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하동에 왔다. 섬진강을 따라 흐르는 벚꽃길을 상상하며 왔지만, 아쉽게도 꽃은 이미 져버린 뒤였다. 그래도 괜찮다. 내겐 하동의 숨겨진 “맛집”, 선창횟집이 있으니까. 혼자 떠나는 여행의 즐거움 중 하나는 오롯이 나만을 위한 맛있는 식사를 즐길 수 있다는 점이다. 오늘의 혼밥 장소는 하동 플라이하이웨이 근처, 바닷가 마을에 자리 잡은 선창횟집이다. 짚와이어는 다음 기회로 미루고, 오늘은 오직 참숭어회에 집중하기로 했다.
네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좁은 길을 따라 굽이굽이 들어가니, 마치 비밀 정원처럼 숨겨진 선창횟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낡은 벽돌 건물에 초록색 나무 울타리가 둘러쳐진 모습이 정겹다. 붉은색 ‘POST’라고 쓰인 우체통이 왠지 모르게 시선을 사로잡는다. 가게 입구에는 나무로 만든 안내판이 서 있는데, 11시 오픈, 3시 30분부터 5시까지 브레이크 타임, 그리고 밤 9시 클로즈라고 적혀 있다. 브레이크 타임을 피해서 방문한 건 정말 다행이다.

입구에 들어서자, 횟집이라기보다는 아늑한 카페에 온 듯한 느낌이 들었다. 은은한 조명 아래, 나무 테이블과 의자가 편안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한쪽 벽면에는 TV 출연 사진들이 액자에 담겨 걸려있다. 이미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유명한 “맛집”이었나 보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있을까 잠시 망설였지만, 친절한 사장님 덕분에 창가 자리에 앉을 수 있었다. 혼자 왔다고 눈치 주는 사람 없이, 편안하게 식사를 즐길 수 있는 분위기라 안심이 됐다. 오늘도 혼밥 성공!
메뉴는 단 하나, 참숭어 코스요리다. 1인분에 4만원. 가격이 조금 부담스럽긴 했지만, 하동까지 왔으니 제대로 즐겨보기로 했다. 잠시 후, 상다리가 휘어질 듯한 코스 요리가 눈앞에 펼쳐졌다. 숭어회, 숭어무침, 숭어튀김, 숭어구이… 숭어로 만들 수 있는 모든 요리가 총집합한 듯하다.

가장 먼저 숭어회부터 맛봤다. 얇게 썰린 숭어회는 윤기가 자르르 흐르고, 젓가락으로 집어 올리니 찰랑거리는 탄력이 느껴진다. 한 점 입에 넣으니, 싱싱한 바다 향이 입안 가득 퍼지면서, 혀끝에서 살살 녹는 듯한 부드러운 식감이 일품이다. 쌈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고소한 맛이 더해져 더욱 풍성한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다음은 숭어무침. 새콤달콤한 양념에 버무려진 숭어회와 채소들이 입맛을 돋운다. 아삭아삭 씹히는 채소와 쫄깃한 숭어회의 조화가 환상적이다. 특히, 양념 맛이 너무 강하지 않아서 숭어 본연의 맛을 제대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큰 그릇에 밥을 담아 숭어무침과 함께 비벼 먹으니, 정말 꿀맛이다. 밥 한 그릇을 순식간에 비워냈다.

따뜻한 숭어튀김도 빼놓을 수 없다. 갓 튀겨져 나온 숭어튀김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하다. 튀김옷이 두껍지 않아서 숭어의 담백한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 간장에 살짝 찍어 먹으니, 느끼함은 사라지고 고소함만 남는다. 숭어전 역시 갓 구워져 나와 따뜻하고 부드러웠다.

마지막으로 숭어구이가 나왔다.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숭어는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짭짤하게 간이 되어 있어서 밥반찬으로 제격이다. 숭어 뼈를 발라내어 살만 먹으니,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하다.
코스 요리에는 숭어 요리 외에도 다양한 밑반찬들이 함께 제공된다. 갓 구운 따끈한 전, 짭짤한 생선구이, 시원한 홍합탕까지 하나하나 정성이 느껴지는 맛이다. 특히, 홍합탕은 시원하고 칼칼한 국물 맛이 일품이라, 리필을 안 할 수가 없었다. (아쉽게도 리필은 한 번만 가능하다고 한다.)

혼자 여행을 하다 보면 가끔 외로움을 느끼기도 하지만,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혼자 음미하는 시간은 그 어떤 것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다. 선창횟집에서 맛있는 참숭어 코스 요리를 즐기며, 하동에서의 혼밥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혼자여도 괜찮아!
계산을 마치고 나오는데, 사장님께서 환한 미소로 인사를 건네주셨다. “맛있게 드셨어요?”라는 질문에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답하니, 사장님께서도 흐뭇한 표정을 지으셨다. 친절한 서비스 덕분에 더욱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칠 수 있었다.
선창횟집은 맛뿐만 아니라, 친절한 서비스와 아름다운 바다 풍경까지 삼박자를 갖춘 완벽한 곳이었다. 하동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방문하고 싶은 “맛집”이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서 함께 참숭어 코스 요리를 즐겨야겠다.

돌아오는 길, 석양이 지는 남해 바다는 말 그대로 장관이었다. 붉게 물든 하늘과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마무리했다. 하동에서의 혼밥 여행, 대성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