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둑한 골목길, 낡은 간판에서 풍기는 세월의 흔적. 이런 곳에 진짜 맛집이 숨어있는 법이지. 종로3가, 그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익선동 초입까지 들어가면 찐~한 내공이 느껴지는 한식 주점, ‘호반’이 있어. 간판부터가 ‘나 맛집’이라고 온몸으로 외치는 듯한 분위기랄까. 퇴근하자마자 곧장 달려갔지. 이런 곳은 무조건 예약 필수!
문을 열고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건, ‘아, 여기 진짜다’라는 느낌. 왁자지껄한 소리, 정겨운 분위기. 테이블 간 간격은 좁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옆 테이블 사람들과 어깨를 부딪히며 정을 나누는, 그런 묘한 매력이 있더라니까. 평일 저녁인데도 어찌나 사람이 많던지, 역시 입소문은 무시 못 해. 50대 이상 어르신들부터 퇴근한 직장인들까지, 다양한 연령대가 한데 모여 술잔을 기울이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어.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편안함이 느껴졌지.
일단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어. 뭘 먹어야 잘 먹었다 소문이 날까? 고민 끝에, 여기 시그니처라는 병어찜이랑 모듬 순대를 주문했지. 그리고 놓칠 수 없는 계절 메뉴, 서산 강굴까지! 굴은 못 참지~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밑반찬이 쫙 깔리기 시작하는데… 이야, 이거 완전 밥도둑 아니 술도둑이야. 콩나물무침, 오이지, 꽁치조림, 시금치, 겉절이, 물김치…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이는 게, 딱 엄마가 해주는 집밥 느낌이랄까. 특히, 커다란 사발에 담겨 나온 시원한 물김치는 진짜 최고였어. 살얼음 동동 뜬 국물을 들이켜니, 텁텁했던 입안이 개운해지는 게, 메인 메뉴 나오기 전에 이미 소주 한 병은 거뜬하겠더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메인 메뉴 등장! 먼저, 병어찜 비주얼부터가 장난 아니야. 커다란 접시에 병어 두 마리가 떡하니 자리 잡고, 그 주위로 무, 감자, 애호박, 두부 등이 듬뿍 들어있어. 달콤하면서 매콤한 양념 냄새가 코를 찌르는데, 아… 이건 진짜 못 참지.
젓가락으로 병어 살을 살짝 발라서 입에 넣는 순간, 진짜 감동. 야들야들한 병어 살이 입에서 살살 녹는데, 양념이 진짜 예술이야. 너무 맵지도 않고, 너무 달지도 않고, 딱 적당한 매콤달콤함! 밥에 슥슥 비벼 먹으니, 밥 두 공기는 그냥 순삭이더라. 같이 들어있는 무, 감자, 애호박도 양념이 푹 배어서 얼마나 맛있는지. 특히, 푹 익은 무는 진짜 꿀맛!

다음은 모듬 순대! 큼지막한 순대가 접시 가득 담겨 나오는데,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게, 보기만 해도 군침이 꼴깍 넘어가. 막창으로 만들었다는 순대는 쫄깃하면서도 잡내가 하나도 안 나고, 속도 꽉 차 있어서 진짜 맛있어. 같이 나오는 내장 부위도 어찌나 쫄깃하고 고소한지. 특히, 퍽퍽하지 않고 촉촉한 간이 진짜 예술이었어.
순대를 새우젓에 살짝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지는 게, 진짜 꿀맛. 같이 나온 배추김치랑 시래기된장무침이랑 같이 먹어도 진짜 잘 어울려. 순대 한 입 먹고, 김치 한 입 먹고, 술 한 잔 캬~ 이러니 술이 술술 들어가지 않을 수가 없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서산 강굴! 굴은 역시 겨울에 먹어야 제맛이지. 앙증맞은 크기의 강굴이 나오는데, 일반 석화보다 바다 향이 조금 더 진한 것 같아. 같이 주신 참기름과 간장이 섞인 장에 콕 찍어 먹으니, 입안 가득 퍼지는 바다 향이 진짜 최고! 굴 특유의 비릿한 풍미가 거의 없어서 굴을 잘 못 먹는 사람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아.

근데, 강굴을 먹다가 뭔가 오독오독 씹히는 게 있는 거야. 알고 보니 손질이 덜 돼서 껍데기가 남아있었던 것… ㅠ.ㅠ 그래도 맛은 있었으니, 쿨하게 넘어가기로 했지.

아, 그리고 여기 서비스로 나오는 콩비지가 진짜 대박이야. 뽀얀 콩비지가 뚝배기에 담겨 나오는데, 어찌나 고소하고 담백한지. 콩비지 한 입 먹고, 김치 한 입 먹으면, 진짜 꿀맛! 콩비지 맛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라니까. 특히, 콩비지에 강굴, 배추김치 조합은 진짜 환상이었어.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테이블은 텅 비어있고, 술병만 쌓여 있더라. 진짜 깨끗하게 클리어했지.
솔직히, 가격이 아주 착한 편은 아니야. 둘이서 저녁 먹으면, 술까지 해서 5~6만 원은 훌쩍 넘을 수 있지. 하지만, 퀄리티 좋은 안주에 푸짐한 양, 그리고 무엇보다 맛이 보장되니, 돈이 아깝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들더라.
가게가 좁은 편이라 다소 시끄럽고 혼잡스러운 건 감안해야 해. 테이블 간 간격도 좁아서 옆 사람과 부딪힐 수도 있고. 하지만, 이런 노포 감성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오히려 더 좋아할 것 같아. 나처럼.
화장실은 남녀공용으로 한 칸밖에 없고, 밖에 위치해 있다는 점도 조금 아쉽긴 해.
아, 그리고 여기는 술 좀 마시면, 인당 4~5만 원은 기본으로 나온다는 점! 그리고 언젠가부터 추가 주문이 더뎌지면 눈치를 준다는 후기도 있더라고. 나는 다행히 그런 건 못 느꼈지만, 참고하면 좋을 것 같아.

나오는 길, 좁은 골목길을 비틀거리며 걷는데, 왠지 모르게 기분이 좋더라. 맛있는 음식에 술 한잔, 그리고 정겨운 분위기까지. 이런 게 행복이지.
다음에 또 갈 의향 당연히 있지! 다음에는 못 먹어본 더덕구이랑 우설도 한번 먹어봐야겠어. 아, 그리고 순댓국도! 맹탕처럼 보이지만 엄청 맛있었다는 후기가 많더라고.
종로3가, 익선동에서 진짜 맛있는 한식을 맛보고 싶다면, ‘호반’에 꼭 한번 들러봐. 후회는 안 할 거야! 예약은 필수라는 거, 잊지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