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적, 콧등 시큰해지도록 뛰어놀다 들어오면,
마당 한켠에서 피어오르는 연탄불 냄새가 코를 찔렀지.
어머니는 그 불 위에 석쇠를 얹고,
고추장 양념에 푹 재운 돼지고기를 지글지글 구워주셨어.
그 연기 냄새, 지글거리는 소리, 어머니의 따뜻한 미소까지…
그 모든 것이 한데 어우러져,
내 유년 시절 가장 행복한 기억으로 남아있지.
세월이 흘러 도시 생활에 찌들다 보니,
그때 그 맛, 그 냄새가 문득 그리워질 때가 많아.
그러던 어느 날, 대전에 그렇게 연탄불 향이 그윽한 돼지 고추장구이 맛집이 있다는 소식을 들었지 뭔가.
이름하여 ‘현암뚝방구이’.
이름만 들어도 왠지 정겹고 푸근한 느낌이 들지 않나?
마침 대전에 볼일도 있고 해서,
고민할 것도 없이 곧장 길을 나섰다네.
현암뚝방구이는 대전 현암동 뚝방길 옆에 자리 잡고 있었어.
가게는 멀리서 봐도 한눈에 ‘아, 여기구나!’ 싶을 정도로 정겨운 분위기를 풍겼지.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는 간판과 허름한 외관이,
마치 오랜 친구를 만난 듯 반가운 마음이 들게 하더구먼.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 앞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어.
“역시 맛집은 맛집인가 보네.”
살짝 걱정했지만, 이 정도 기다림쯤이야 감수할 수 있지!
기다리는 동안 가게 앞에서 메뉴를 쓱 훑어봤어.
메뉴는 단 하나, 돼지 고추장구이!
단일 메뉴로 승부하는 집은
대부분 그 맛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는 거, 다들 알지?

기다린 지 30분쯤 되었을까, 드디어 내 이름이 불렸어.
“세 분 들어오세요!”
기분 좋게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섰지.
가게 안은 생각보다 아담했어.
입구 쪽에는 연탄불을 피워 놓은 테이블이 옹기종기 모여 있었고,
안쪽에는 가스불을 사용하는 테이블이 놓여 있었지.
나는 당연히 연탄불 테이블에 앉고 싶었지만,
자리가 없는 관계로 안쪽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어.
뭐, 어쩔 수 없지.
다음에 다시 와서 꼭 연탄불에 구워 먹어 봐야겠어.
자리에 앉자마자
사장님께서 능숙한 솜씨로 밑반찬을 쫙 깔아주셨어.
싱싱한 상추, 깻잎, 풋고추, 쌈장,
그리고 깍두기, 콩나물무침, 김치 등등…
하나하나 정갈하고 맛깔스러워 보이는 것이,
딱 내 스타일이더라니까.
특히 깍두기는 어찌나 시원하고 아삭한지,
고기 나오기 전에 몇 개나 집어먹었는지 몰라.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돼지 고추장구이가 나왔어.
이미 초벌구이가 된 상태로 나오기 때문에,
살짝만 더 익혀서 먹으면 된다고 하시더라고.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지글지글 익어가는 소리와 함께
매콤한 고추장 향이 코를 찔렀어.
아이고, 이 냄새 맡으니
어릴 적 어머니가 구워주시던 그 고추장 불고기 향이 떠오르는 거 있지.
정말 참을 수 없는 순간이었어.
잘 익은 고기 한 점을 집어 상추 위에 올리고,
쌈장 듬뿍 찍은 마늘과 풋고추 하나 얹어서
크게 한 쌈 싸서 입으로 꿀꺽 넣었지.
아이고, 이 맛이야!
입안 가득 퍼지는 연탄불 향과
매콤달콤한 고추장 양념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루는 것이,
정말 꿀맛이 따로 없더라니까.
고기는 어찌나 쫄깃하고 부드러운지,
입에 넣자마자 살살 녹는 것 같았어.
특히 돼지 껍데기 부분은
쫀득쫀득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씹는 재미까지 더해줬지.
어느새 정신없이 쌈을 싸 먹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니까.

