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시간이 훌쩍 흘러, 마음 한구석에 자리 잡은 아련한 추억들을 곱씹으며 하루를 시작하는 나이가 되었다. 문득, 학창 시절 친구들과 삼겹살에 소주 한잔 기울이던 그때 그 시절의 왁자지껄함이 그리워졌다. 마치 오래된 앨범을 펼쳐보듯, 잊고 지냈던 기억들이 하나둘씩 떠오르는 오후, 나는 망설임 없이 영등포구청으로 향했다. 오늘 나의 목적지는 바로 ‘냅다청양집’, 냉동삼겹살과 함께 추억을 되짚어볼 수 있는 곳이라는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영등포구청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냅다청양집은, 멀리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을 만큼 정겨운 외관을 자랑하고 있었다. 노란색 간판에 큼지막하게 쓰인 “냅다 청양집”이라는 글자가 어쩐지 친근하게 느껴졌다. 마치 80년대 영화 세트장 같은 느낌이랄까? 가게 앞에 놓인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의자들은 잠시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생각보다 아담한 공간이 눈에 들어왔다. 테이블 간 간격이 넓지는 않았지만, 오히려 그 덕분에 더욱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벽돌로 마감된 벽에는 옛날 사진들과 포스터들이 붙어 있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흘러나오는 음악 역시 7080 가요들이라 흥겨움을 더했다. 평일 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웨이팅은 없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냅다청양집의 대표 메뉴는 단연 냉동삼겹살! 200g에 9,900원이라는 착한 가격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요즘 같은 고물가 시대에 이런 가격이라니, 그저 감사할 따름이었다. 냉삼 외에도 짜계치, 쫄면, 계란말이 등 추억을 자극하는 사이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냉삼 2인분과 쫄면을 주문했다.
주문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커다란 쟁반에 푸짐한 밑반찬들이 한가득 차려졌다. 어리굴젓, 배추김치, 파절이, 쌈 채소 등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눈길을 끌었던 것은 소시지전! 냅다청양집에서는 모든 손님에게 소시지전을 서비스로 제공한다고 한다. 케첩으로 예쁘게 그림을 그려 내어주시는 센스까지 돋보였다. 직원분들의 친절한 응대 또한 기분 좋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냉동삼겹살이 등장했다. 얇게 썰린 냉삼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불판 위에 냉삼을 올리고, 김치와 파절이, 콩나물까지 함께 구워주니, 지글거리는 소리와 함께 맛있는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 냉삼은 금방 익기 때문에, 쉴 새 없이 뒤집어줘야 했다.
잘 익은 냉삼 한 점을 집어, 기름장에 콕 찍어 입안에 넣으니, 고소하면서도 쫄깃한 식감이 정말 최고였다. 돼지 특유의 잡내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특히 어리굴젓과 함께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감칠맛이 폭발했다. 쌈 채소에 냉삼과 파절이, 김치를 듬뿍 넣어 크게 한 쌈 싸 먹으니, 입안 가득 행복이 퍼지는 듯했다.

냉삼을 정신없이 먹고 있을 때, 쫄면이 나왔다. 커다란 그릇에 담겨 나온 쫄면은, 보기만 해도 매콤해 보였다. 젓가락으로 면을 비비니, 새콤달콤한 양념 냄새가 식욕을 자극했다. 쫄면 면발은 탱글탱글했고, 양념은 적당히 매콤하면서도 달콤했다. 냉삼과 함께 먹으니, 느끼함도 잡아주고, 입안을 깔끔하게 정리해주는 느낌이었다. 마치 김밥천국에서 먹던 추억의 쫄면 맛과 흡사했다.

정신없이 냉삼과 쫄면을 먹다 보니, 어느새 배가 불렀다. 하지만 볶음밥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직원분께 볶음밥 1인분을 주문했다. 냅다청양집에서는 볶음밥을 직접 볶아주신다. 남은 냉삼과 김치, 콩나물 등을 잘게 잘라, 밥과 함께 볶아주시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능숙하신지, 감탄이 절로 나왔다. 볶음밥 위에는 김가루와 계란후라이를 올려주시는데, 정말 먹음직스러워 보였다.

볶음밥 한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으니,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살짝 눌어붙은 볶음밥은 긁어먹는 재미도 있었다. 배가 불렀지만, 볶음밥을 남길 수는 없었다. 숟가락을 놓지 못하고, 볶음밥을 깨끗하게 비워냈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향하는데, 벽면에 붙어있는 “정인게임장”이라는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예전에 이 자리에 정인게임장이 있었다고 한다. 냅다청양집 사장님의 센스가 돋보이는 부분이었다. 계산을 마치고 가게를 나서는데, 직원분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해주셨다.
냅다청양집에서 냉삼을 먹으면서, 잠시나마 잊고 지냈던 추억들을 떠올릴 수 있었다. 저렴한 가격에 맛있는 냉삼을 즐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지만, 무엇보다 정겹고 편안한 분위기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마치 오래된 친구 집에 놀러 온 듯한 느낌이랄까? 90년대 감성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테이블 간 간격이 좁고, 바닥이 조금 미끄럽다는 점이다. 기름이 많은 음식을 팔다 보니 어쩔 수 없는 부분이겠지만, 조금 더 신경 써주시면 좋을 것 같다. 그리고 볶음밥은 기대했던 것만큼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조금 더 자극적인 맛이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하지만 이러한 아쉬운 점들을 감안하더라도, 냅다청양집은 충분히 매력적인 곳이다.
다음에 친구들과 영등포구청에서 모임을 하게 된다면, 나는 주저 없이 냅다청양집을 선택할 것이다. 냉삼과 함께 추억을 나누며,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냅다청양집은 단순한 냉삼집이 아닌, 추억과 낭만을 함께 즐길 수 있는 특별한 공간이다.
영등포 맛집 냅다청양집에서 맛있는 냉삼과 함께,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보는 건 어떨까? 분명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