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따라 뜨끈한 국물이 간절했다. 어제 야근했던 탓일까, 몸도 마음도 왠지 모르게 지쳐있었다. 이럴 땐 역시 혼밥이지. 조용히 나만을 위한 시간을 가지면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만큼 좋은 힐링은 없는 것 같다. 대구에서 혼밥하기 좋은 곳을 찾다가 남구청 앞에 고디탕으로 유명한 ‘일억조고디이탕’이라는 곳을 발견했다. 고디탕이라… 사실 흔하게 접하는 음식은 아니라 조금 망설였지만, 왠지 모르게 끌리는 이름에 이끌려 발걸음을 옮겼다.
식당 문을 열고 들어서니, 예상보다 훨씬 더 정겨운 분위기가 나를 반겼다. 테이블 몇 개가 놓인 아담한 공간, 한가운데에는 연탄 난로가 놓여 있고, 그 위에는 주전자가 얹어져 있었다. 훈훈한 온기가 느껴지는 게, 마치 시골 할머니 댁에 온 듯한 푸근함이 느껴졌다. 혼자 온 나를 주인 아주머니는 따뜻하게 맞아주셨다. 혼자 앉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분위기, 오늘도 혼밥 성공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따뜻한 물 한 잔을 내어주셨다. 헛개 맛이 살짝 도는, 짙은 색의 물이었다. 차가운 몸을 녹이기에 충분했다. 메뉴는 단 하나, 고디탕. 보통과 특 두 가지가 있었는데, 주인 아주머니는 보통을 추천해주셨다. 가격은 보통 8,000원, 특 10,000원. 요즘 같은 시대에 정말 착한 가격이다. 역시, 이런 숨겨진 맛집을 찾아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드디어 고디탕이 나왔다. 뚝배기 안에는 진한 녹색의 국물과 함께 부추와 얼갈이가 듬뿍 들어있었다. 마치 추어탕처럼 시래기나 단배추가 많이 들어간 스타일이다. 고디의 양도 꽤 많아 보였다. 얼른 숟가락을 들어 국물을 한 입 맛봤다. 음, 생각보다 맑은 느낌이다. 경상도식의 걸쭉하고 구수한 고디탕이라기보다는, 충청도식의 맑은 고디탕에 더 가까운 맛이었다.

고디는 쫄깃쫄깃한 식감이 좋았다. 쌉싸름하면서도 고소한 맛이 입안 가득 퍼졌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다는 느낌이랄까. 식당 안에는 고디의 효능에 대한 안내문도 붙어 있었다. 괜히 더 건강해지는 기분이다. 해장이 필요하거나, 몸이 찌뿌둥할 때 먹으면 딱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고디탕과 함께 나온 밑반찬들도 훌륭했다. 콩나물 무침, 김치, 멸치볶음 등 정갈한 반찬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었다. 특히 된장고추는 짭짤하면서도 매콤한 맛이 일품이었다. 고디탕과 함께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밑반찬은 매일 조금씩 바뀌는 것 같았다. 올 때마다 새로운 반찬을 맛볼 수 있다는 것도 이 집의 매력 중 하나일 것 같다.
혼자 왔지만,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만의 시간을 즐길 수 있어서 좋았다. 창밖을 바라보며 천천히 고디탕을 음미했다. 따뜻한 국물이 속을 든든하게 채워주는 느낌이었다. 오늘 하루 힘들었던 일들이 씻겨 내려가는 듯했다. 역시, 혼밥은 나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카드 결제가 안 된다는 것이다. 현금이나 계좌이체만 가능하다고 한다. 요즘 같은 시대에 조금 불편할 수도 있지만, 이런 점이 오히려 이 식당의 정겨움을 더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다음에 방문할 때는 꼭 현금을 챙겨가야겠다. 그리고 다음에는 고디전도 한번 먹어봐야겠다.
식사를 마치고 식당을 나서니, 몸도 마음도 한결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따뜻한 고디탕 한 그릇이 나에게 큰 위로를 준 것 같다. 혼자라고 우울해하지 말자. 맛있는 음식과 함께라면, 혼자여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다. 대구 남구청 근처에서 혼밥할 곳을 찾는다면, ‘일억조고디이탕’을 강력 추천한다. 따뜻한 고디탕 한 그릇으로 몸과 마음을 든든하게 채워보자. 오늘도 혼밥, 성공!

덧붙여, 고디탕 맛은 개인적인 취향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도 있을 것 같다. 어떤 사람들은 흙내가 난다고 느끼거나, 특유의 묵직하고 시원한 맛이 부족하다고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대체로 만족스러웠다. 특히, 자극적이지 않고 건강한 맛이라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주인 아주머니의 따뜻한 정이 느껴지는 곳이었다.

다음에는 부모님을 모시고 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도 분명 좋아하실 것 같다. 특히, 몸에 좋은 음식을 좋아하시는 부모님께는 최고의 선물이 될 것 같다. ‘일억조고디이탕’, 앞으로 나의 단골 맛집이 될 것 같은 예감이 든다. 혼자 밥 먹는 게 외롭다고 느껴질 때, 따뜻한 고디탕 한 그릇이 생각날 때, 언제든 다시 찾아와야겠다.

오늘도 맛있는 혼밥으로 힐링 완료! 혼자여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