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포항에 내려갈 일이 생겼다. 바다 냄새 맡으니 어릴 적 뛰놀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오르는 게, 콧잔등이 시큰해지더라. 그냥 갈 수는 없지. 포항 하면 또 싱싱한 해산물 아니겠어? 특히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오징어회! 소문 듣고 찾아간 곳이 있는데, 아주머니 인심도 좋고 맛도 끝내준다는 포항 맛집이 있다지 뭔가. 이름하여 ‘바다마을 횟집’.
가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정겨운 분위기가 확 풍겨온다. 시끌벅적한 왁자지껄함이 아니라, 오랜 단골들이 편안하게 술잔을 기울이는 그런 따스한 느낌 있잖아. 벽 한쪽에는 낙서처럼 휘갈겨 쓴 메뉴들이 왠지 모르게 정겹고, 테이블마다 놓인 낡은 재떨이에서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마치 어릴 적 아버지 따라 들어갔던 동네 술집 같은 푸근함이랄까.
자리를 잡고 앉으니, 주인 아주머니가 푸근한 미소로 맞이해주신다. “어이구, 오랜만에 왔능교? 뭐 묵을낀데?” 마치 고향집에 온 듯한 편안함에 나도 모르게 “오징어회 하나 주이소!” 외쳐버렸지.
잠시 기다리니, 밑반찬들이 하나 둘씩 나오기 시작한다. 화려한 곁들임 찬은 아니지만,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깔스러운 반찬들이었다. 콩나물국은 어찌나 시원한지, 텁텁한 입안을 깔끔하게 씻어주는 느낌이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오징어회가 나왔다. 사진에서 보이는 것처럼,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뽀얀 오징어 살결이 어찌나 먹음직스럽던지! 칼질도 어찌나 섬세하게 하셨는지, 마치 꽃잎처럼 얇게 썰린 오징어회가 접시 위에 소복하게 쌓여있다.

젓가락으로 오징어회 한 점을 집어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맛 좀 봐라! 입안 가득 퍼지는 싱싱한 바다 내음과 쫀득쫀득한 식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 마치 살아있는 오징어가 입 안에서 춤을 추는 듯한 느낌이랄까. 억지로 질겅거리는 여느 오징어회와는 차원이 달랐다. 역시 손으로 직접 썰어주셔서 그런지, 쫀득함이 남다르다.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매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오징어회의 풍미를 더욱 끌어올려 준다. 깻잎에 싸서 먹으니, 향긋한 깻잎 향이 오징어회의 신선함을 더욱 돋보이게 해준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는,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회를 먹는 중간중간, 시원한 콩나물국을 들이켜니 입 안이 개운해지는 것이, 다시 시작할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아주머니 인심도 어찌나 좋으신지, “더 묵어라, 더 묵어라” 하시면서 오징어회를 계속해서 채워주셨다. 덕분에 정말 배 터지게 먹을 수 있었다.
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상 가득 차려진 모습이 보기만 해도 흐뭇해진다. 오징어회 뿐만 아니라, 다른 곁들임 메뉴들도 하나하나 맛깔스러워서 젓가락이 쉴 틈이 없었다. 특히, 저 쌈장! 직접 담그신 건지 시판 쌈장과는 비교도 안 될 깊은 맛이 느껴졌다.

오징어회에 정신이 팔려 잠시 잊고 있었던 오징어순대! 짭조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쫄깃한 오징어 껍질과 꽉 찬 속 재료의 조화가 환상적이었다. 뜨끈할 때 먹으니, 입 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오징어 통찜도 빼놓을 수 없지. 쫄깃한 오징어 몸통과 고소한 내장의 조합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이었다. 특히, 저 내장은 신선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데, ‘바다마을 횟집’에서는 믿고 먹을 수 있었다.
회를 다 먹어갈 때쯤, 아주머니가 매운탕을 내어주셨다. 얼큰하면서도 시원한 국물 맛이, 술안주로도, 식사로도 제격이었다. 안에 들어있는 생선 살도 어찌나 부드럽던지, 뼈만 쏙 발라 먹는 재미가 쏠쏠했다. 매운탕 한 숟갈 뜨니, 아이고, 속이 다 편안해지는 기분이었다.

정말 배불리, 맛있게 먹고 계산을 하려는데, 아주머니가 “멀리서 왔는데, 이거라도 가져가소” 하시면서 직접 만드신 반찬을 챙겨주셨다. 어찌나 감사하던지. 옛날 엄마가 해주시던 그 맛 그대로였다.
‘바다마을 횟집’은 저렴한 가격으로 푸짐한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회도 푸짐하게 주시지만, 다른 안주들도 아낌없이 내어주시는 주인 아주머니의 넉넉한 인심 덕분에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곳이다.
가게 내부는 소박하지만, 테이블 간 간격이 넓어서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시끌벅적한 분위기가 아니라, 조용하게 담소를 나누면서 술 한잔 기울이기에도 안성맞춤이다.
‘바다마을 횟집’은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파는 곳이 아니라, 정겨운 분위기와 푸근한 인심을 함께 느낄 수 있는 곳이다. 한 숟갈 뜨면 고향 생각나는, 그런 따뜻한 밥집이다.
다음에 포항에 내려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들러야겠다. 그땐 자연산 잡어회도 한번 먹어봐야지. 아주머니, 그때까지 건강하게 오래오래 장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