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괜히 마음이 울적한 게, 뜨끈한 찜 요리에 소주 한잔 기울이며 위로받고 싶은 날이었다. 집 근처에 새로 생긴 찜 전문점이 눈에 띄었는데, 혼밥하기에도 괜찮을지 궁금했다. ‘찜하다’라는 이름부터가 뭔가 끌리는 곳. 용기를 내어 문을 열고 들어섰다. 오늘도 혼밥 성공!
가게 안은 생각보다 넓었고,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해서 혼자 온 손님도 편안하게 식사할 수 있는 분위기였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소재로 꾸며진 인테리어가 편안함을 더했다. 테이블마다 놓인 편백나무 찜기가 눈에 띄었는데, 왠지 모르게 건강해지는 느낌이랄까.
메뉴판을 보니 편백찜이 주력 메뉴인 듯했다. 차돌박이, 키조개, 가리비 등 다양한 재료를 찜으로 즐길 수 있다니,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혼자 먹기에는 양이 조금 많을 것 같아 소(小)자를 주문했다. 가격은 53,000원. 혼밥 치고는 조금 부담스러운 가격이지만, 오늘은 나를 위한 특별한 선물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주문 후, 식전에 제공되는 새우 또띠아가 나왔다. 토마토와 새싹채소가 어우러진 앙증맞은 모습이 입맛을 돋우었다. 또띠아에 싸서 한입에 넣으니, 신선한 채소의 아삭함과 새우의 탱글함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은은한 토마토 소스 맛도 굿!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편백찜이 등장했다. 커다란 나무 상자 안에 차돌박이, 가리비, 새우, 조개, 채소 등 다양한 재료가 푸짐하게 담겨 있었다. 마치 보물상자를 열어보는 듯한 설렘이 느껴졌다. 얇게 슬라이스된 차돌박이는 붉은빛을 뽐내고 있었고, 싱싱한 해산물은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알록달록한 채소들은 보기만 해도 건강해지는 기분이었다.

직원분이 찜기를 닫고 타이머를 맞춰주셨다. 10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안을 둘러보니, 손님들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담소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가족 외식, 친구들과의 모임 장소로도 괜찮을 것 같았다. 혼자 온 나도 어색하지 않게, 자연스럽게 분위기에 녹아들 수 있었다.
드디어 10분이 지나고, 찜기가 열렸다. 와…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모습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편백나무 향이 은은하게 퍼지면서 식욕을 자극했다. 뚜껑이 열리자 드러나는 촉촉한 재료들의 향연은 정말이지 황홀경 그 자체였다.
가장 먼저 차돌박이를 집어 들었다. 얇아서 금방 익은 차돌박이는 기름기가 쫙 빠져 담백했다. 특제 소스에 찍어 입에 넣으니, 고소한 풍미가 입안 가득 퍼졌다. 정말 부드럽고 맛있었다. 숙주와 함께 먹으니 아삭한 식감까지 더해져 더욱 좋았다. 다만, 숙주가 살짝 마른 느낌이 들어 아쉬웠다.
다음은 해산물을 공략할 차례. 탱글탱글한 새우는 껍질을 까서 한입에 넣으니, 달콤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가리비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키조개 관자는 부드러우면서도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느껴졌다. 신선한 해산물을 찜으로 먹으니, 맛과 향이 더욱 풍부하게 느껴졌다.

채소도 빼놓을 수 없지. 배추, 버섯, 호박 등 다양한 채소들은 찜통 안에서 숨이 죽어 더욱 부드러워졌다. 달콤한 배추와 쫄깃한 버섯을 함께 먹으니, 입안에서 다채로운 식감이 느껴졌다. 채소에서 우러나온 은은한 단맛이 찜 요리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혼자서 편백찜 소(小)자를 다 먹을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웬걸. 너무 맛있어서 젓가락을 멈출 수가 없었다. 쉴 새 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바닥이 드러나 있었다. 역시, 맛있는 음식 앞에서는 혼자라는 사실도 잊게 되는 것 같다.
편백찜을 다 먹고 나니, 육수에 칼국수 사리를 추가할 수 있다고 했다. 배는 불렀지만, 칼국수 국물이 너무 궁금해서 사리를 하나 추가했다. 남은 채소와 해산물을 넣고 끓인 육수에 칼국수 면을 넣으니, 또 다른 요리가 탄생한 듯했다.
칼국수 면은 쫄깃쫄깃했고, 국물은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났다. 해산물과 채소에서 우러나온 감칠맛이 더해져 정말 환상적인 맛이었다. 배가 불렀지만, 칼국수 면까지 싹싹 긁어먹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대기 시간이 길 수 있다는 것. 내가 방문했을 때도 웨이팅이 조금 있었다. 하지만, 기다리는 시간이 아깝지 않을 만큼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그리고 편백찜인데 편백향이 약하다는 후기도 있었지만, 나는 은은하게 느껴지는 향이 오히려 좋았다.
‘찜하다’에서의 혼밥은 정말 성공적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편안한 분위기 덕분에 제대로 힐링하고 돌아왔다. 사장님도 친절하셔서 더욱 기분 좋게 식사할 수 있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최고의 송년회를 했다는 손님의 후기가 적힌 것을 보았다. 정말 그럴 만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언제든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촉촉한 편백향이 그리워지는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