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떠나는 여행은 언제나 설렘과 약간의 긴장이 공존한다. 특히 낯선 지역에서 혼자 밥을 먹어야 할 때면,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나 편의성도 중요한 고려 사항이 된다. 이번에 방문한 곳은 강원도 양구, 박수근 미술관의 여운을 뒤로하고 찾아간 양구 중앙시장의 맛집, 옥천식당이다. 시장 바로 앞에 있다는 정보 외에는 특별한 사전 지식 없이, 오로지 ‘국밥’이라는 단어 하나만 믿고 발걸음을 옮겼다. 혼밥러의 직감을 따라서.
시장 입구에 들어서자 활기 넘치는 분위기가 나를 맞이했다. 왁자지껄한 상인들의 목소리, 형형색색의 물건들, 그리고 코를 자극하는 다양한 음식 냄새. 마치 시간 여행을 떠나온 듯한 기분이었다. 옥천식당은 중앙시장 주차장 바로 앞에 위치해 있어 찾기 쉬웠다. 간판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졌지만, 왠지 모르게 깊은 내공이 느껴지는 듯했다. 낡은 간판에는 옥천식당이라는 상호와 함께 481-2454라는 전화번호가 큼지막하게 적혀 있었다. 편육, 내장, 국밥 전문이라는 문구도 눈에 띈다.

문을 열고 들어서니, 생각보다 넓은 공간이 펼쳐졌다. 테이블은 넉넉하게 배치되어 있었고,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가 있는지 두리번거릴 필요 없이 편안하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평범한 테이블과 의자들이 놓여 있고, 벽에는 메뉴와 가격이 적힌 종이가 붙어 있었다. 1971년부터 영업을 시작했다는 문구가 적힌 액자도 눈에 띈다. 이미 여러 테이블에는 식사를 즐기고 있는 손님들이 있었다. 혼자 온 손님, 둘이 온 손님, 가족 단위 손님 등 다양한 사람들이 섞여 있었지만, 모두 편안하게 식사를 즐기는 모습이었다. 나도 한쪽 구석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혼밥 레벨이 +1 상승하는 순간.
메뉴는 단촐했다. 내장국밥과 편육, 단 두 가지. 메뉴 선택에 고민할 필요 없이 내장국밥을 주문했다. 가격은 7,000원. 요즘 물가를 생각하면 꽤나 합리적인 가격이다. 특히 이곳은 내장국밥 단일 메뉴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곳이라고 하니, 그 맛에 대한 기대감이 더욱 커졌다. 잠시 기다리는 동안, 식당 내부를 둘러봤다. 테이블은 꽤 여러 개가 놓여 있었고, 혼자 앉아 식사할 수 있는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벽에는 메뉴 사진과 함께 가격이 적혀 있었고, 오래된 듯한 시계가 정겹게 시간을 알려주고 있었다.
주문과 동시에 깍두기와 다진 청양고추가 나왔다. 깍두기는 적당히 익어 시원하고 아삭한 맛이 일품이었다. 큼지막하게 썰어낸 깍두기는 보기만 해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곧이어 뜨거운 김을 모락모락 피워내는 내장국밥이 나왔다. 뚝배기 가득 담긴 국밥은 보기만 해도 속이 든든해지는 느낌이었다.

국밥 안에는 밥이 말아져 있었다. 뜨끈한 국물에 촉촉하게 젖은 밥알은 보기만 해도 군침이 돌았다. 국물 위에는 다진 파와 후추가 듬뿍 뿌려져 있었다. 국물 색깔은 살짝 얼큰해 보이는 붉은색이었다. 얼른 숟가락을 들고 국물을 한 입 맛봤다.
첫 맛은 깊고 진한 사골 육수의 풍미가 느껴졌다. 마치 오랫동안 푹 고아낸 듯한 깊은 맛이었다. 돼지 뼈로 우려낸 육수라고 하는데, 전혀 잡내가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깔끔하고 시원한 맛이 입안 가득 퍼져 나갔다. 얼큰한 빨간 국물은 맵지는 않으면서 식욕을 자극하는 정도였다. 후추 향이 살짝 강하게 느껴졌는데, 아마도 내장의 잡내를 잡기 위한 비법인 듯했다.
두 번째 국물을 맛본 후에는 새우젓을 두세 숟가락 넣었다. 그랬더니 국물에서 단맛이 올라오며 훨씬 깊은 맛이 났다. 역시 국밥에는 새우젓이 빠질 수 없지. 그 다음에는 작은 접시에 담겨 나온 고추 썰어 놓은 것을 넣었다. 그랬더니 국물이 더욱 청량해지면서 새콤한 맛까지 더해졌다. 매콤한 맛을 좋아하는 나에게는 최고의 조합이었다.
국물 맛을 충분히 음미한 후, 본격적으로 내장을 맛봤다. 쫄깃쫄깃한 식감이 살아있는 내장은 잡내 없이 깔끔했다. 여러 종류의 내장이 푸짐하게 들어있어 골라 먹는 재미도 있었다. 특히 푹 익은 내장은 입안에서 살살 녹는 듯했다. 밥과 함께 내장을 듬뿍 올려 한 입에 넣으니, 그야말로 꿀맛이었다. 뜨끈한 국물과 쫄깃한 내장, 그리고 촉촉한 밥알의 조화는 환상적이었다.
먹다 보니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칼칼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은 추운 날씨에 언 몸을 녹여주기에 충분했다. 해장하러 왔다가 오히려 반주를 시작하게 된다는 말이 실감 났다. 뜨끈한 뚝배기 감성 제대로 느낄 수 있는 곳이었다.

정신없이 먹다 보니 어느새 뚝배기는 바닥을 드러냈다. 국물 한 방울 남기지 않고 싹 비웠다. 깍두기까지 싹쓸이한 건 안 비밀. 다 먹고 나니 온몸에 따뜻한 기운이 감돌았다. 든든하게 배를 채우니 세상 부러울 것이 없었다. 계산을 하고 나오면서, “정말 맛있게 잘 먹었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다. 주인아주머니는 환한 미소로 “다음에 또 오세요”라고 답해주셨다.
옥천식당은 혼밥하기에도 전혀 부담 없는 곳이었다. 메뉴도 단일 메뉴라 주문하기도 편하고, 혼자 온 손님을 위한 자리도 마련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혼자 밥을 먹어도 전혀 눈치 보이지 않는 편안한 분위기가 마음에 들었다.
나오는 길에 다시 한번 식당 간판을 올려다봤다. 옥천식당. 소박하지만 정겨운 이름이다. 양구에 다시 오게 된다면, 꼭 다시 들러 뜨끈한 내장국밥 한 그릇을 먹고 가리라 다짐했다. 오늘도 혼밥 성공! 혼자여도 괜찮아.
여행 중 우연히 발견한 맛집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 옥천식당은 내게 그런 곳이다. 화려하지는 않지만, 소박하고 정겨운 분위기 속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길 수 있는 곳. 양구에 방문할 일이 있다면, 꼭 한번 들러보길 추천한다. 특히 혼밥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분명 만족할 것이다. 옥천식당의 내장국밥은 단순한 음식을 넘어, 따뜻한 위로와 든든한 에너지를 선사하는 특별한 경험이었다.

덧붙여 옥천식당은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2시까지만 영업한다고 하니, 방문 시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그리고 월요일은 휴무라고 하니, 헛걸음하지 않도록 주의하자.






