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론가 훌쩍 떠나고 싶던 날, 무작정 차를 몰아 도착한 곳은 푸른 하늘과 산으로 둘러싸인 고성이었다. 굽이굽이 이어진 길을 따라 달리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배꼽시계가 요란하게 울려 퍼지는 가운데, ‘종가면옥’이라는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건물 외관은 모던하고 깔끔했다. 회색빛 벽돌과 통유리가 시원하게 펼쳐진 모습이, 마치 갤러리에 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넓은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망설임 없이 가게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문을 열자, 생각보다 훨씬 넓고 쾌적한 공간이 펼쳐졌다. 우드톤으로 꾸며진 실내는 따뜻하고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검은색 대리석으로 마감된 카운터에는 ‘종가면옥’이라는 상호가 정갈하게 새겨져 있었다. 격자무늬 나무 칸막이 너머로는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소를 나누며 식사를 즐기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초록빛 풍경은, 도시의 번잡함에 지친 내 마음을 위로해 주는 듯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함흥냉면, 물냉면, 회냉면 등 다양한 면 요리가 눈에 띄었다. 순간,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함흥냉면의 추억이 떠올랐다. 가늘고 쫄깃한 면발, 매콤하면서도 깊은 맛이 나는 양념장, 그리고 시원한 육수. 그 맛을 잊지 못해, 나는 망설임 없이 함흥냉면을 주문했다. 냉면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만두도 함께 시켰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았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사람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어떤 이는 가족과 함께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고, 또 어떤 이는 연인과 다정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나 역시, 잠시나마 복잡한 일상을 잊고 여유를 만끽했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함흥냉면이 나왔다.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겨 나온 냉면은,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가늘고 붉은 면발 위에는 양념장, 삶은 계란, 오이, 그리고 양지살이 넉넉하게 올려져 있었다. 특히 눈길을 끈 것은, 냉면 위에 수북하게 쌓인 열무김치였다. 갓 담근 듯 신선해 보이는 열무김치는, 냉면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해 줄 것 같았다.
젓가락으로 면을 풀어 헤친 후, 드디어 첫 젓가락을 입으로 가져갔다. 쫄깃하면서도 탄력 있는 면발은, 입안에서 기분 좋게 춤을 추는 듯했다. 매콤달콤한 양념장은, 어린 시절 할머니 댁에서 먹었던 그 맛과 똑같았다. 차가운 냉면 육수는, 더위에 지친 몸과 마음에 청량감을 선사했다. 양지살은 부드럽고 고소했으며, 열무김치는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면, 양념, 고명, 그리고 육수의 조화는,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냉면을 먹는 동안, 나는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난 듯한 기분을 느꼈다. 어린 시절, 할머니 무릎에 앉아 냉면을 후루룩 먹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할머니는 항상 내게 “많이 먹고 쑥쑥 커라”라고 말씀하시곤 했다. 이제는 할머니가 곁에 안 계시지만, 냉면을 먹는 동안은 할머니의 따뜻한 손길을 느낄 수 있었다.
함흥냉면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만두를 맛볼 차례가 왔다. 김이 모락모락 나는 만두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만두 속에는 돼지고기, 야채, 그리고 당면이 듬뿍 들어 있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그 맛이 더욱 좋았다. 냉면과 만두의 조합은, 정말 훌륭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 길, 나는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꼈다. 종가면옥에서 맛본 함흥냉면은, 단순한 음식이 아닌 추억과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매개체였다. 고성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이 맛집은, 내게 잊지 못할 추억을 선물해 주었다. 다음에 고성에 올 일이 있다면, 나는 반드시 종가면옥에 다시 들를 것이다. 그곳에서 다시 한번,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새기며 맛있는 냉면을 먹고 싶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진 푸른 산과 뭉게구름을 바라보며, 나는 종가면옥에서 느꼈던 따뜻함을 다시 한번 떠올렸다. 맛있는 음식은, 사람의 마음을 치유하는 힘이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리고, 앞으로도 맛있는 음식을 통해 삶의 행복을 찾아나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차가운 냉면 한 그릇에 담긴 따뜻한 추억. 종가면옥은 단순한 고성 맛집을 넘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특별한 공간이 되었다. 그곳에서 맛본 함흥냉면의 맛은,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