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창동 숨은 보석, 소박함 속에 빛나는 어머니 손맛을 찾아서 떠난 맛집 기행

어스름한 저녁, 며칠 전부터 벼르던 평창동의 한 맛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좁다란 골목길을 따라 반지하로 이어진 계단을 조심스레 내려갔다. 문을 열자, 따스한 밥 냄새와 함께 정겨운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화려함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편안함이 느껴지는 공간이었다. 낡은 듯 정겨운 나무 테이블과 의자, 은은한 조명이 마치 오랜 친구 집에 방문한 듯한 기분을 선사했다.

평일 저녁 시간이라 그런지, 다행히 홀은 한산했다. 북적이는 점심시간을 피해 일부러 늦은 시간에 방문한 보람이 있었다. 테이블에 앉아 메뉴판을 펼쳐 들었다. 소박한 메뉴판에는 돌솥밥을 비롯해 다양한 한식 메뉴들이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메뉴판 한켠에는 미리 예약하면 더욱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다음에는 꼭 예약을 하고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의 메뉴판 사진에서 보듯, 메뉴가 다양해서 한참을 고민했다.

고민 끝에, 이 집의 대표 메뉴라는 영양 돌솥밥을 주문했다. 돌솥밥은 14,000원. 가격은 조금 나가는 편이다. 주문을 마치자, 따뜻한 물수건과 함께 소박한 반찬들이 하나둘씩 테이블 위에 놓였다.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검은 해초 무침, 간장 양념에 버무린 버섯볶음, 노란 호박나물, 그리고 초록빛이 싱그러운 시금치나물까지. 형형색색의 나물들이 보기 좋게 담겨 나왔다. 겉절이 김치와 잘 익은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정갈하게 담긴 나물 반찬
정갈하게 담긴 나물 반찬

잠시 후,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돌솥밥이 등장했다. 뚜껑을 여니, 흑미밥 위에 단호박, 콩, 팥 등이 옹기종기 놓여 있었다. 갓 지은 밥의 윤기와 고소한 냄새가 코를 간지럽혔다. 돌솥밥과 함께 우거지 된장국과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 한 마리, 그리고 계란찜까지 한 상 가득 차려졌다. 에서 보이는 풍성한 한 상 차림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젓가락으로 밥을 살살 비벼 한 입 맛보았다. 쌀알 하나하나가 살아있는 듯, 톡톡 터지는 식감이 일품이었다. 흑미의 은은한 단맛과 단호박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입안 가득 행복을 선사했다. 함께 나온 나물들을 넣고 고추장 양념에 쓱쓱 비벼 먹으니, 그 맛이 더욱 풍성해졌다. 슴슴한 나물들이 갓 지은 밥과 어우러져 최고의 맛을 냈다.

우거지 된장국은 어릴 적 할머니가 끓여주시던 바로 그 맛이었다. 깊고 구수한 된장 향이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조기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게 구워져 밥반찬으로 안성맞춤이었다. 특히, 따뜻하게 부풀어 오른 계란찜은 부드러운 식감과 담백한 맛이 일품이었다. 간이 세지 않아 밥과 함께 먹기에 부담이 없었다.

영양 돌솥밥의 클로즈업
영양 돌솥밥의 클로즈업

돌솥에 남은 밥에는 뜨거운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었다. 구수한 숭늉은 입안을 깔끔하게 마무리해주는 역할을 했다. 아이들이 숭늉 만드는 것을 보면 신기해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식사를 마치니, 후식으로 시원한 식혜가 나왔다. 많이 달지 않고 은은한 단맛이 느껴지는 식혜는 입가심으로 제격이었다.

혼자 조용히 식사를 즐기고 있으니, 나이 지긋하신 남자 사장님께서 다가오셨다. 무뚝뚝한 표정으로 “맛은 괜찮았어요?”라고 물으셨다. “네, 정말 맛있었어요. 특히 된장국이 최고였어요.”라고 답하자, 옅은 미소를 지으셨다.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정겨움이 느껴지는 인상이었다.

식사를 마치고 가게를 나서며, 따뜻한 기운이 감도는 듯했다. 화려하고 세련된 맛은 아니었지만, 정갈하고 따뜻한 집밥을 먹은 듯한 기분이었다. 마치 어머니가 차려주신 밥상처럼, 소박하지만 정성이 가득 담긴 음식들이었다.

다만, 돌솥밥 가격에 비해 반찬이 조금 부족하다는 느낌은 지울 수 없었다. 그리고 반지하에 위치해 있다는 점, 주차 공간이 협소하다는 점은 아쉬움으로 남았다. 하지만, 평창동에서 이 가격에 이 정도 퀄리티의 한식을 맛볼 수 있다는 것은 큰 맛집이라고 생각한다.

다음에는 돌솥밥 말고 다른 메뉴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8,000원이라는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는 황태구이 백반도 궁금했고, 해물 된장찌개도 맛보고 싶었다. 그리고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게 내부 천장의 모습
가게 내부 천장의 모습. 낡은 듯 정겨운 분위기가 느껴진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왠지 모르게 마음이 따뜻해졌다. 배부른 포만감과 함께, 잊고 지냈던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듯했다. 가끔은 화려한 레스토랑보다, 소박하고 정겨운 지역명 밥집에서 따뜻한 한 끼를 먹는 것이 더 큰 행복을 가져다주는 것 같다. 다음에는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방문해야겠다 다짐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천장의 네모난 조명과 격자 무늬가 인상적인,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공간에서 맛본 따뜻한 밥 한 끼는 오랫동안 잊지 못할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숭늉 주전자
돌솥밥과 함께 나오는 숭늉 주전자. 따뜻한 물을 부어 숭늉을 만들어 먹으면 더욱 맛있게 즐길 수 있다.
돌솥밥 한 상 차림
돌솥밥 한 상 차림. 푸짐한 반찬과 따뜻한 밥이 든든함을 선사한다.
테이블 위에 차려진 돌솥밥
테이블 위에 차려진 돌솥밥. 흑미밥 위에 콩, 팥, 단호박 등이 옹기종기 놓여 있다.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
노릇하게 구워진 조기. 짭짤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밥도둑이다.
황태구이와 뚝배기 불고기
황태구이와 뚝배기 불고기. 다음 방문에는 꼭 맛봐야 할 메뉴들이다.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세팅
깔끔하게 정돈된 테이블 세팅. 손님을 맞이하기 위한 정성이 느껴진다.
다양한 반찬들이 놓인 테이블
다양한 반찬들이 놓인 테이블. 하나하나 정갈하게 담겨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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