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어김없이 혼밥 레이더를 풀가동하며 점심 장소를 물색하던 중, 오래된 간판에서 풍겨져 나오는 깊은 내공에 이끌려 한 식당 앞에 멈춰 섰다. ‘거 Oasis’, 왠지 모르게 정겨운 이름이다. 혼자 들어가기 망설여지는 외관과는 달리, 문을 열자 따뜻한 온기가 느껴지는 공간이 나를 맞이했다. 테이블 간 간격도 널찍하고, 혼자 조용히 식사할 수 있는 구석자리도 눈에 띈다. 오늘은 왠지 혼밥, 제대로 성공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메뉴판을 정독하다가,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올갱이전골에 시선이 멈췄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구수한 올갱이 된장국이 문득 떠올랐다. 1인분 주문은 안될 것 같아 조금 망설였지만, 용기를 내어 3~4인분 전골을 주문했다. 혼자 이 큰 냄비를 다 비울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잠시, 어릴 적 추억을 되살릴 수 있다는 기대감에 마음이 설렜다.
밑반찬이 먼저 나왔다. 뜨끈하게 김이 나는 두부, 매콤하게 양념된 김치, 그리고 쌈 채소까지. 소박하지만 정갈한 반찬들이 왠지 모르게 마음을 푸근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따뜻한 두부는, 갓 만들어져 나와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듯했다. 혼자였지만, 마치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올갱이전골이 테이블 위에 놓였다. 큼지막한 냄비 안에는 올갱이가 정말 푸짐하게 들어있었다. 된장 베이스의 국물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고 깊은 맛이 느껴지는 듯했다. 짙은 녹색의 아욱도 듬뿍 들어가 있어 시각적으로도 풍성함을 더했다. 마치 에메랄드 빛 보석을 뿌려놓은 듯한 올갱이들의 향연. 사진을 찍는 내내 군침이 꼴깍 넘어갔다.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는 전골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으니,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된장의 구수함과 올갱이의 시원함이 어우러져 정말 깊은 맛을 냈다. 아욱의 부드러운 식감도 좋았고, 쫄깃쫄깃한 올갱이를 씹는 재미도 쏠쏠했다. 혼자 먹는 3~4인분이었지만, 멈출 수 없는 맛에 계속해서 숟가락을 들었다.
그런데, 밥을 한 입 먹는 순간, 뭔가 묘한 기분이 들었다. 밥알이 왠지 모르게 푸석푸석하고, 묵은 쌀 특유의 냄새가 느껴졌다. 마치 보온밥솥에 오래 보관했던 밥처럼, 찰기가 없고 질척거리는 느낌이었다. 훌륭한 전골의 맛을 밥이 망치는 것 같아 아쉬움이 밀려왔다.

밥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하고, 전골 자체의 맛에 집중하기로 했다. 올갱이와 아욱을 건져 먹고, 국물을 계속 떠먹다 보니 어느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시원하면서도 칼칼한 국물 덕분에 속이 확 풀리는 느낌이었다. 혼자였지만, 뜨끈한 전골을 앞에 두고 있으니 외로움도 잊혀졌다. 역시 혼밥의 완성은 맛있는 음식인 것 같다.
식사를 하면서 주변을 둘러보니, 혼자 식사하러 온 사람들이 꽤 있었다. 다들 조용히 식사에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혼자 와도 전혀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는 다른 메뉴도 한번 도전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쉬운 밥맛에도 불구하고, 올갱이전골 자체는 정말 훌륭했다. 어릴 적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깊은 맛과 푸짐한 양 덕분에, 오랜만에 혼밥을 제대로 즐길 수 있었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밥 상태가 개선되기를 바라며, 그때는 꼭 사장님께 밥에 대한 솔직한 의견을 말씀드려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면서, 낡은 간판을 다시 한번 올려다봤다. 오랜 시간 동안 이 자리를 지켜온 식당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했다. 비록 완벽한 식사는 아니었지만, 따뜻한 국물과 푸짐한 인심 덕분에 왠지 모르게 든든한 기분으로 식당 문을 나섰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충주 여행에서 만난 소박하지만 따뜻한 맛집, ‘거 Oasis’.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