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묘하게 학창 시절 분식 맛이 그리워졌다. 시험 끝난 날 친구들과 우르르 몰려가 먹던, 그런 추억의 떡볶이 말이다. 캡사이신 팍팍 들어간 매운 떡볶이 말고, 살짝 달달하면서 쫀득한 밀떡의 향수가랄까. 그래서 검색 끝에 찾아낸 곳, 수지구청 근처의 한 분식집. 간판부터가 정겨운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곳이었다. 혼밥 레벨 5 정도는 되는 나에게, 새로운 분식집 도전은 언제나 설레는 일이다.
수지구청역 2번 출구에서 나와 골목 안으로 조금 들어가니, 금세 떡볶이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밖에서 보기에도 북적거리는 게, 왠지 맛집의 기운이 느껴졌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역시나 테이블은 거의 만석. 다행히 혼자 앉을 만한 자리가 하나 남아있었다. 자리에 앉자마자 메뉴판을 스캔했다. 떡볶이, 순대, 튀김, 김밥… 아, 다 먹고 싶은데. 역시 이럴 땐 ‘떡튀순’ 조합 아니겠어?

주문은 선불이었다. 카운터로 가서 떡볶이 1인분, 순대 1인분, 그리고 튀김을 모듬으로 주문했다. “혼자 오셨어요?” 사장님의 물음에 살짝 움찔했지만, 당당하게 “네!”라고 외쳤다. 혼밥이 뭐 어때서? 요즘은 혼자 밥 먹는 게 얼마나 편하고 좋은데. 게다가 여기는 혼자 온 손님도 꽤 있는 듯, 전혀 어색한 분위기가 아니었다. 테이블마다 가림막도 설치되어 있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에 앉으니, 따뜻한 오뎅 국물이 먼저 나왔다. 컵에 따라 홀짝 들이켜니, 멸치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게 입맛을 돋우었다.

솔직히 말하면 엄청 깊은 맛은 아니었지만, 가볍게 즐기기엔 괜찮았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떡튀순 등장! 떡볶이는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빨간 비주얼이 정말 먹음직스러웠다. 튀김은 김말이, 오징어, 야채 등 종류별로 푸짐하게 담겨 나왔고, 순대는 뽀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한 상 가득 차려진 분식을 보니,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젓가락을 들고 떡볶이부터 공략했다. 떡은 탱글탱글한 밀떡! 한 입 베어 무니, 달콤하면서 살짝 매콤한 양념이 입안 가득 퍼졌다. 어릴 적 학교 앞에서 먹던 바로 그 맛이었다. 너무 맵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달지도 않은 딱 적당한 밸런스! 떡볶이 떡보다 소스가 맛있어서 계속 숟가락으로 떠먹게 되는 마성의 맛이었다.
다음은 튀김 차례. 튀김옷이 두껍지 않고 바삭해서 좋았다. 특히 오징어튀김은 오징어가 통통해서 씹는 맛이 일품이었다. 떡볶이 국물에 푹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매콤달콤한 맛이 더해져 환상의 조합을 이뤘다.

마지막으로 순대. 찰진 순대를 소금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입안에 퍼졌다. 쫄깃쫄깃한 식감도 좋았다. 특히 순대에서 잡내가 전혀 나지 않아서 좋았다. 역시 분식은 떡튀순으로 마무리해야 완벽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달았다.
혼자 왔지만, 전혀 부족함 없이 푸짐하게 즐길 수 있었던 떡볶이 한 상. 게다가 튀김을 낱개로도 주문할 수 있다는 점이 혼밥러에게는 큰 메리트였다. 혼자 이것저것 시켜 먹기 부담스러울 때, 튀김 하나씩 맛볼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가!

정신없이 떡튀순을 해치우고 나니, 어느새 배가 빵빵해졌다.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에 갔는데, 현금으로 만 원 이상 결제하면 음료수를 공짜로 준다는 안내문이 눈에 띄었다. 아쉽게도 카드를 가져온 나는 혜택을 받지 못했지만, 다음에는 꼭 현금을 챙겨와야겠다고 다짐했다.
가게는 학원가에 위치해 있어서 그런지, 학생 손님들이 많았다. 쉬는 시간 종이 치자마자 우르르 몰려오는 학생들을 보니, 나도 괜히 학창 시절 생각에 잠겼다. 그때 그 시절, 친구들과 함께 먹던 떡볶이 맛은 정말 꿀맛이었는데.

솔직히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다. 하지만 평범한 듯하면서도 자꾸 끌리는 맛이랄까. 어릴 적 먹던 추억의 떡볶이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서 좋았다. 그리고 혼자 와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고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도 큰 장점이었다.
다만,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오뎅 국물은 조금 더 깊은 맛이 났으면 좋겠고, 튀김옷이 조금만 더 얇았으면 완벽했을 것 같다. 그리고 사장님의 친절도는 복불복인 듯. 어떤 후기에서는 불친절하다는 이야기도 있었지만, 내가 방문했을 때는 괜찮았다.

그래도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운 식사였다. 수지에서 가성비 좋은 떡볶이 맛집을 찾는다면, 한 번쯤 방문해볼 만한 곳이다. 특히 혼밥을 즐기는 사람들에게는 강력 추천한다. 오늘도 혼밥 성공! 다음에는 김밥이랑 순대볶음도 먹어봐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