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학교 도서관에서 책 냄새 맡는 걸 참 좋아했었지. 낡은 책장 사이를 거닐면서 어떤 이야기가 나를 기다릴까 설레는 마음으로 책을 고르던 기억. 잊고 지냈던 그 감성을 다시 느끼게 해주는 곳이 있다 해서, 콧노래 흥얼거리며 시흥으로 향했어. 이름도 정겨운 “더숲 소전미술관”이라는 곳인데, 북카페에 미술관까지 겸하고 있다니, 웬만한 복합문화공간보다 더 맘에 들것 같은 예감이 들었지.
굽이굽이 산길을 따라 올라가니, 묵직한 돌담과 기와지붕이 눈에 들어왔어. 여기가 정말 카페 맞아? 싶을 정도로 웅장하고 고풍스러운 외관이었지. 마치 오래된 사찰에 온 듯한 느낌도 들고. 건물 앞에 펼쳐진 푸르른 숲을 보니, 괜스레 마음이 평온해지는 것이, 잘 찾아왔다 싶더라.

문을 열고 들어서는 순간, “와…”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 높은 천장에 가득 찬 책장이 마치 거대한 도서관에 온 듯한 느낌을 주더라고. 책 냄새, 은은한 커피 향, 그리고 잔잔하게 흐르는 클래식 음악까지, 완벽한 조화였어. 층고가 높아서 그런지 답답함 하나 없이 탁 트인 기분이었지. 이미지에서 봤던 것보다 훨씬 넓고 쾌적해서, 사진 찍는 재미도 쏠쏠하더라.
자리 잡기 전에 빵 구경부터 나섰지. 빵순이인 내가 그냥 지나칠 수 없잖아. 종류가 엄청 많은 건 아니었지만, 하나하나 정성스럽게 만든 빵들이 날 유혹하고 있더라. 소시지빵, 파니니, 치아바타… 다 맛있어 보여서 한참을 고민했지. 결국, 가성비 좋다는 소시지빵 하나랑, 왠지 건강해질 것 같은 연어 포케를 골랐어.
커피는 당연히 따뜻한 라떼로 주문했지.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에는 따뜻한 커피 한 잔이 최고잖아. 라떼 아트도 어찌나 예쁘게 만들어주시는지, 사진을 안 찍을 수가 없었어. 커피 맛은 또 얼마나 좋게요? 부드러운 우유 거품과 쌉쌀한 커피의 조화가 아주 훌륭했어. 역시 커피가 맛있다는 평이 괜히 있는 게 아니구나 싶더라.

소시지빵은 진짜 기대 이상이었어.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페스츄리 안에 짭짤한 소시지가 듬뿍 들어있는데, 아이들 간식으로도 딱 좋겠더라. 연어 포케는 신선한 채소와 연어가 어우러져 건강한 맛이었어. 특히, 소스가 너무 강하지 않아서 재료 본연의 맛을 느낄 수 있어서 좋았지. 어찌나 푸짐한지, 샐러드 한 접시 먹으니 배가 든든하더라.
배도 채웠으니, 이제 책 구경 좀 해볼까? 여기저기 꽂혀있는 책들을 둘러보니, 베스트셀러부터 시작해서 내가 좋아하는 에세이, 소설, 심지어 시집까지 없는 게 없더라고. 게다가 책을 구매하면 커피 쿠폰도 준다니, 이거 완전 득템 아니겠어? 평소에 읽고 싶었던 시집 한 권 냉큼 집어 들었지.

1층은 북카페처럼 꾸며져 있고, 2층은 작은 미술 전시 공간으로 되어있대. 2층으로 올라가니, 아늑한 분위기의 전시실이 나왔어. 그림, 조각상, 도자기 등 다양한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었는데, 하나하나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더라. 특히,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과 어우러진 작품들이 더욱 운치 있게 느껴졌어.
다다미가 깔린 좌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편안하게 앉아서 책을 읽을 수도 있대. 나는 햇볕이 잘 드는 창가 자리에 앉아서, 아까 산 시집을 펼쳐 들었지. 따뜻한 햇살을 받으며 시를 읽으니, 세상 시름 다 잊게 되더라. 마치 나만의 작은 서재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어.
밖으로 나가보니, 넓은 야외 테라스도 있더라. 따뜻한 햇살 아래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사람들의 모습이 참 여유로워 보였어. 나도 잠시 테라스에 앉아서 맑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했지. 밤에는 조명이 켜져서 또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는데, 다음에는 저녁에 한번 와봐야겠어.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단위 손님들도 많이 보였어. 아이들은 책을 읽거나 그림을 그리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부모님들은 커피를 마시며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참 보기 좋더라. 아이들을 위한 좌식 공간도 마련되어 있어서, 엄마들이 편하게 아이들을 돌볼 수 있겠더라. 주말에는 사람이 많아서 북적거린다는데, 평일에 오면 좀 더 여유롭게 즐길 수 있을 것 같아.

더숲 소전미술관은 단순한 카페를 넘어, 책과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특별한 공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잠시 여유를 즐기고 싶을 때, 혹은 조용히 책을 읽고 싶을 때, 이곳을 찾으면 딱 좋을 것 같아. 시흥에 이런 멋진 곳이 있었다니, 이제라도 알게 돼서 얼마나 기쁜지 몰라.
다음에 또 와서 못다 읽은 책도 읽고, 맛있는 빵도 먹고, 전시도 봐야지. 아, 그리고 댕댕이도 데려올 수 있다니까, 우리 집 강아지 몽이도 함께 와야겠다. 몽이도 넓은 정원에서 뛰어놀면 엄청 좋아하겠지? 생각만 해도 벌써부터 설레네.
돌아오는 길, 괜스레 마음이 따뜻해지는 걸 느꼈어. 맛있는 음식과 향긋한 커피, 그리고 좋은 책과 멋진 예술 작품까지, 오감이 만족스러운 시간이었지. 시흥 맛집으로 소문날 만하네, 정말. 다음에 또 방문할 날을 손꼽아 기다리면서, 집으로 향했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