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하던 날, 왠지 모르게 따끈한 족발에 소주 한잔이 간절하더라고. 예전부터 서대문에 족발로 유명한 곳이 있다는 이야기는 익히 들어왔지만, 선뜻 발걸음이 향하지 않았어. 그러다 마침 첫눈이 펑펑 내리는 날, 용기를 내어 맛집으로 소문난 ‘서대문 족발’ 본점으로 향했지.
가게 앞에 도착하니, 누가 만들어 놓았는지 앙증맞은 눈사람이 반겨주는 거야. 빨간 벽돌 건물 옆에 세워진 눈사람을 보니 어릴 적 동네 골목에서 친구들과 눈싸움하던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면서 마음이 따뜻해지더라. 귤껍질로 만든 코와 병뚜껑으로 만든 눈이 어찌나 귀엽던지, 주인장의 센스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어.

안으로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고 깔끔한 공간이 펼쳐졌어. 예전에는 허름한 노포 분위기였다고 하는데, 이전을 하면서 싹 바뀐 모양이야. 테이블마다 손님들이 꽉 차 있었지만, 다행히 2층에 자리가 남아있어 바로 앉을 수 있었지. 벽 한쪽에는 방송 출연 사진과 싸인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는 걸 보니, 역시 소문난 맛집은 다르구나 싶었어.

메뉴판을 보니 족발 단일 메뉴에, 매운 족발, 반반 족발이 있더라고. 족발(39,000원)을 주문하니, 커다란 쟁반에 족발과 함께 콩나물 파 무침, 상추, 쌈장, 새우젓, 그리고 뜨끈한 수제비가 푸짐하게 차려져 나왔어.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족발을 보는 순간, 침샘이 폭발하는 줄 알았어. 젓가락으로 큼지막한 족발 한 점을 집어 들었는데, 어찌나 야들야들한지 젓가락질이 서툰 사람은 мимо ускользнуть할 정도였어. 입에 넣는 순간, 콜라겐 껍질 부분이 살짝 달콤하면서 쫄깃한 것이, 정말이지 환상적인 맛이었어. 돼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없고, 어찌나 부드러운지 입에서 살살 녹는다는 표현이 딱 맞을 거야.

살코기는 두툼하게 썰어져 나와서 씹는 맛이 좋았는데, 퍽퍽하지 않고 촉촉해서 더욱 맛있었어. 콩나물 파 무침과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과 매콤한 양념이 족발의 느끼함을 잡아주어 끊임없이 입으로 들어가더라. 상추에 족발, 콩나물 파 무침, 쌈장을 올려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어. 옛날 우리 엄마가 해주시던 바로 그 맛!

족발과 함께 나오는 수제비는 또 얼마나 맛있게요? 멸치 육수를 진하게 우려낸 칼칼한 국물에 쫄깃한 수제비가 듬뿍 들어있는데, 이게 또 족발하고 환상적인 궁합을 자랑하거든. 뜨끈한 국물 한 모금 마시면, 온몸이 사르르 녹는 듯한 기분이 들어.

원래 이 집이 수제비로 시작한 집이라더니, 역시 수제비 맛은 예사롭지 않았어. 예전에는 수제비 리필을 열 번도 더 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라는데, 아쉽게도 이번에는 배가 너무 불러서 세 번밖에 리필을 못 했네. 그래도 족발의 느끼함을 싹 잡아주는 칼칼한 국물 맛은 여전하더라고. 다음에는 꼭 수제비 맛을 제대로 음미해 봐야겠어.
족발을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시원한 막국수가 땡기더라고. 막국수(8,000원)를 하나 시켜서 족발과 함께 먹으니, 이야… 이게 또 별미거든. 찰진 면발에 새콤달콤한 양념이 어우러져 입맛을 확 돋워주는 것이, 정말 쉴 새 없이 젓가락이 움직였어.

특히 이 집 막국수는 강원도에서 먹었던 막국수 맛이랑 비슷해서 더욱 정감이 갔어. 족발만 먹으면 느끼할 수도 있는데, 막국수가 깔끔하게 잡아주니, 정말이지 최고의 조합이었지.
배가 너무 불렀지만, 녹두전(12,000원)도 안 먹어볼 수 없잖아? 녹두를 직접 갈아서 만든다는 녹두전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것이, 정말 고소하고 맛있었어. 족발, 막국수, 녹두전까지, 정말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맛이었어.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족발 사이즈가 단일 사이즈라는 거야. 둘이서 먹기에는 양이 좀 많은 감이 있었지만, 남은 족발은 포장해 와서 다음 날 또 맛있게 먹었지. 그리고 주차장이 없어서 근처 유료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는 점도 조금 아쉬웠어. 그래도 족발 맛 하나는 정말 최고였으니, 이 정도 불편함은 감수할 수 있어.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사과즙이 쌓여 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어. 알고 보니 이 집 사과즙도 꽤 유명하다고 하더라고. 족발도 맛있고, 사과즙도 찐이라니, 정말 다시 안 올 이유가 없는 곳이지.
서대문 족발에서 맛있는 족발을 먹고 나오니, 첫눈은 여전히 펑펑 내리고 있었어. 따뜻한 족발 덕분에 몸도 마음도 훈훈해진 채로 집으로 돌아오는 길, 다음에는 부모님 모시고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
혹시 서울에서 정말 맛있는 족발맛집을 찾고 있다면, 서대문 족발 본점에 꼭 한번 들러보시라고 강력 추천하고 싶어. 야들야들하고 쫄깃한 족발 맛은 물론, 푸짐한 인심과 정겨운 분위기까지, 분명 후회하지 않을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