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스름한 저녁, 네비게이션조차 길을 잃을 듯한 굽이진 산길을 헤쳐 드디어 힐마루 근처,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숨고개 식당에 도착했다. 아는 사람만 찾아올 듯 외진 곳이었지만, 묘하게 풍기는 정겨움에 이끌려 망설임 없이 차에서 내렸다.
식당 마당에 들어서니, 자유롭게 거니는 닭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다. 도시에서는 보기 힘든 풍경에 어릴 적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기분이 들었다. 마치 고향집에 온 듯 푸근한 인상이다. 멍멍이들도 빼놓을 수 없지. 식당 한켠에는 강아지들이 한가롭게 뛰어놀고 있어 더욱 시골 정취를 물씬 풍겼다.

방갈로로 안내받아 자리를 잡았다.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기울어진 방갈로였지만, 그마저도 운치 있게 느껴졌다. 마치 비밀 아지트에 온 듯한 기분마저 들었다. 메뉴판은 정겨운 글씨체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옻닭, 엄나무 백숙, 오리 능이 백숙, 토끼탕 등 듣기만 해도 몸이 건강해지는 듯한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고민 끝에, 몸보신에 최고라는 옻닭을 주문했다.
주문 후, 밑반찬이 하나둘씩 차려지기 시작했다. 3년은 족히 묵혔을 법한 김치, 총각김치, 동치미는 깊은 맛이 일품이었다. 특히 갓 꺼내온 듯 시원하고 아삭한 식감이 잊히지 않는다. 산나물 무침은 시골 할머니가 직접 만들어주신 듯 정겨운 맛이었다. 밑반찬 하나하나에서 느껴지는 정성에 감탄했다.

잠시 후, 뜨끈한 김치전이 나왔다. 고소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바삭하게 구워진 김치전은 입맛을 돋우기에 충분했다. 젓가락을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김치전을 순식간에 해치우고 나니, 드디어 옻닭이 등장했다. 커다란 냄비에 푸짐하게 담겨 나온 옻닭은 보기만 해도 든든했다.
옻닭 국물을 한 입 맛보는 순간, 온몸에 따뜻함이 퍼지는 듯했다. 옻 특유의 향긋함과 깊은 국물 맛이 조화롭게 어우러졌다.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깔끔하면서도 깊은 맛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정성껏 끓여주신 보양식을 먹는 듯한 기분이었다. 닭고기는 얼마나 부드러운지, 젓가락만 대도 살이 쉽게 발라졌다. 닭 냄새 없이 깔끔하고 쫄깃한 식감이 일품이었다.

닭고기를 먹고 남은 국물에 찹쌀밥을 넣어 끓여 먹는 죽 또한 빼놓을 수 없는 별미였다. 옻닭의 깊은 맛이 밴 찹쌀죽은 속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옻닭 한 냄비에 김치전, 밑반찬, 찹쌀죽까지 먹으니 정말 배가 불렀다. 넷이서 먹어도 충분할 정도의 푸짐한 양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느새 어둠이 짙게 내려앉아 있었다. 식당 마당에는 은은한 조명이 켜져 더욱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밤하늘을 가득 채운 별들을 바라보며, 시골의 정취를 만끽했다. 제대로 몸보신하고, 힐링까지 되는 완벽한 저녁 식사였다.

숨고개 식당은 맛도 맛이지만, 정겨운 분위기와 푸근한 인심이 더욱 매력적인 곳이었다.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주는 공간이었다. 팔공산 드라이브를 즐기거나, 몸보신이 필요할 때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팔공산 맛집이다. 다음번에는 능이버섯 오리탕도 맛봐야겠다.
총평: 숨은 보석 같은 곳. 옻닭, 능이백숙 등 제대로 된 보양식을 맛보고 싶다면 강력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