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튀겨낸 맛, 창원 평화상가에서 만난 인생 돈까스 맛집

어느 날 문득, 오래된 기억 속 한 조각이 떠올랐다. 빛바랜 사진처럼 희미하지만, 묘하게 마음을 잡아끄는 따뜻한 풍경. 그래, 돈까스였다. 어린 시절, 부모님 손을 잡고 찾았던 평화상가의 작은 식당. 그곳에서 맛보았던 잊을 수 없는 돈까스의 맛이 아련하게 떠올랐다. 세월이 흘러 얼마나 변했을까. 그 맛은 여전히 그대로일까. 설레는 마음을 안고 창원으로 향했다. 평화상가, 그 이름만으로도 가슴 한켠이 따뜻해지는 곳.

오랜만에 찾은 평화상가는 예전 모습 그대로였다. 낡은 듯 정겨운 건물, 바랜 간판들, 그리고 2층으로 향하는 좁은 계단까지.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2층에 올라서니, 익숙한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붉은 벽돌로 마감된 외벽, 그리고 그 위에 자리 잡은 작은 간판. “바삭 왕돈까스”. 그래, 바로 이 곳이었다. 디지털 키오스크가 놓여있는 걸 빼면 세월의 흔적을 비껴간 듯한 모습이었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다. “안녕하세요” 경쾌한 인사가 귓가에 닿았다. 내부는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아늑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넉넉하고, 은은한 조명이 공간을 부드럽게 감싸고 있었다. 창밖으로 보이는 창원 시내의 풍경도 꽤나 인상적이었다. 노후한 상가 건물이라는 첫인상과는 전혀 다른, 반전 매력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자리에 앉아 메뉴판을 살펴보았다. 왕돈까스, 냄비돈까스, 투움바돈까스, 베이컨 크림 돈까스… 예전에는 보지 못했던 새로운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잠시 고민하다가, 가장 기본인 왕돈까스와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릴 수 있는 냄비돈까스를 주문했다.

주문 후, 식전 스프와 따뜻한 국물이 나왔다. 뽀얀 크림 스프는 부드럽고 따뜻했다. 후추를 살짝 뿌려 한 입 맛보니, 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이 식욕을 돋우었다. 뒤이어 나온 따뜻한 국물은 멸치 육수 베이스인 듯 시원하고 깔끔했다. 돈까스와 함께 곁들이기 좋을 것 같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돈까스가 나왔다. 먼저 왕돈까스. 커다란 접시를 가득 채운 돈까스 위에, 짙은 갈색의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튀김옷은 바삭했고, 돼지고기는 두툼했다. 돈까스 옆에는 양배추 샐러드와 마카로니, 밥이 함께 나왔다.

칼로 돈까스를 썰어 한 입 맛보았다.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튀김옷과 부드러운 돼지고기가 입안에서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소스는 달콤하면서도 약간 매콤한 맛이 느껴졌다. 묘하게 중독성 있는 맛이었다. 어릴 적 먹었던 그 맛과는 조금 달랐지만, 훨씬 더 세련되고 깊어진 느낌이었다.

다음은 냄비돈까스. 뚝배기 안에서 보글보글 끓고 있는 냄비돈까스의 모습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돈까스 위에는 김 가루와 파가 듬뿍 뿌려져 있었고, 팽이버섯도 들어가 있었다. 국물은 얼큰하고 시원했다.

젓가락으로 돈까스를 건져 먹어보니, 왕돈까스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국물에 적셔진 돈까스는 눅눅했지만, 그 눅눅함이 오히려 더 맛있었다. 얼큰한 국물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밥을 말아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돈까스를 먹는 동안, 문득 사장님의 모습이 궁금해졌다. 주방에서 묵묵히 요리에 집중하고 계신 사장님의 모습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졌다. 이야기를 나눠보니, 역시나 요리에 대한 열정과 자부심이 대단하신 분이었다. 오랫동안 이 자리에서 돈까스를 만들어오신 사장님의 노력이, 이 맛을 만들어낸 것이리라.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면서, 왠지 모를 벅찬 감정이 밀려왔다. 단순히 돈까스를 먹은 것이 아니라,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을 되살린 기분이었다. 평화상가, 그리고 바삭 왕돈까스. 이곳은 단순한 식당이 아니라,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소중한 추억의 장소였다. 앞으로도 종종 이곳을 찾아, 맛있는 돈까스와 함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느껴봐야겠다.

바삭 왕돈까스는 아이들을 데리고 온 가족 단위 손님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아이들이 먹기 좋은 메뉴도 있고, 매콤한 맛 덕분에 어른들도 맛있게 즐길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10년 넘게 이 곳을 찾는 단골 손님들도 많다고 한다. 가격 대비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은, 오랜 시간 동안 사랑받는 이유일 것이다.

평화상가 2층, 낡은 건물 속에 숨겨진 보석 같은 공간. 바삭 왕돈까스. 이곳에서 맛본 돈까스는, 단순한 음식을 넘어선 특별한 경험이었다. 맛있는 음식과 따뜻한 분위기,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추억까지. 이 모든 것이 완벽하게 어우러진 곳이었다. 창원을 방문한다면, 꼭 한번 들러보기를 추천한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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