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녀석이 며칠 전부터 간짜장, 간짜장 노래를 부르는 통에 결국 팔을 걷어붙이고 울산으로 향했다. 목적지는 오직 하나, 친구가 극찬해 마지않는 간짜장 맛집 ‘거성루’였다. 사실 짜장면이야 어딜 가나 흔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지만, 녀석의 호들갑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을 거란 기대감이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찍고 달리는데, 주변 풍경이 점점 정겨운 시골 풍경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덩달아 내 마음도 어릴 적 추억이 몽글몽글 피어나는 듯했다. 드디어 ‘거성루’ 간판이 눈에 들어왔다. 낡은 벽돌 건물에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이 붙어있는 모습이, 마치 시간 여행을 온 듯한 기분이었다. 요즘 흔한 세련된 인테리어와는 거리가 멀었지만, 왠지 모를 푸근함과 기대감이 동시에 밀려왔다.

문을 열고 들어서자, 예상대로 내부 역시 옛날 중국집 분위기가 물씬 풍겼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과 작은 방 하나가 전부였지만, 오히려 그런 소박함이 더욱 정겹게 느껴졌다. 낡은 테이블과 의자, 빛바랜 벽지, 그리고 천장에 매달린 촌스러운 조명까지, 모든 것이 어린 시절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먹던 추억을 떠올리게 했다. 마치 시간이 멈춘 듯한 공간에서, 나는 이미 맛있는 간짜장을 맛볼 준비를 마쳤다.
벽에 붙은 메뉴판을 스캔하니 짜장면이 6,000원, 간짜장이 8,000원이다.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엄청 착한 가격이다. 탕수육 가격도 17,000원으로 부담이 없다. 친구와 나는 고민할 것도 없이 간짜장 두 그릇과 탕수육을 주문했다. 다른 테이블을 흘끗 보니 짬뽕을 먹는 사람들도 꽤 많았다. 짬뽕 국물이 얼큰해 보이는 게, 다음에는 짬뽕도 한번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문 후 잠시 기다리는 동안, 주방에서 웍을 돌리는 소리가 요란하게 들려왔다. 탕탕! 촤르륵! 하는 소리가 어찌나 경쾌하던지. 곧이어 고소한 짜장 냄새가 코를 찔렀다. 드디어 간짜장이 나왔다! 쟁반 위에 단무지, 양파, 김치, 그리고 간짜장 소스가 담긴 그릇과 면이 따로 나왔다. 딱 봐도 면발이 탱글탱글한 게,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것이 심상치 않았다.

간짜장 소스를 면 위에 듬뿍 붓고, 젓가락으로 마구 비볐다. 뻑뻑한 춘장이 면에 착착 감기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졌다. 드디어 한 젓가락 크게 집어 입에 넣는 순간… 와, 이거 진짜 미쳤다! 찐하고 깊은 춘장의 풍미가 입안 가득 퍼지는 것이, 내가 지금까지 먹어왔던 짜장면과는 차원이 달랐다.
면발은 어찌나 쫄깃한지, 입 안에서 탱글탱글 춤을 추는 것 같았다. 간짜장 소스에는 양파와 양배추가 큼직하게 썰어져 들어가 있었는데, 아삭아삭 씹히는 식감이 정말 좋았다. 특히 춘장의 깊은 맛과 양파의 달콤함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면서, 젓가락을 멈출 수 없게 만들었다. 사진에서도 보이듯이, 소스에 들어간 양파와 양배추가 큼직큼직해서 씹는 맛이 정말 좋았다. 재료를 아끼지 않고 팍팍 넣은 사장님의 푸짐한 인심이 느껴졌다.

솔직히 처음에는 ‘간짜장이 다 똑같지, 뭐’라고 생각했었는데, ‘거성루’ 간짜장을 맛본 후 완전히 생각이 바뀌었다. 진짜 레전드라는 말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을 정도였다. 친구 녀석이 왜 그렇게 극찬했는지, 이제야 제대로 알 것 같았다.
간짜장을 정신없이 흡입하고 있을 때, 드디어 탕수육이 나왔다. 뽀얀 튀김옷을 입은 탕수육 위에 달콤한 소스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탕수육은 옛날 스타일 그대로였다. 요즘 유행하는 찹쌀 탕수육과는 달리, 얇고 바삭한 튀김옷이 특징이었다.

탕수육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바삭! 하는 소리와 함께 고소한 돼지고기 향이 입안에 퍼졌다. 튀김옷은 정말 얇고 바삭했고, 돼지고기는 잡내 없이 신선했다. 달콤한 소스와 바삭한 탕수육의 조화는, 역시나 환상의 궁합이었다. 특히 간짜장과 탕수육을 번갈아 먹으니, 느끼함도 싹 가시고 정말 맛있었다.
솔직히 탕수육은 엄청 특별한 맛은 아니었지만, 기본에 충실한 맛이라고 할 수 있었다. 튀김옷이 너무 두껍거나 눅눅하지 않고, 딱 알맞게 바삭해서 좋았다. 탕수육 소스도 너무 시거나 달지 않고, 적당히 달콤해서 남녀노소 누구나 좋아할 만한 맛이었다.
친구와 나는 말도 없이 간짜장과 탕수육을 폭풍 흡입했다. 너무 맛있어서 정신줄을 놓고 먹었던 것 같다. 순식간에 모든 음식을 해치우고 나니, 배가 터질 듯이 불렀다. 하지만 왠지 모르게 기분 좋은 포만감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하려고 카운터로 갔는데, 사장님께서 정말 친절하게 맞아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고 물어보시는 사장님의 모습에서, 진심으로 손님을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계산을 하면서 사장님께 “간짜장이 정말 맛있었어요!”라고 말씀드리니, 환하게 웃으시면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하셨다.

‘거성루’에서 간짜장을 먹으면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을 넘어 어린 시절의 추억과 향수를 느낄 수 있었다. 낡고 허름한 공간, 푸근한 인심의 사장님, 그리고 잊을 수 없는 간짜장 맛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면서 나에게 잊지 못할 경험을 선사했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간짜장이 조금 달다는 평도 있다는 것이다. 나는 워낙 단 음식을 좋아해서 맛있게 먹었지만, 단맛을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조금 부담스러울 수도 있을 것 같다. 그리고 면이 약간 불어있다는 의견도 있었는데, 내가 방문했을 때는 면발이 탱글탱글해서 전혀 그런 느낌을 받지 못했다.
‘거성루’는 요즘 흔한 세련된 맛집과는 거리가 멀다. 하지만 진정한 맛은 화려함이 아닌, 기본에 충실한 맛과 정겨운 분위기에서 나온다는 것을 ‘거성루’에서 제대로 느낄 수 있었다. 울산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거성루’에 들러 간짜장을 맛보길 바란다. 분명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맛있는 간짜장 덕분이기도 하겠지만, 어린 시절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준 ‘거성루’ 덕분인 것 같았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꼭 다시 방문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분명 ‘거성루’의 간짜장을 맛보시면 옛 추억에 잠기실 것 같다.
울산 지역명에서 잊을 수 없는 간짜장 맛집 경험을 선사한 ‘거성루’. 단순한 식사를 넘어, 소중한 추억을 선물해준 ‘거성루’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며, 이 글을 마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