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특별한 계획 없이 빈둥거리다가 문득 국밥이 당기는 날이었다. 혼자 느긋하게 밥이나 먹으러 갈까, 하는 생각에 맛집 앱을 뒤적거렸다. 그러다 눈에 띈 곳이 ‘순례국밥’. 국밥도 땡겼지만, 왠지 모르게 이름부터가 끌리는 그런 곳이었다. ‘순례’라니, 마치 국밥 성지라도 순례하는 기분이 들 것 같잖아?
마침 딱히 할 일도 없겠다, 네비에 주소를 찍고 출발했다. 혼자 떠나는 드라이브, 꽤나 낭만적이었다.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들을 바라보며 무슨 국밥을 먹을까, 어떤 반찬이 나올까 상상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또간집’ 섭외를 거절한 맛집이라는 후기를 보니 더욱 기대감이 부풀었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곳이길래 방송 출연도 마다하는 걸까? 괜히 더 궁금해졌다.
가게 앞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훨씬 깔끔하고 컸다. 겉에서 보기에는 그냥 평범한 국밥집 같았는데, 안에 들어가니 테이블 간 간격도 넓고 쾌적했다.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 두리번거렸는데, 다행히 카운터석이 마련되어 있었다. 혼밥 레벨이 상승하는 기분! 카운터에 자리를 잡고 앉으니, 직원분께서 메뉴판을 가져다주셨다.
메뉴를 찬찬히 훑어봤다. 국밥 종류도 다양했지만, 유니치킨과 냉채수육이라는, 국밥집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메뉴들이 눈에 띄었다. 국밥 맛집이라더니, 치킨과 냉채수육도 인기 메뉴인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역시 처음 왔으니 국밥을 먹어봐야 할까. 아니면 다른 테이블에서 맛있게 먹고 있는 치킨을 시켜볼까. 결정 장애가 도질 뻔했지만, 결국 가장 기본인 순례국밥을 주문했다.

주문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이블 위로 반찬들이 하나둘씩 놓였다. 앙증맞은 색색깔의 플라스틱 그릇에 담긴 반찬들이 왠지 모르게 귀엽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상추, 배추, 부추를 함께 버무린 겉절이였다. 양도 푸짐하고, 색깔도 어찌나 곱던지. 딱 봐도 신선해 보이는 비주얼에 침이 꼴깍 넘어갔다. 젓가락으로 겉절이를 집어 맛을 보니, 새콤달콤하면서도 매콤한 양념이 입맛을 확 돋우는 맛이었다. 이 집, 겉절이부터가 범상치 않다.
드디어 기다리고 기다리던 순례국밥이 나왔다. 뽀얀 국물 위로 송송 썰린 파가 듬뿍 올려져 있었다. 뚝배기 안에서는 국밥이 보글보글 끓고 있었는데, 그 뜨거운 열기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듯했다. 국밥 냄새를 맡으니, 속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숟가락으로 국물을 한 입 떠먹어봤다. 진하면서도 깔끔한 맛! 돼지 잡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고, 맑고 깊은 국물 맛이 인상적이었다. 보통 국밥은 텁텁하거나 느끼한 경우가 많은데, 순례국밥은 정말 깔끔했다. 왜 사람들이 이 국밥을 좋아하는지 알 것 같았다.
국밥 안에 들어있는 고기도 듬뿍 들어있었다. 보통 국밥에 들어가는 고기는 비계가 많거나 퍽퍽한 경우가 많은데, 순례국밥의 고기는 살코기 위주라 담백하고 부드러웠다. 숟가락으로 밥을 크게 퍼서 국물에 적신 다음, 고기를 올려 한 입에 먹으니 정말 꿀맛이었다.

국밥을 먹다가, 겉절이를 올려 먹으니 또 다른 맛이었다. 새콤달콤한 겉절이가 국밥의 느끼함을 잡아주면서, 입 안을 깔끔하게 만들어줬다. 겉절이와 국밥의 조합, 정말 훌륭했다. 혼자서 조용히 음미하며 먹는 국밥, 정말 행복했다. 오늘도 혼밥 성공!

순례국밥의 또 다른 매력은 바로 저렴한 가격이다. 요즘 물가가 워낙 비싸서, 국밥 한 그릇도 만 원이 훌쩍 넘는 경우가 많은데, 순례국밥은 가격도 저렴해서 부담 없이 즐길 수 있었다. 게다가 소주 가격이 3,000원이라니! 술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일 듯하다.
혼자서 국밥 한 그릇을 뚝딱 비우고 나니, 배도 부르고 기분도 좋았다. 계산을 하고 나가려는데, 사장님께서 친절하게 인사를 건네주셨다. 덕분에 기분 좋게 가게를 나설 수 있었다.
순례국밥에서 나와, 근처에 있는 주전몽돌 해변으로 향했다. 국밥도 든든하게 먹었으니, 바다 구경이나 하면서 소화도 시킬 겸. 주전몽돌 해변은 몽돌들이 깔려 있는 아름다운 해변이었다. 파도 소리를 들으며 몽돌 위를 걷는 기분은 정말 최고였다.

주전몽돌 해변은 일출 명소로도 유명하다고 한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일출 시간에 맞춰 방문해서 아름다운 일출을 감상하고, 순례국밥에서 따뜻한 국밥 한 그릇 먹으면 완벽한 하루가 될 것 같다. 벌써부터 다음 방문이 기대된다.
순례국밥, 왜 이제야 알게 된 걸까. 혼밥하기에도 좋고,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하고, 친절하기까지. 뭐 하나 빠지는 게 없는 완벽한 곳이었다. 특히 혼자 여행하는 사람들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일 듯하다. 울산 정자항 근처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맛집 순례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