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외할머니 댁에 가면 툇마루에 앉아 멍하니 밖을 바라보곤 했었지. 해 질 녘 노을이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이고, 밥 짓는 연기가 뭉게뭉게 피어오르던 그 풍경 말이야. 오늘 찾아간 안산 팔곡동의 식당은 마치 그때 그 시절 외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지는 곳이었어.
네비게이션 따라 굽이굽이 시골길을 달려 도착한 식당은, 넓은 주차장이 맘에 쏙 들었어. 차에서 내리니 풋풋한 풀 내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게, 도시에서 찌든 내 마음까지 정화되는 기분이랄까. 식당 앞 텃밭에는 갖가지 채소들이 싱싱하게 자라고 있었는데, 이걸 보니 ‘아, 여기는 진짜 제대로 된 곳이구나’ 하는 믿음이 팍! 하고 생기더라.

문을 열고 들어서니, 홀은 꽤 넓었어. 테이블마다 놓인 나무 의자가 정겹고, 천장에 매달린 초록 식물들이 생기를 더해주는 게, 편안한 분위기였지.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는데도 손님들이 꽤 많더라고. 역시 맛있는 집은 다들 알아본다니까. 벽에 붙은 메뉴판을 보니 오리 요리가 주력인 듯했지만, 오늘은 왠지 푸짐한 나물 반찬이 땡겨서 산채정식을 시켰어. 그것도 고등어구이 산채정식으로!

주문을 마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반찬들이 쫙 깔리기 시작하는데, 이야…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이 딱 맞더라. 쟁반 가득 담긴 나물들을 보는 순간, 나도 모르게 탄성이 나왔어.

쌉쌀한 맛이 매력적인 취나물, 고소한 참기름 향이 솔솔 나는 콩나물, 아삭아삭한 식감이 살아있는 무생채…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어. 특히 갓 담근 듯한 겉절이는 어찌나 맛깔나던지! 젓가락이 쉴 새 없이 움직이더라.

나물들을 조금씩 맛보고 있으니,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고등어구이가 나왔어.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고등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게,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 기름기가 좔좔 흐르는 고등어 살을 젓가락으로 툭 떼어 따끈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았어.
상추쌈도 빼놓을 수 없지. 텃밭에서 직접 키운 상추라 그런지, 어찌나 부드럽고 신선하던지! 상추에 밥, 고등어, 그리고 갖가지 나물들을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서 입에 넣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더라.

특히 좋았던 점은, 반찬을 마음껏 리필해 먹을 수 있다는 거였어. 워낙에 나물 반찬을 좋아하는 나로서는, 눈치 안 보고 맘껏 가져다 먹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 김치도 직접 담근 김치라 그런지, 시원하고 칼칼한 게 정말 밥도둑이었어.

정말 배가 터지도록 먹었는데도, 왠지 모르게 속이 편안한 느낌이었어. 자극적인 조미료 맛이 아니라, 자연 그대로의 맛을 살린 건강한 밥상이라 그런가 봐. 식사를 마치고 나니, 어릴 적 외할머니가 해주시던 따뜻한 밥상이 떠오르면서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어.

참, 식당 한쪽 벽에는 허영만 화백의 사인이 걸려 있더라. ‘백반기행’에도 나왔던 맛집이라니, 역시 내 입맛은 틀리지 않았어! 게다가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덕분에 더 기분 좋게 식사를 할 수 있었어.
나오는 길에는 식당 마당에 마련된 쉼터에서 커피 한 잔을 마시면서 잠시 쉬어갔어. 따뜻한 햇볕 아래, 시원한 바람을 맞으니 세상 근심이 다 사라지는 기분이었지.
아, 그리고 메뉴판을 보니 포장도 된다고 하니, 나중에 반찬만 따로 포장해서 먹어도 좋을 것 같아. 집에서 엄마 밥 생각날 때, 여기 반찬 꺼내 먹으면 딱이겠다 싶었지.

다음에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기분 좋게 식당 문을 나섰어. 안산 팔곡동에 숨겨진 보석 같은 맛집, 여기는 정말 나만 알고 싶은 곳이지만, 좋은 건 나눠야 하니까! 여러분께도 자신 있게 추천할게. 꼭 한번 들러서 푸근한 인심과 맛있는 음식에 흠뻑 빠져보시라!

아참, 여기 오실 땐 꼭 배를 비워두고 오시게! 안 그럼 이 맛있는 음식들을 다 못 먹고 가는 불상사가 생길지도 모르니까. 그리고 주말에는 손님이 많으니, 미리 전화로 예약하는 것도 잊지 말고! 자, 그럼 다들 맛있는 식사 하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