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에서 만나는 작은 일본, 야젠에서 맛보는 추억과 낭만의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종로5가역 지역명 골목길을 걷는 발걸음은 설렘으로 가득 찼다. 오늘 향할 곳은 켜켜이 쌓인 추억과 낭만이 녹아있는 듯한 공간, 바로 야젠이었다. 며칠 전부터 친구와 약속했던 터라, 퇴근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렸는지 모른다. 낡은 듯 정겨운 간판이 나를 맞이하는 순간,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문을 열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일본 특유의 활기찬 분위기가 온몸을 감쌌다. 나무 내음과 은은한 조명이 어우러진 공간은, 마치 내가 일본의 어느 작은 이자카야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천장에는 붉은 색의 提灯(ちょうちん, 초롱)이 매달려 있고, 벽면에는 일본 풍의 포스터와 소품들이 빼곡하게 장식되어 있었다. J-POP 선율이 공간을 채우며, 낯선 듯 익숙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자카야 야젠의 내부 모습. 나무 테이블과 의자, 일본풍 소품과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이자카야 야젠의 내부 모습. 나무 테이블과 의자, 일본풍 소품과 조명이 아늑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자리를 잡고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꼬치, 나베, 볶음, 튀김 등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뭘 먹어야 할지 고민하며 메뉴판을 정독하는 사이, 기본 안주가 나왔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맥주를 부르는 듯했다.

고심 끝에 모둠 꼬치와 나가사키 짬뽕 나베를 주문했다. 잠시 후, 눈 앞에 펼쳐진 꼬치들의 향연은 감탄을 자아내게 했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꼬치들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닭, 돼지, 소, 야채 등 다양한 종류의 꼬치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모둠 꼬치의 클로즈업 사진. 다양한 종류의 꼬치들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있다.
모둠 꼬치의 클로즈업 사진. 다양한 종류의 꼬치들이 먹음직스럽게 구워져 있다.

가장 먼저 닭꼬치를 맛보았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닭고기는, 입 안에서 살살 녹았다. 은은하게 퍼지는 숯불 향은 풍미를 더했고, 짭짤한 소스는 감칠맛을 돋우었다. 닭껍질 꼬치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우러나와, 멈출 수 없는 젓가락질을 불러일으켰다. 염통 꼬치는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이 매력적이었다. 잡내 없이 깔끔한 맛은, 신선한 재료를 사용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었다.

돼지고기 꼬치는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특히, 파와 함께 구워진 돼지고기 꼬치는 향긋한 파 향이 돼지고기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더욱 맛있었다. 소고기 꼬치는 부드러운 육질과 풍부한 육즙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었다. 입 안 가득 퍼지는 소고기의 풍미는, 나를 행복감에 젖게 만들었다.

꼬치를 하나씩 맛보는 사이, 나가사키 짬뽕 나베가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에 푸짐하게 담긴 해산물과 야채는, 보기만 해도 배가 불렀다. 하얀 국물 위로 붉은 고추가루가 뿌려져 있어, 칼칼한 맛을 기대하게 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깊고 진한 해물 맛이 입 안 가득 퍼졌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꼬치와 함께 먹으니 더욱 맛있었다. 면발은 쫄깃했고, 해산물은 신선했다. 특히, 홍합, 새우, 오징어 등 다양한 해산물이 푸짐하게 들어 있어, 골라 먹는 재미가 있었다.

나가사키 짬뽕 나베의 모습. 해산물과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간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나가사키 짬뽕 나베의 모습. 해산물과 야채가 푸짐하게 들어간 모습이 먹음직스럽다.

이야기가 무르익어갈 즈음, 생맥주를 추가로 주문했다. 야젠의 생맥주는 특히 맛있기로 유명하다. 잔에 가득 담긴 맥주는, 보기만 해도 시원했다. 목넘김이 부드럽고 청량감이 뛰어난 생맥주는, 꼬치와 나베의 맛을 더욱 돋보이게 했다.

생맥주 두 잔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모습. 시원한 맥주가 갈증을 해소해 줄 것 같다.
생맥주 두 잔이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모습. 시원한 맥주가 갈증을 해소해 줄 것 같다.

야젠에서는 꼬치와 나베 외에도 다양한 메뉴들을 맛볼 수 있다. 특히, 야끼소바와 오코노미야끼는 인기 메뉴 중 하나이다. 야끼소바는 쫄깃한 면발과 아삭한 야채가 어우러져 훌륭한 식감을 자랑한다. 오코노미야끼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겉바속촉의 정석을 보여준다.

돼지고기 꼬치의 모습.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있다.
돼지고기 꼬치의 모습.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있다.

야젠은 음식 맛뿐만 아니라 분위기도 훌륭하다.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는, 술 한 잔 기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한, 직원들의 친절한 서비스는, 야젠을 다시 찾게 만드는 이유 중 하나이다. 종로에서 일본 감성을 느끼고 싶다면, 야젠을 방문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친구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덧 밤이 깊어 있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가게 문을 나섰다. 밖은 여전히 쌀쌀했지만, 내 마음은 따뜻함으로 가득 차 있었다. 야젠에서의 저녁 식사는, 단순한 식사를 넘어,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 같다. 다음에 또 방문해서, 그 때 못 먹어본 메뉴들을 섭렵해봐야지.

야젠 외부의 모습
야젠 외부의 모습
테이블 위에 놓인 꼬치와 맥주
테이블 위에 놓인 꼬치와 맥주
맥주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
맥주잔을 들고 건배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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