현암뚝방구이에서는 고기를 시키면
청국장과 내장탕 중에서 하나를 서비스로 주는데,
우리는 당연히 둘 다 맛보고 싶어서
고기를 넉넉하게 4인분 시켰지.
(3인분까지는 국 하나, 4인분 이상은 국 두 개를 준다는 사실!)
먼저 청국장부터 맛을 봤어.
구수한 냄새가 코를 찌르는 것이,
진짜 제대로 끓인 청국장이라는 느낌이 딱 들더라.
한 숟갈 크게 떠서 입에 넣으니,
아이고, 이 깊고 진한 맛!
짜지 않고 구수한 것이,
정말 밥도둑이 따로 없더라니까.
청국장 안에 들어있는 두부랑 콩도 어찌나 맛있던지,
밥에 쓱쓱 비벼서 김치 한 조각 올려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어.
이번에는 내장탕을 맛볼 차례.
뚝배기에 담겨 보글보글 끓는 채로 나오는데,
그 비주얼부터가 아주 예술이었어.
국물 한 숟갈 떠서 먹으니,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맛이
입 안을 개운하게 싹 정리해주는 느낌이랄까?
특히 내장 특유의 잡내가 전혀 없고,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어.
어떤 분들은 내장탕에 후추 향이 강하다고 하는데,
나는 오히려 그 후추 향이
내장탕의 풍미를 더 살려주는 것 같아서 좋았어.
이 내장탕, 술안주로도 딱이겠더라.
(점심시간이라 술은 참았지만… 얼마나 아쉬웠는지 몰라.)

고기, 청국장, 내장탕…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너무나 만족스러운 식사였어.
특히 저렴한 가격에
푸짐한 양과 훌륭한 맛을
모두 즐길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인 것 같아.
게다가 사장님과 직원분들도 어찌나 친절하신지,
하나라도 더 챙겨주시려고 애쓰는 모습이
정말 감동적이었어.
마치 시골 할머니 집에 놀러 온 듯한
푸근하고 따뜻한 분위기 속에서
정말 기분 좋게 식사를 즐겼다네.
다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가게 위치가 약간 애매하고
주차 공간이 따로 없다는 거야.
하지만 이 정도 불편함은
충분히 감수할 수 있을 정도로
맛이 훌륭하다는 거!
그리고 점심시간에만 운영한다는 점도
살짝 아쉬웠어.
저녁에도 문을 열면
술 한잔 기울이면서
고기 맛을 즐길 수 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더라.
참, 그리고 옷에 고기 냄새가
많이 밸 수 있다는 점도
미리 알아두는 것이 좋을 거야.
하지만 뭐, 맛있는 냄새니까
크게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현암뚝방구이에서
맛있는 점심 식사를 마치고 나오니,
어릴 적 추억이
몽글몽글 떠오르는 것이,
마음이 따뜻해지는 기분이었어.
연탄불에 구워 먹는 돼지 고추장구이의 맛은
정말 잊을 수가 없을 것 같아.
다음에 대전에 갈 일이 있다면
꼭 다시 방문해서
그때는 연탄불 테이블에 앉아
제대로 맛을 즐겨봐야겠어.
혹시 대전 근처에 사는 사람이나,
대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현암뚝방구이에 꼭 한번 들러보라고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야!

가게는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 50분까지만 운영하고,
마지막 주문은 12시 50분까지 받는다고 하니,
시간 잘 맞춰서 방문하는 것이 좋을 거야.
주말에는 웨이팅이 더 심하다고 하니,
조금 서둘러서 가는 것을 추천하네.
나는 평일 점심시간에 방문했는데도
30분 정도 기다려야 했으니 말이야.
아, 그리고 한 가지 더!
현암뚝방구이는
백종원도 다녀간 대전의 오래된 로컬 맛집이라고 하네.
어쩐지, 맛이 예사롭지 않더라니…
백종원도 인정한 맛집이라니,
더욱 믿음이 가지 않나?
믿고 한번 방문해 보시라니까!
오늘도 현암뚝방구이 덕분에
맛있는 추억 하나를
마음속에 깊이 새기게 되었네.
다음에 또 맛있는 이야기로
다시 찾아올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