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광주 조선대학교 후문은 풋풋한 설렘과 활기로 가득 차오른다. 강의를 마치고 쏟아져 나온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밤거리를 메우고, 저마다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젊음의 열기가 공기 중에 맴도는 듯했다. 그 중심에, 빈티지한 멋스러움으로 시선을 사로잡는 작은 공간, ‘이만포’가 자리하고 있었다.
간판에 불이 들어오자, 마치 약속이라도 한 듯 하나둘씩 사람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나 역시 친구의 추천을 받아 이곳을 찾았다. 낡은 듯 정감 있는 나무 벤치가 놓인 가게 앞 풍경은, 마치 오래된 영화의 한 장면처럼 아련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커다란 창문 너머로 언뜻 보이는 내부의 모습은, 따뜻한 조명 아래 삼삼오오 모여앉아 웃음꽃을 피우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문득, 학창 시절 친구들과 함께 드나들던 추억의 아지트가 떠올랐다. 삐걱거리는 나무 문을 열고 들어서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맛있는 음식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벽에는 손님들이 남기고 간 낙서와 사진들이 빼곡하게 붙어 있었고, 낡은 듯 멋스러운 가구들은 편안하고 아늑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 묘한 기분에 휩싸였다.

자리에 앉자마자, 삼촌이라 불리는 친근한 인상의 사장님께서 반갑게 맞아주셨다. 메뉴판을 들여다볼 필요도 없이, 이 곳의 대표 메뉴인 ‘이모카세’를 주문했다. 이모카세란, 마치 푸짐한 인심의 이모가 차려주는 듯한, 다채로운 안주 코스 요리를 의미한다고 한다. 메뉴 고민에 어려움을 겪는 나같은 결정 장애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반가운 선택지였다.
잠시 후, 테이블 위로 하나둘씩 음식들이 차려지기 시작했다. 가장 먼저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싱싱한 부채새우회였다.에서 보듯, 뽀얀 속살을 드러낸 부채새우는, 마치 바다에서 갓 잡아 올린 듯 윤기가 자르르 흘렀다. 흔히 접하기 힘든 귀한 해산물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에, 벌써부터 기대감이 부풀어 올랐다. 한 점 집어 입에 넣으니, 비린 맛은 전혀 없고, 입 안에서 사르르 녹아내리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었다. 일반 새우와는 확연히 다른, 고급스러운 풍미가 입 안 가득 퍼져 나갔다.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촉촉한 계란찜과 쫄깃한 갑오징어 숙회였다. 뜨끈한 계란찜은 부드럽고 고소했으며, 갑오징어 숙회는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맛이 돋보였다. 특히 갑오징어 숙회는 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입맛을 돋우는 데 제격이었다. 이어서 나온 우삼겹 육전은, 고소한 기름 냄새와 함께 눈과 코를 즐겁게 했다. 얇게 부쳐낸 육전은 부드럽고 촉촉했으며, 함께 제공된 간장 소스에 찍어 먹으니, 짭짤하면서도 달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뜨끈한 국물이 생각날 때쯤, 민어지리탕이 등장했다. 뽀얀 국물 속에는 신선한 민어와 각종 채소가 듬뿍 들어 있었다. 국물을 한 입 맛보니, 시원하면서도 깊은 맛이 온몸을 따뜻하게 감싸는 듯했다. 특히 민어 살은 부드럽고 담백했으며, 함께 들어간 채소들은 신선하고 아삭한 식감을 자랑했다. 에서 보듯, 탕 속의 푸짐한 재료들은 신선함을 자랑하며, 깊고 시원한 국물 맛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주었다.
상상치 못한 메뉴의 향연은 끝없이 이어졌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고등어 튀김은,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일품이었다. 평소 생선 요리를 즐겨 먹지 않는 나조차도, 젓가락을 멈출 수 없을 정도였다. 이어서 등장한 부채새우찜은, 부드러운 새우 살과 은은한 향신료의 조화가 돋보였다. 찜 요리 특유의 촉촉함과 풍부한 맛은, 입 안을 즐겁게 했다.
쉴 새 없이 쏟아지는 음식들을 맛보며, 감탄사를 연발했다. 저렴한 가격에 이렇게 훌륭한 퀄리티의 음식을 맛볼 수 있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신선한 해산물은 물론, 다채로운 메뉴 구성과 푸짐한 양까지, 모든 것이 만족스러웠다. 특히, 매일 아침 여수에서 직접 공수해온다는 신선한 해산물은, 이곳의 가장 큰 자랑거리라고 한다.
사장님의 친절한 서비스 또한 인상적이었다. 음식 하나하나에 대한 설명은 물론, 손님들의 취향을 고려한 맞춤형 추천까지, 진심으로 손님을 배려하는 마음이 느껴졌다. 마치 오랜 단골집에 온 듯, 편안하고 푸근한 분위기 속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에서 보이는 테이블 세팅은 정갈하며, 필요한 소스나 물은 즉각적으로 제공되었다.
이곳의 빈티지한 인테리어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매력 포인트다. 낡은 벽돌 벽과 나무 테이블, 그리고 은은한 조명은, 아늑하면서도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벽면에 붙어 있는 흑백 사진과 손글씨 메모들은, 마치 시간의 흔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친구들과 함께 방문하기에도 좋고, 혼자 조용히 술 한잔 기울이기에도 안성맞춤인 공간이다. 실제로, 혼자 온 손님들을 위한 바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었다.에 나타난 김치와 두부의 조화, 의 육전, 의 신선한 회, 의 우삼겹 육전 등, 다채로운 메뉴 구성은 술 한 잔을 기울이기에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이만포에서는,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맛보는 것 이상의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푸짐한 인심과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마치 고향에 온 듯 편안함을 느낄 수 있었다. 맛있는 음식과 함께, 삶의 고단함을 잠시 잊고, 소중한 사람들과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곳, 바로 이곳이 ‘이만포’였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 문을 나서는 순간, 아쉬움이 밀려왔다. 하지만, 곧 다시 이곳을 찾을 것을 알기에, 발걸음은 가벼웠다. 광주 조대후문에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준 ‘이만포’,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곳을 지켜주길 바란다.
돌아오는 길, 문득 ‘이만포’라는 이름의 의미가 궁금해졌다. 혹시, 이모의 푸근한 인심을 2만% 담아냈다는 뜻일까? 아니면, 2만 원으로 최고의 행복을 누릴 수 있다는 의미일까?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이만포’는 내게, 단순한 술집 그 이상의 의미로 다가왔다. 청춘의 낭만과 따뜻한 정이 가득한 곳, 바로 그곳이 ‘이만포’였다.
어쩌면, 이 곳은 단순한 맛집을 넘어, 광주 조대 학생들의 추억과 낭만이 깃든, 영원한 지산동 맛집으로 기억될지도 모르겠다. 밤하늘을 수놓는 별처럼, ‘이만포’는 앞으로도 오랫동안 캠퍼스의 밤을 밝혀줄 것이다.

다음에는 꼭 친구들과 함께 방문해서, 이 맛있는 음식들을 함께 나누고 싶다. 그리고, 사장님께 ‘이만포’라는 이름에 담긴 숨겨진 의미를 꼭 물어봐야겠다. 어쩌면, 그 안에 담긴 이야기는, 또 다른 감동과 여운을 선사해줄지도 모른다.
오늘 밤, 나는 ‘이만포’에서 맛본 음식들과 그곳에서 느꼈던 따뜻한 정을, 오랫동안 잊지 못할 것이다. 그리고,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이만포’를 떠올리며, 다시 힘을 내서 살아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