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랑구, 그 깊은 맛의 기억: 장위동 유성집에서 피어난 등심의 서사시

어스름한 저녁, 오래된 기억을 더듬듯 중화역 인근 골목을 걸었다. 유성집. 간판은 바뀌었지만, 그 이름 세 글자는 여전히 가슴 한 켠을 아련하게 건드린다. 낡은 기와집 대신 세련된 모습으로 단장한 유성집은, 마치 오랜 친구가 멋지게 변신한 모습처럼 낯설면서도 반가웠다.

길 건너편에서 오랜 시간 자리를 지켰던 유성집이 이곳으로 이전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묘한 기대감과 함께 작은 불안감이 스쳤다. 익숙한 공간이 주는 편안함, 그곳에서만 느낄 수 있었던 특별한 분위기가 사라질까 하는 걱정이었다. 하지만 새로운 공간에 들어선 순간, 그러한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음을 깨달았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재즈 선율이 나를 맞이했다. 예전의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와는 사뭇 다른, 세련되고 감각적인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붉은 벽돌 벽과 은은한 조명, 그리고 현대적인 가구들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마치 와인이라도 기울여야 할 것 같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이미지는 세련된 외관을 보여주는데, 붉은 벽돌과 빛이 조화롭게 어우러져 고급스러움을 더한다.

유성집 외관
세련된 모습으로 새롭게 단장한 유성집의 외관.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쳤다. 여전히 등심 단일 메뉴. 유성집의 고집스러움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잠시 망설이다 등심 3인분을 주문했다. 예전에는 남자 셋이 3인분을 간신히 먹었던 기억이 있었지만, 오늘은 어쩐지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숯불이 들어오고, 곧이어 붉은 빛깔의 등심이 모습을 드러냈다. 선명한 마블링이 섬세하게 박혀있는 모습은,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예전과 변함없이 좋은 품질의 고기를 사용하는 듯했다. 곁들임 찬은 여전히 무생채 하나. 하지만 유성집에서는 이 무생채 하나면 충분하다.

선명한 마블링의 등심
섬세한 마블링이 돋보이는 유성집의 등심.

뜨겁게 달궈진 구리 석쇠 위에 등심을 올렸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숯불의 은은한 열기가 고기의 표면을 서서히 익혀갔다. 겉은 노릇하게, 속은 촉촉하게 익어가는 등심의 모습은 그 자체로 황홀경이었다.

첫 점을 입에 넣는 순간, ми́р переворачивается(미르 뻬례보рачи바엩짜, 세상이 뒤집히는 듯한). 입 안 가득 퍼지는 풍부한 육즙과 부드러운 식감은, 그 어떤 미사여구로도 표현하기 힘들었다. 예전의 그 맛, 변함없는 유성집의 등심 맛이었다. 숯불이 약해서 육즙이 부족하고 질겼다는 후기는 내 경험과는 달랐다. 오히려 숯불은 은은하게 고기의 풍미를 끌어올리는 듯했다.

유성집 무생채
유성집 등심과 환상의 조합을 자랑하는 무생채.

유성집에서는 소금도 특별하다. 굵은 소금, 허브 소금, 가는 소금 세 가지 종류의 소금이 준비되어 있어, 취향에 따라 고기의 맛을 더욱 풍부하게 즐길 수 있다. 송화소금이라고 했던가. 은은한 향이 고기의 풍미를 더욱 돋보이게 했다.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등심과 어우러져 환상의 궁합을 자랑했다. 물론, 유성집의 트레이드 마크인 무생채와의 조합 또한 빼놓을 수 없다. 아삭하고 매콤한 무생채는, 느끼할 수 있는 등심의 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고기를 먹는 중간중간, 잔잔하게 흐르는 재즈 음악이 식사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켰다. 예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풍경이었다. 투박한 분위기 속에서 등심을 즐기던 예전과는 달리, 세련된 공간에서 음악을 들으며 즐기는 등심은 색다른 매력이 있었다. 마치 고급 레스토랑에 온 듯한 느낌이었다.

어느덧 등심 3인분을 뚝딱 해치웠다. 예전 같았으면 배가 불렀을 텐데, 오늘은 어쩐지 아쉬움이 남았다. 그래서 잔치국수 1인분을 추가했다. 유성집의 잔치국수는, 고기를 먹은 후 입가심으로 먹기에 안성맞춤이다. 멸치로 우려낸 시원한 국물과 쫄깃한 면발은, 느끼함을 싹 씻어주는 마법과 같았다. 특히 유성집은 매일 아침 11시 30분에 ‘남해바다’ 멸치 육수를 직접 우려낸다고 하니, 그 정성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유성집 소금
세 가지 종류로 준비된 유성집의 특별한 소금.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하는데, 여직원분이 너무나 친절하게 대해주셨다. 마치 오랜 단골손님을 대하는 듯한 따뜻함이 느껴졌다. 이전하기 전에도 친절하기로 유명했지만, 새로운 공간에서도 변함없는 친절함에 감동했다.

유성집의 가격은 여전히 높은 편이다. 7명이서 한우를 배불리 먹고 술까지 곁들이면 70만원이 훌쩍 넘는 금액이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만큼 고기의 품질은 최상급이다.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더라도, 특별한 날이나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충분한 가치가 있다. 밑반찬이 다양하지 않고, 밥이 없다는 점은 아쉽지만, 유성집에서는 오직 고기 그 자체에 집중할 수 있다.

새로운 모습으로 단장한 유성집은, 예전의 향수를 간직하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을 더한 공간이었다. 낡은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던 정겨움은 사라졌지만, 그 대신 세련되고 편안한 분위기를 얻었다. 고기의 맛은 여전히 훌륭했고, 친절한 서비스는 변함없었다. 유성집은, 단순히 고기를 파는 식당이 아닌, 소중한 추억과 맛있는 음식을 함께 나눌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유성집 멸치육수 안내
매일 직접 우려내는 유성집 멸치육수에 대한 안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오니, 어둠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하지만 나의 마음속에는 따뜻한 온기가 남아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좋은 분위기, 그리고 친절한 사람들 덕분에, 오늘 저녁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것 같다. 다음에 또 어떤 모습으로 유성집을 찾게 될까?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다려진다.

유성집에서 나와 중화역으로 향하는 길, 문득 오래된 흑백 영화의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낡은 건물, 희미한 조명, 그리고 그 안에서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 유성집은, 마치 그 영화 속 한 장면처럼, 내 기억 속에서 영원히 빛바래지 않을 것이다. 장위동 유성집, 그 이름은 내 미식(美食)의 역사 속에 깊이 새겨져 있다.

유성집 내부
모던한 분위기로 탈바꿈한 유성집 내부.

유성집에서의 식사는, 단순한 한 끼 식사를 넘어,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옛 추억과 새로운 감동이 공존하는 곳, 그곳이 바로 유성집이다.

유성집 카운터
깔끔하게 정돈된 유성집의 카운터 모습.
유성집 외부
저녁 시간, 유성집을 밝히는 은은한 조명.
유성집 출입구
유성집으로 들어가는 문.
유성집 소금 디테일
다양한 소금을 맛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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