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바다 내음이 실린 바람이 코끝을 간지럽히는 도시. 이곳에 숨겨진 돈까스 성지가 있다는 정보를 입수, 곧바로 실험에 착수했다. 목적지는 ‘카츠닉’. 단순한 돈까스 식당이 아닌, 과학적 탐구심을 자극하는 미지의 영역이었다.
연구자의 숙명처럼, 맛집 탐험 전에는 철저한 사전 조사가 필수다. 현지 주민들의 증언과 온라인 데이터 분석 결과, 이곳은 단순한 ‘맛있다’는 감탄사를 넘어, 돈까스의 과학적 메커니즘을 완벽하게 구현해 낸 곳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특히 안심(히레) 카츠에 대한 칭찬이 자자했는데, 흔히 ‘맛없기 힘든’ 부위라는 선입견을 보기 좋게 깨부수는 수준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결전의 날, 카츠닉에 도착했다. 외관은 모던한 건축 양식으로, 깔끔한 인상을 풍겼다. 내부는 넓고 깨끗했으며, 특히 ‘ㄷ’자 형태의 바 테이블이 눈에 띄었다. 주방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구조는, 마치 실험 과정을 지켜보는 듯한 기대감을 증폭시켰다.

바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메뉴를 스캔했다. 안심과 등심, 2종류의 돈까스를 필두로 냉모밀이 준비되어 있었다. 이미 안심 카츠를 ‘필수 실험 대상’으로 점찍어 둔 나는, 동행한 연구원과 함께 안심과 등심 카츠를 하나씩 주문했다. 그리고, 이 집의 숨겨진 비기라는 냉모밀 또한 잊지 않고 추가했다. 마치 커플들이 돈까스 2개에 소바 1개를 시키는 ‘정석’을 따르는 것처럼.
주문 후, 예상보다 긴 기다림의 시간이 찾아왔다. 20분 남짓한 시간이었지만, 맛에 대한 기대감이 극에 달한 상태였기에 더욱 길게 느껴졌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카츠가 모습을 드러냈다.
첫 번째 실험 대상은, 당연히 안심 카츠였다.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이상적인 겉바속촉의 표본이었다. 160~180도 사이의 온도에서 마이야르 반응이 활발하게 일어난 듯, 튀김옷은 황금빛 갈색을 띠고 있었다. 단면을 확인한 결과, 고기 내부에는 육즙이 풍부하게 살아있었다. 튀김옷과 고기 사이에는 마치 ‘접착층’ 같은 것이 존재했는데, 이것이 육즙 손실을 막고 튀김의 바삭함을 유지하는 비결로 보였다. 마치 수비드 공법을 응용한 듯한 촉촉함은, 숙성 과정을 거친 돼지고기에서만 느낄 수 있는 풍미를 선사했다. 칼을 대는 순간, 섬세하게 다져진 듯 부드럽게 썰리는 단면은, 마치 고급 스테이크를 연상시키는 시각적 만족감을 제공했다.

입천장이 약한 나조차도 불편함 없이 즐길 수 있는 튀김옷은, 과도한 바삭함 대신 섬세한 부드러움을 선택한 듯했다.
카츠와 함께 제공되는 곁들임 또한 훌륭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무려 5가지나 제공되는 소스였다. 트러플 오일, 말돈 소금, 생와사비, 돈까스 소스, 그리고 김치까지.

트러플 오일의 풍미는 안심 특유의 섬세한 맛을 더욱 끌어올렸고, 말돈 소금의 깔끔한 짠맛은 육즙의 감칠맛을 증폭시켰다. 특히 생와사비는, 톡 쏘는 매운맛이 늦게 올라오는 스타일이라, 자칫 느끼할 수 있는 튀김의 단점을 완벽하게 보완했다.
이 모든 조합은, 마치 잘 짜여진 오케스트라처럼, 입 안에서 완벽한 하모니를 이루어냈다.
장국과 카레 또한 놓칠 수 없는 부분이다. 돼지된장찌개처럼 깊은 맛을 내는 장국은, 그 자체로도 훌륭한 반주 역할을 수행했다. 특히 카레는, 일본 3~4성급 호텔 조식에서 맛볼 수 있는, 깊고 진한 풍미를 자랑했다. 점심시간에 제공되는 카레임에도 불구하고, 농도가 진한 것을 보면, 이들은 ‘진짜’를 추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마도, 카츠를 만드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로스(loss)를 활용하여 카레와 장국을 만들고, 이것이 카츠 가격을 합리적으로 유지하는 비결일 것이다.
다음은 등심 카츠 차례였다. 안심에 비해 지방 함량이 높은 등심은, 씹을수록 고소한 풍미를 뿜어냈다. 튀김옷 또한 안심과는 다른, 더욱 바삭한 식감을 자랑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안심 카츠의 압도적인 부드러움과 섬세한 풍미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숨겨진 비기 ‘냉모밀’을 맛볼 차례였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냉모밀은 단순한 ‘곁들임’ 수준을 넘어선, 하나의 완벽한 요리였다. 쯔유는 가쓰오부시의 깊은 풍미가 느껴지는, 정통 일본식 스타일이었다. 마치 차가운 일본식 국밥을 먹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였다. 면 또한 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었고, 쯔유와의 조화는 가히 환상적이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점은, 쯔유를 두 개의 그릇에 나누어 제공한다는 점이었다. 이는 면이 쯔유에 담겨 눅눅해지는 것을 방지하고, 마지막까지 최상의 맛을 유지하기 위한 세심한 배려였다.
한국식 냉모밀처럼 과일의 단맛으로 억지로 맛을 내는 것이 아닌, 가쓰오부시 본연의 풍미로 승부하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주말 점심시간에는 웨이팅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방문했던 토요일 점심시간에도, 20분 정도 기다려야 했다. 또한, 식당 마당에 넓은 공간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특별한 조경이나 시설이 없다는 점은 조금 아쉬웠다. 하지만, 이러한 단점들은 음식의 퀄리티로 충분히 상쇄될 만했다.
카츠닉에서의 실험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단순히 맛있는 돈까스를 넘어, 과학적인 접근과 섬세한 배려가 만들어낸 ‘작품’을 맛본 기분이었다. 포항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반드시 다시 방문하여 다른 메뉴들도 섭렵해 볼 예정이다. 다음 목표는, 상로스 카츠다.
돌아오는 길, 차창 밖으로 펼쳐지는 포항의 바다는, 오늘 맛본 카츠의 여운을 더욱 깊게 만들어주었다. 영일대 해수욕장 스카이워크를 잠시 거닐며, 뇌리에 각인된 미뢰의 즐거운 기억들을 곱씹었다. 카츠닉, 이 곳은 단순한 돈까스 가게가 아닌, 포항의 숨겨진 보석과 같은 곳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