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콧바람 좀 쐬러 안성으로 향했어. 뭘 먹을까, 어디가 좋을까, 고민하다가 친구가 강력 추천한 안성의 숨은 맛집, ‘담너머집’을 찾아갔지. 이름부터가 정겹잖아? 왠지 시골 할머니 댁에 밥 먹으러 가는 기분이랄까.
꼬불꼬불 골목길을 지나 드디어 ‘담너머집’ 발견! 나무로 된 담벼락에 큼지막하게 쓰여진 가게 이름이 눈에 확 들어오더라. 마치 비밀의 정원으로 들어가는 듯한 설렘이랄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아늑하고 편안한 분위기였어.

벽에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낙서와 메모들이 가득 붙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읽어보는 재미가 쏠쏠하더라고. 다들 이 집 밥맛에 푹 빠졌는지 칭찬 일색이었어. 메뉴판을 보니 가정식 백반부터 김치찌개, 된장찌개, 제육볶음 등등, 딱 내가 좋아하는 메뉴들만 있더라! 뭘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역시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제육볶음을 2인분 시켰지.
“이모! 제육볶음 2인분 주세요!”
주방을 향해 큰 소리로 외치니, 인상 좋으신 이모님께서 “아이고, 어서 와! 맛있게 해줄게!” 하시면서 반갑게 맞아주시더라고. 역시, 이런 푸근한 인심이 바로 시골 밥상의 매력이지.
주문을 하고 나니, 순식간에 상이 꽉 차도록 푸짐한 반찬들이 쫙 깔리는 거 있지. 콩나물, 김치, 나물, 멸치볶음… 하나하나 직접 만드신 손맛이 느껴지는 반찬들이었어. 특히 김치가 어찌나 맛있던지! 묵은지 특유의 깊은 맛이 제대로 우러나오는 게, 완전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제육볶음 등장! 큼지막한 접시에 빨갛게 양념된 제육볶음이 산처럼 쌓여 나오는데, 그 양에 입이 떡 벌어질 수밖에 없었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꿀꺽 넘어갔지. 돼지고기는 비계가 적고 살코기가 두툼해서 씹는 맛이 아주 좋았어.

한 입 먹어보니,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맛! 매콤달콤한 양념이 돼지고기 속까지 쏙 배어 있어서 정말 꿀맛이었어. 너무 달기만 한 제육볶음은 질색인데, 여기는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감칠맛이 나서 자꾸만 손이 가더라고. 쌈 채소도 어찌나 푸짐하게 주시는지, 상추에 제육볶음이랑 밥이랑 쌈장 넣고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기분이었어.
특히 좋았던 건, 느끼함이 전혀 없다는 거였어. 비계가 적은 부위를 사용해서 그런지, 먹고 나서도 속이 더부룩하거나 니글거리지 않아서 좋았어. 계속 먹어도 질리지 않는 깔끔한 맛이랄까.
밥도 그냥 흰쌀밥이 아니라, 갓 지은 밥처럼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찰기가 넘쳐서 정말 맛있었어. 2인분을 시켰는데 밥을 3공기나 주시는 인심에 감동! 역시 시골 인심은 알아줘야 한다니까. 밥 한 숟갈에 제육볶음 한 점 올려 먹으면, 그야말로 꿀맛!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어.

제육볶음뿐만 아니라, 같이 나오는 찌개도 정말 예술이었어. 된장찌개인지 김치찌개인지, 매번 바뀌는 것 같았는데, 내가 갔을 때는 된장찌개가 나왔어. 구수한 된장 향이 코를 찌르고, 안에 들어간 두부랑 야채도 듬뿍듬뿍! 간이 살짝 강하긴 했지만, 밥이랑 같이 먹으니 딱 좋더라고. 뜨끈한 찌개 한 숟갈 뜨면, 온몸이 사르르 녹는 기분이었어.
반찬들도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느껴졌어. 슴슴한 나물들은 입맛을 돋우고, 아삭한 김치는 느끼함을 잡아주고. 특히 고등어구이가 반찬으로 나오는 게 정말 특이했어. 짭짤하게 구워진 고등어 살을 발라서 밥 위에 얹어 먹으니, 완전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
먹다 보니 배가 터질 지경이었지만, 너무 맛있어서 젓가락을 놓을 수가 없었어. 진짜 가격 대비 최고의 만찬이라고 할까. 요즘 8천 원으로 제대로 된 밥 한 끼 먹기 힘든데, 여기서는 정말 푸짐하게 배불리 먹을 수 있으니, 완전 혜자스러운 밥집이지.
다 먹고 나니, 이모님께서 후식으로 귤이랑 요구르트까지 챙겨주시더라고. 아이고, 이 인심에 내가 감동을 안 받을 수가 있나. 냉장고에는 어렸을 때 먹던 쭈쭈바 아이스크림도 있어서 하나 들고 나왔어. 어릴 적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맛이었지.

계산을 하려고 보니, 물은 셀프고, 손님이 많을 때는 결제도 셀프로 해야 한다고 하더라고. 뭐, 이 정도는 충분히 감수할 수 있지. 이렇게 푸짐하고 맛있는 밥을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데, 그 정도 불편함이야 아무것도 아니지.
참, 여기는 특이하게 40세 이상 어른들만 술을 마실 수 있다고 하더라고. 학생들은 술은 안 된다는 이모님의 철칙! 그리고 음료는 따로 팔지 않으니, 밖에서 사가지고 들어가야 해. 테이블 위에 귤이 놓여 있는데, 양심껏 알아서 까먹으면 돼. 이런 소소한 규칙들이 오히려 정겹게 느껴지는 건 왜일까.
‘담너머집’, 왜 다들 칭찬하는지 알겠더라.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따뜻한 정과 푸근한 인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었어. 마치 고향에 온 듯한 편안함과 푸짐한 밥상에, 절로 기분이 좋아지더라고.

안성에 살면 정말 자주 찾아갈 것 같아. 자취하는 학생들, 집밥이 그리운 사람들, 주머니 사정이 가벼운 사람들에게는 정말 빛과 소금 같은 곳이지. 33년 동안 먹어본 한식집 중에 최고라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다니, 말 다 했지.
나오는 길에 이모님께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 다음에 또 올게요!” 하고 인사를 드렸더니, 환한 미소로 “그래, 또 와! 기다릴게!” 하시는데, 왠지 모르게 뭉클해지더라고.

안성에 간다면, 꼭 한번 ‘담너머집’에 들러봐. 후회하지 않을 거야. 엄마 손맛이 그리운 당신에게,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한 끼를 선물해줄 테니까.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정겨운 맛을 느껴보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