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되살리는 맛, 대구 팔달시장 칼국수 골목에서 만난 숨은 맛집

오랜만에 시간을 내어 어린 시절 추억이 깃든 대구 팔달시장을 찾았다. 왁자지껄한 시장 분위기는 여전했지만, 묘하게 정돈된 느낌이랄까. 어릴 적 엄마 손을 잡고 왔던 기억을 떠올리며 시장 골목골목을 누비다 보니, 어느새 칼국수 골목 입구에 다다랐다. 그중에서도 유독 눈에 띄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한 가게 앞에 멈춰 섰다. 낡은 간판에 적힌 상호와, 그 옆에 붙은 ‘KBS, MBC, TBC 3사 방송 맛집’이라는 문구가 발길을 붙잡았다. 오늘 나의 점심은 여기, 이 곳에서 해결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자, 따뜻한 온기와 함께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테이블은 손님들로 북적였다. 혼자 온 나는 조심스레 빈자리를 찾아 앉았다. 벽 한쪽에는 방문객들의 추억이 담긴 낙서와 사인이 가득했다. 빛바랜 종이에는 ‘2018년’, ‘2016년’ 같은 오래된 날짜들이 적혀 있어 이 곳의 오랜 역사를 짐작하게 했다.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지는 풍경이었다.

메뉴판을 보니 칼국수, 잔치국수, 비빔국수 등 다양한 국수 메뉴가 있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인 듯한 선지국밥을 주문했다. 곁들여 먹을 잔치국수도 놓칠 수 없어 함께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주위를 둘러보니, 테이블마다 김치와 깍두기가 놓여 있었다. 스테인리스 뚜껑이 덮인 작은 항아리에서 먹을 만큼 덜어먹는 방식이었다. 김치는 적당히 익어 시원했고, 깍두기는 아삭하고 달콤했다. 국수가 나오기 전, 김치와 깍두기만으로도 충분히 입맛을 돋울 수 있었다.

선지국밥과 밑반찬
푸짐한 선지국밥과 정갈한 밑반찬이 식탁을 가득 채웠다.

드디어 기다리던 선지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는 국밥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큼지막한 선지와 함께 수구레, 소껍데기 같은 부속 재료들이 푸짐하게 들어 있었다. 국물은 겉보기와는 달리 맵지 않고, 오히려 깊고 구수한 맛이 느껴졌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온몸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다. 선지는 신선하고 부드러웠고, 수구레와 소껍데기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특히, 잘게 썰어 넣은 파와 고추는 국물의 풍미를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이어서 잔치국수가 나왔다. 멸치 육수의 은은한 향이 코를 간지럽혔다. 면은 탱글탱글했고, 육수는 깔끔하고 시원했다. 고명으로 올라간 김가루, 호박, 당근은 잔치국수의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특히, 멸치 특유의 감칠맛이 잘 살아있는 육수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한 그릇 가득 담긴 잔치국수를 순식간에 비워냈다.

선지국밥은 마치 수구레와 소껍데기를 넣어 끓인 듯한 깊은 맛이 느껴졌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해장으로도 좋을 것 같았다. 뚝배기 바닥까지 싹싹 긁어먹고 나니, 온몸에 활력이 넘치는 기분이었다.

가게 외부 모습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가게 외관은 정겨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아쉬운 점은 묵 요리는 현재 판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선지국밥과 잔치국수의 맛이 워낙 훌륭했기에 아쉬움은 금세 사라졌다. 다음에는 비빔국수를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가게를 나섰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했다. 주인 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나를 맞이해 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아주머니의 물음에, 나는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했다. 아주머니는 “다음에 또 오세요!”라며 정겹게 인사를 건네셨다. 따뜻한 인심까지 더해져, 이 곳은 정말 잊지 못할 대구 맛집으로 내 기억 속에 자리 잡을 것 같다.

가게 문을 나서니, 다시 왁자지껄한 시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인심 덕분에, 어린 시절 추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행복한 시간이었다. 팔달시장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이 칼국수 골목에서 맛있는 국수 한 그릇 맛보시길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돌아오는 길, 따뜻한 국물과 함께 마음까지 훈훈해지는 기분이었다. 다음에 다시 방문할 날을 기약하며, 나는 발걸음을 옮겼다.

답글 남기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