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풍 머금은 달콤함, 덕적도 회관에서 맛보는 호박의 향수(鄕愁) [덕적도 맛집]

섬을 걷는다는 건, 시간을 거슬러 오르는 특별한 경험과 같다. 인천에서 배를 타고 한참을 달려 도착한 덕적도는, 도시의 번잡함과는 완전히 동떨어진, 느릿한 시간이 흐르는 곳이었다. 선착장에 내리자마자 짭짤한 바다 내음이 코를 간지럽혔고, 곧장 오늘의 목적지인 ‘회관’으로 향했다. 오래된 마을회관을 개조했다는 이곳은, 섬의 정취를 고스란히 담고 있는 듯했다.

붉은 벽돌 외관에 “Coffee & Bread”라고 쓰인 간판이 정겹다. 커다란 호박 조형물이 놓여있는 나무 데크를 지나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늑한 공간이 눈앞에 펼쳐졌다. 외관에서 풍기는 소박함과는 달리, 내부는 섬세하게 꾸며져 있었다. 나무로 마감된 벽면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했고, 천장에는 독특한 형태의 조명이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을 보면, 한쪽 벽면을 가득 채운 칠판에는 방문객들의 낙서와 그림들이 자유롭게 그려져 있어, 이곳을 찾은 많은 사람들의 추억이 켜켜이 쌓여있는 듯했다.

회관 외관
정겨운 붉은 벽돌과 호박 조형물이 인상적인 ‘회관’의 외관.

주문대 앞에는 형형색색의 호박 인형들이 놓여 있었고, 쇼케이스 안에는 갓 구워져 나온 듯한 호박빵들이 진열되어 있었다. 덕적도의 특산물인 호박을 이용한 다양한 메뉴들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호박식혜, 호박라떼, 호박마들렌 등, 평소에는 쉽게 접하기 힘든 메뉴들이라 더욱 궁금해졌다. 특히 해풍을 맞고 자란 덕적도 호박은 그 맛과 영양이 뛰어나다고 하니, 그 맛이 더욱 기대됐다.

무엇을 먹을까 고민하다가, 이곳의 대표 메뉴라는 호박식혜와 단호박라떼, 그리고 호박마들렌을 주문했다. 주문을 마치고 자리를 잡으려고 둘러보니, 테이블이 많지는 않았지만, 창밖을 바라보며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들이 마련되어 있었다. 을 보면, 카페 바로 앞에 펼쳐진 바다가 한눈에 들어왔다. 푸른 바다와 하늘, 그리고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구름이 한 폭의 그림 같았다. 잠시 멍하니 창밖을 바라보며, 섬이 주는 평온함을 만끽했다.

진동벨이 울리고, 주문한 메뉴들이 나왔다. 샛노란 빛깔의 호박식혜는 보기만 해도 달콤함이 느껴지는 듯했다. 먼저 호박식혜를 한 모금 마셔보니, 시원하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인위적인 단맛이 아닌, 호박 본연의 자연스러운 단맛이라 더욱 좋았다. 시원한 슬러시 형태라 더운 날씨에 지친 몸과 마음에 활력을 불어넣어 주는 듯했다.

단호박라떼는 부드러운 우유 거품 위에 호박 시럽이 드리즐되어 있어, 그 비주얼부터가 남달랐다. 라떼를 한 모금 마셔보니, 쌉쌀한 커피와 달콤한 호박의 조화가 훌륭했다. 커피의 쓴맛을 호박의 단맛이 부드럽게 감싸 안아주는 느낌이었다. 특히 단호박의 풍미가 깊게 느껴져, 일반적인 라떼와는 차별화된 맛을 선사했다.

주문대 전경
다양한 메뉴가 준비된 주문대와 아늑한 카페 내부.

호박마들렌은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한, 완벽한 식감을 자랑했다. 한 입 베어 무니, 은은한 호박 향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마들렌 특유의 버터 풍미와 호박의 달콤함이 어우러져, 멈출 수 없는 맛이었다. 에 나온 것처럼, 따뜻한 호박 음료와 함께 먹으니, 그 맛이 더욱 배가되는 듯했다.

메뉴를 맛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회관’이라는 이름은 어쩌면, 이곳이 단순한 카페 이상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암시하는 듯했다. 과거 마을 주민들의 소통 공간이었던 회관처럼, 이곳은 섬을 찾는 사람들에게 편안한 휴식처이자, 새로운 만남의 장소가 되어주고 있었다. 실제로 카페에 머무는 동안, 다양한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등산복을 입은 등산객들, 자전거를 타고 섬을 여행하는 사람들, 그리고 아이와 함께 온 가족 등, 각자의 모습은 달랐지만, 모두 ‘회관’이라는 공간 안에서 잠시나마 여유를 만끽하고 있었다.

카페 한쪽에는 호박빵 만들기 체험을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아이와 함께 온 가족들은 호박빵을 만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와 을 보면, 카페 곳곳에 놓인 아기자기한 소품들과 장식들이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함을 느끼게 했다. 벽에는 ‘2020’이라는 숫자가 크게 붙어 있었는데, 아마도 이곳이 회관으로 사용되던 시절의 흔적이 아닐까 짐작해 봤다.

‘회관’에서의 시간은, 단순한 카페 방문 이상의 의미를 지녔다. 맛있는 호박 메뉴를 맛보며, 섬의 아름다운 풍경을 감상하고, 사람들과 소통하는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주인장의 친절한 서비스는, 이곳을 더욱 특별하게 만들어주는 요소였다. 잠시 자리를 비웠을 때, 덮을 것을 가져다주거나, 갓 구운 머핀을 건네주는 따뜻한 배려에 감동했다는 후기처럼, 이곳은 단순히 음식을 판매하는 공간이 아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을 느낄 수 있는 따뜻한 공간이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카페 문을 나섰다. 문 앞에는 검은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었다. 낯선 사람을 경계하는 듯했지만, 왠지 모르게 정감이 갔다. 에 나오는 고양이처럼, 섬의 풍경과 하나 되어, 평화로운 분위기를 자아내고 있었다.

돌아가는 배에 몸을 실었다. 잔잔한 파도 소리를 들으며, ‘회관’에서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달콤한 호박의 맛과 향, 따뜻한 사람들의 미소, 그리고 아름다운 섬의 풍경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조화를 이루었던 시간이었다. 덕적도에 다시 방문하게 된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그땐 단호박라떼 대신, 팥빙수를 먹어봐야겠다. 맛있다는 평이 자자하니 말이다.

카페 내부 장식
정감 넘치는 소품들이 가득한 카페 내부.

섬을 떠나왔지만, ‘회관’에서 느꼈던 따뜻함과 평온함은 오랫동안 내 마음속에 남아있을 것이다. 도시의 삶에 지쳐, 잠시 휴식이 필요할 때, 덕적도 ‘회관’을 찾아 호박의 향수를 느껴보는 것은 어떨까. 분명 잊지 못할 특별한 경험이 될 것이다. 섬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과 함께 힐링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돌아오는 배 안에서, 나는 이미 다음 방문을 계획하고 있었다. 다음에는 가족들과 함께 와서, 호박빵 만들기 체험도 하고, 카페 앞 해변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야겠다고 다짐했다. ‘회관’은 단순한 카페가 아닌, 섬의 추억을 만들어가는 특별한 공간이었다. 덕적도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꼭 한번 방문해 보기를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선택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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