에 들어있는 당면 사리도 빼놓을 수 없지. 쫄깃쫄깃한 당면은, 매콤한 국물을 듬뿍 머금고 있어서 정말 맛있었어. 후루룩, 후루룩, 면치기를 하는 재미도 쏠쏠하더라. 당면을 다 먹고 나니, 국물이 너무 맛있어서 밥까지 말아먹고 싶어지더라고.
결국 밥 한 공기를 추가해서 국물에 슥슥 비벼 먹었는데, 이야…! 이건 정말이지 천상의 맛이었어.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국물이 밥알 하나하나에 스며들어, 입안에서 춤을 추는 듯했지. 밥 한 숟갈 뜨면, 저절로 고향 생각이 나는 그런 맛이었어.
정신없이 묵은지등뼈전골을 먹고 나니, 배가 터질 듯이 불렀어. 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운 마음이 들어서, 볶음밥을 하나 시켜봤지. 남은 국물에 밥, 김치, 김가루 등을 넣고 볶아주는데, 그 냄새가 어찌나 고소한지! 볶음밥이 나오자마자 숟가락을 들고 달려들었어.

역시, 볶음밥은 진리야! 살짝 눌어붙은 밥알의 고소함과 김치의 아삭함이 어우러져, 정말 꿀맛이었어. 배가 부른데도 불구하고, 숟가락을 놓을 수가 없더라. 볶음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니,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가 지어졌지.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더니, 주인아주머니께서 환하게 웃으시면서 “맛있게 드셨어요?” 하고 물으시더라. “아이고, 아주머니! 정말 너무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덕분에 배부르고 따뜻하게 점심 먹고 갑니다.” 하고 인사를 드렸지. 아주머니께서는 “다음에 또 오세요!” 하시면서, 손을 흔들어 주셨어.
가게를 나서면서,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맛있는 음식도 음식이지만, 주인아주머니의 푸근한 인심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아. 무주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서 묵은지등뼈전골을 먹어야겠다고 다짐했지. 아, 그리고 다음에는 뼈찜도 한번 먹어봐야겠어. 옆 테이블에서 먹는 걸 보니, 어찌나 맛있어 보이던지!
이 집, 정말 무주 지역 사람만 아는 맛집인가봐. 나만 알고 싶은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지만, 그래도 좋은 건 나눠야 하니까! 무주에 놀러 갈 일 있다면, 꼭 한번 들러서 묵은지등뼈전골의 참맛을 느껴보길 바라. 후회는 절대 없을 거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