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에서 맛보는 구의동 할아버지 손두부, 아차산 등반 후 꿀맛같은 서울 맛집

어느덧 완연한 초여름의 문턱, 며칠 전부터 벼르던 아차산 등반에 나섰다. 푸르른 녹음이 짙어가는 숲길을 따라 오르다 보니 어느새 이마에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혔다. 정상에 서서 서울 시내를 굽어보는 풍경은 언제나 가슴을 탁 트이게 한다. 하지만 등산의 진짜 목적은 따로 있었으니… 바로 아차산 등반객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자자한 두부 맛집, ‘원조할아버지손두부’에서 갓 만든 따끈한 두부와 시원한 막걸리를 맛보는 것이었다.

하산길, 발걸음은 이미 ‘원조할아버지손두부’로 향하고 있었다. 낡은 벽돌 건물에 걸린 간판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원조할아버지손두부 가게 전경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외관이 맛에 대한 기대를 높인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10명 남짓한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다. 기다리는 동안 메뉴를 미리 정해두기로 했다. 이곳의 대표 메뉴는 모두부와 순두부. 콩국수도 맛있다는 평이 많았지만, 오늘은 따끈한 두부에 집중하기로 했다.

15분쯤 기다렸을까,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등산복 차림의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두부에 막걸리를 기울이는 모습이 정겨웠다.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오히려 이런 북적거림이 노포 특유의 매력을 더하는 듯했다.

자리에 앉자마자 모두부와 순두부를 하나씩 주문했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막걸리! 냉장고 문을 열자, 형형색색의 막걸리들이 나란히 줄지어 있었다. 곰취 막걸리, 배다리 막걸리, 지평 막걸리 등 종류가 어찌나 다양한지, 마치 막걸리 박물관에 온 듯한 기분이었다. 고민 끝에, 평소 즐겨 마시던 배다리 막걸리를 골랐다. 모든 막걸리가 3천 원이라는 착한 가격 또한 마음에 쏙 들었다.

모두부 한 상 차림
두부와 곁들여 먹을 수 있는 김치, 깍두기, 새우젓이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잠시 후,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두부가 먼저 나왔다. 큼지막하게 썰린 두부의 뽀얀 자태가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겉면은 탄탄해 보였고, 속은 촉촉할 것만 같았다. 곁들여 나온 반찬은 배추김치, 깍두기, 그리고 새우젓. 특히 눈길을 끈 것은 새우젓이었다. 젓국물을 짜낸 새우젓에 고춧가루와 깨, 참기름 등을 넣어 무쳐낸 듯한 양념이 보기만 해도 군침을 삼키게 했다.

두부 한 점을 집어 새우젓을 살짝 올려 입으로 가져갔다. 입안에 넣는 순간, 탄탄한 겉면이 부드럽게 부서지면서 고소한 두부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져나갔다.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새우젓은 두부의 맛을 한층 끌어올려 주었다. 이 집 새우젓, 정말 비법을 배우고 싶을 정도로 대단한 맛이었다!

큼지막하게 썰린 모두부
탄탄한 식감과 고소한 맛이 일품인 모두부.

이어서 순두부가 나왔다. 뚝배기 가득 담긴 순두부는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부터가 시선을 사로잡았다. 뽀얀 국물 속에 숨어있는 순두부는 몽글몽글한 질감이 그대로 느껴졌다. 순두부에는 양념간장, 잘게 썬 고추, 김치, 깍두기, 무생채가 함께 나왔다.

숟가락으로 순두부를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세상에! 이렇게 부드러운 순두부는 처음이었다. 마치 두부 푸딩을 먹는 듯한 느낌이랄까. 입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순두부는 고소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양념간장을 살짝 넣어 간을 맞추니 감칠맛이 확 살아났다.

순두부 한 상 차림
따뜻하고 부드러운 순두부는 양념장과 함께 먹으면 더욱 맛있다.

모두부와 순두부를 번갈아 맛보며, 막걸리 잔도 비워나갔다. 등산으로 지친 몸에 시원한 막걸리가 들어가니, 피로가 싹 가시는 듯했다. 배다리 막걸리 특유의 청량감과 은은한 단맛은 두부와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내고, 접시에는 두부 몇 점만이 남아 있었다. 아쉬운 마음에 공기밥을 추가했다. 따끈한 밥에 무생채를 듬뿍 넣어 비벼 먹으니, 이것 또한 꿀맛이었다. 특히 무생채는 익숙한 듯하면서도 살짝 달콤한 맛이 느껴져 자꾸만 손이 갔다.

지평 막걸리
다양한 종류의 막걸리를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이다.

계산을 하려고 보니, 가격이 정말 착했다. 모두부 7,000원, 순두부 4,000원, 막걸리 3,000원, 공기밥 1,000원. 모든 메뉴를 다 시켜도 3만원이 넘지 않는 가격이라니,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보기 드문 가성비 맛집이었다. 게다가 모든 재료를 국내산만 사용한다니, 더욱 믿음이 갔다.

배부른 배를 두드리며 가게 문을 나섰다. 나오면서 보니, 입구에는 비지가 무료로 제공되고 있었다. 인심 좋은 사장님의 마음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두부와 막걸리 덕분이기도 했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근한 인심 덕분이었던 것 같다.

‘원조할아버지손두부’는 단순한 식당이 아닌, 아차산의 추억과 정을 느낄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앞으로 아차산에 갈 때마다 꼭 들러야 할 나만의 아지트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콩국수도 맛봐야겠다. 등산을 좋아한다면, 아차산 ‘원조할아버지손두부’에 꼭 한번 방문해보길 강력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모두부 확대 사진
두부 한 점에 담긴 정성이 느껴지는 맛.
두부와 곁들여 먹는 반찬들
두부와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는 반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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